술에 대한 세금은 좀…
보스톤코리아  2010-11-08, 16:49:39 
편/집/국/에/서 :

술 만큼 의견이 갈리는 것도 드물다. 매일 한 잔의 포도주를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잦은 술은 중독과 건강에 대한 우려를 낫는다.

술은 과거 지금의 마리화나처럼 의학적으로 사용됐다. 20세기 초 미 의사들은 치료를 목적으로 술을 처방하기도 했다. 금주법이 한창이던 1921년 미의회는 맥주의 의학적 가치를 두고 청문회를 개최키도 했다. 이 후 많은 의사들은 의학적 술 처방에 대한 금지를 철폐하는 로비활동을 시작했다.

1873년 미국 내 독일계 이민자들에게서는 ‘와인과 부인 그리고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평생 동안 바보로 지내는 것’이라는 문화의식이 팽배했다.

현대에서 술의 의학적 처방을 찾아 보기 힘들다. 하지만 술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들의 사회적 처방이다. 불편한 자리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소통의 도구이기도 하고 시인들의 시심을 자극하는 효소이기도 하다. 또 상실감을 채워주는 친구이기도 하다.

얼마 전 노벨 문학상 수상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고은 시인이 하버드를 방문, 캠브리지에 거주 했을 때 유난히 와인을 즐겨 들었다. 매사추세츠 거리 낙엽을 보며 그는 와인을 마시지 않을 수 없다 했다. 그는 최근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또 다른 이유를 밝혔다.

“국가원수끼리 만날 때 주스나 콜라 마시지는 않잖아요. 첫날밤에도 합환주 한 잔 마시고, 이건 성스러운 거지. 외국 강연 가면 대개 물을 주죠. 물에게도 미안하고 나에게도 미안하고.(웃음) 그래서 색깔 있는 거 좀 가져와라 하면 주최 쪽에서 와인을 사러 나가. 청중이 낯선 코쟁이들이라 입이 잘 안 떨어져. 조금 뒤 와인이 오면 그때 입이 쫙 찢어져(웃음). 이제야 아주 나 이상의 언어가 나오지. 내 친구가 해주는 언어”

미국에서 술에 대한 이견은 정치, 종교, 사회 전반에서 있어왔다. 미국은 지난 1920년 헌법 수정안에 따라 금주법을 시행했다. 당시 대통령 우드로우 윌슨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미 상,하원은 거부권을 재가결하면서 금주법을 가결시켰다. 1919년 10월에 통과된 볼스테드법이라 불리는 금주법은 술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것까지는 금지하지 않았다.

금주법은 미국내 술 소비량을 급격하게 줄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결국 부작용을 산출하고 말았다. 술의 반송과 제조는 지하로 들어가서 범죄단체와 밀접하게 연관이 되면서 사회를 파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알카포네와 같은 마피아들은 술의 판매로 수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그러나 1930년 대공황이 발생하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금주법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1933년 플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볼스테드 법의 수정안인 쿨렌-해리슨 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05%이상의 알코올 함유 음료를 술로 규정해 불법화 했던 것과 달리 알코올 농도 약 4%까지의 술을 제조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수정안을 서명하면서 루즈벨트 대통령은 “I think this would be a good time for a beer."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1933년 4월 7일 쿨렌-해리슨 법이 시행되자 버드와이저 제조사인 앤호이저-부시 사는 다음날인 8일 커다란 말인 클리데스딜이 이끄는 마차를 이용해 버드와이저를 백악관으로 배달시켰다.

매사추세츠 주민들은 11월 2일 주민투표를 통해 주류에 부과되는 판매세금 6.25%를 폐지하는 선택을 내렸다. 대공황을 거치며 금주법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처럼 대불황을 거치며 주류세금도 참긴 힘들었나 보다.

청교도들이 정착해 미국 역사의 시초가 되었던 매사추세츠 주는 술에 관해 관대한 곳이었다. 16개 주, 워싱턴 DC와 마찬가지로 21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술의 소유를 금하고 있지만 미성년자들의 술 마시는 것은 규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 6.25%의 주류 판매 세금을 부과했던 것이 사상 첫 주류 판매세금이었다.

주류 세금으로 거두어들인 돈은 주로 알코올 중독자들의 치료에 쓰이는 등 술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쓰이도록 했다. 그러나 술에 대한 세금은 많은 주민들이 세금이 없는 뉴햄프셔를 택하거나 조금 더 저렴한 로드 아일랜드를 택하도록 하는 부작용도 나았다.

세금 철폐안이 통과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류세금 철폐는 주류 소비를 촉진시켜 결국 음주관련 사망과 사고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존 켈리, MGH중독약물센터 소장은 “1인당 1리터의 술을 마실 때마다 1%의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주류세금으로 거두어 들이던 연1억 1천만불이 알코올처럼 증발해버린다.

의학 저널 란세트(The Lancet)는 11월 1일 알코올을 헤로인, 코케인, 엑스타시 및 기타 약물보다 가장 위험한 약물로 선정했다. 담배 세금부과에서 증명된 것은 세금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는 것도 증명됐다.

이성은 자꾸 주류세의 폐지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주류세를 폐지 투표결과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감출 수 없다. 내년 1월 1일부터 매사추세츠 주의 주류세금이 사라진다. 불황에 생긴 시름, 술로라도 달래야 하지 않겠는가.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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