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하는 방법
보스톤코리아  2011-05-16, 16:15:11 
편 / 집 / 국 / 에 / 서 :

대불황 속에서 한인사회가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사업체를 팔고 새로운 일을 모색하는 한 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고 나니 이곳 한인사회에는 당장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할 곳도 없으며 마땅히 새로운 일을 소개해줄 수 있는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이나 타운의 아시안어메리칸시빅협회처럼 우리는 한인회가 직업훈련, 영어교육, 그리고 이민 민원까지 담당할 수는 없는가 하는 아쉬움이 물밀 듯 밀려왔다. 한 한인사회 원로는 한인회가 사업을 하는 한인들을 위한 보호장치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스톤을 중심으로 한 매사추세츠 한인사회는 약 3만 명의 인구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 약 1만 여명은 유학생 및 관련 가족들이다. 한인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3만 여명의 1%에 해당하는 약 300여명에 불과하다.

3백 여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인회이다 보니 재정도 열악하고 참여도에서도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한인회 활동은 극히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런 열악한 한인회에 잘잘못을 따지고 여러 가지 요구하는 것도 어찌 보면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한인회는 분명 한인들의 대표단체고 또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뉴잉글랜드 한인회는 1953년에 출범, 유학생 위주로 유지해 오다1980년 후반부터 한인 자영업자들이 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인회는 지금까지 계속 자영업자 중심으로 운영되어 오고 있다.

그럼에도 한인회는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서의 역할 보다는 매년 3.1절 기념식, 광복절 체육행사 등 행사만 주관하는 단체로서 소극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한인회는 한인회장이 바뀔 때 마다 주소지가 바뀌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사무실을 마련했고, 이제는 한인회관도 사들였다. 주소지가 확보됐지만 사람은 여전히 확보되지 않았다. 한인회장이 바뀔 때마다 모든 임원이 보따리를 쌌다. 이름과 건물만 유지하고 전혀 새로운 단체로 새 출발한다.

2년 동안, 중임하는 경우 4년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이제 시작하려고 하면 물러나야 할 시기다. 또 다른 사람이 이 곳을 채워 똑 같은 것을 반복한다. 앞으로 50년이 더 가도 거의 2년마다 똑같은 고민을 할지도 모른다.

한인회에 부족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비전도 부족하다. 한인회에 적극 참여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비전 말이다.

크게 소수민족 사업자로서의 각종 혜택, 보험, 금융, 의료에 대한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비자 문제로 실업 급여조차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보호장치도 있어야 한다.

한인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비전과 사람 그리고 자금의 부재다. 한인회가 지역사회의 중심단체로서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먼저 한인회장의 임기를 4년으로 늘리자. 비전을 세우고 추진하는데 최소한 4년은 되어야 한다. 아무리 전임회장이 비전을 갖고 초석을 다져 놓아도 다음 회장이 무시해버린다면 맥이 풀리는 일이다.

둘째 회장의 임무를 분할해서 실무처리자가 아닌 대표 역할과 펀드 마련 역할에 충실하게 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비영리단체가 택하고 있는 회장(President) 및 행정대표(executive director)제를 채택해야 한다.

명예직인 회장과는 달리 실무 행정대표는 유급이어야 한다. 세 번째 유급 사무직원의 확보다. 명예직인 회장의 비전과 실무진의 연속성이 더해질 때만이 한인회가 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면 한인회에 필요한 자금을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마도 남의 지갑을 여는 일일 것이다. 충분한 대가를 주거나 한인회 사업에 대한 비전과 열정을 보여 줄 때만 이것이 가능할 것이다.

한인회장들은 항상 한인들의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인회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한인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한인들이 얼마나 될까. 한인 전체의 1%만 한인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한인회가 무엇을 하는 곳이냐’라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다.

한인회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가 한인회의 존재 이유를 돋보이게 만들 수 있다. 한인회가 청사진을 제시하며 인건비 마련을 위한 300인을 모집, 매년 1백불씩 약정케 한다면 오늘 당장이라도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다.

비영리단체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를 보자. 지금 400여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수십 명의 교사가 재직하고 있는 것은 한글과 한국문화 교육의 절대적 필요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의 절대적 필요성을 젊은 부모들의 가슴속에 자리잡게 만든 것은 한글학교를 오늘에 이르게 한 한인사회 지도자들의 희생과 사랑, 그리고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 한인사회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 줄 사람을 찾는 것이 좋겠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지금은 초석을 다질 사람이 필요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지금 한인회장이 그 초석을 다지는 일의 적임자다. 한인회장이 이제 움직여야 할 시기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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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philip73
2011.06.17, 12:50:17
좋은 의견, 좋은 글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보스턴에 산지 10년이 넘도록 한인회에 관심한번 가져보지 못한 저 자신부터 반성하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한인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뛰어 넘어서 소통과 교류의 창구가 되고 한인사회와 미국시민사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그리고 더 나아가 미국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한인사회를 견인할수 있는 큰 비젼을 가진 한인회가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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