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선거 무임승차 하신 분들께
보스톤코리아  2011-12-02, 01:00:00 
<편집국에서>

재외 국민 선거 등록 신청율이 바닥이다. 1%도 안 된다니 말문이 턱 막힌다. 누가 선거권 달랬냐고 화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싸늘하게 식은 반응에 중앙선관위와 한국정계는 놀란 눈치다. 해외 한인 전체의 통계만 그런 줄 알았는데 보스톤도 예외가 아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난 달 13일부터 선거 등록신청을 시작해 30일까지 등록한 해외거주 재외 국민은 총 1만 1천 50명이다. 중앙선관위가 추산하고 있는 해외 한인은 영주권자, 일반 체류자를 합산 223만 6천 여명, 전체의 0.5%에 불과한 수치다. 보스톤도 다르지 않다. 27일 까지 단 92명만 신청했다. 선관위 추산 지역 선거 유권자 1만 2천여 명 중 0.8%다. 이 추세대로라면 마감일인 내년 2월 21일까지 겨우 5%선 등록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 재외국민 투표를 앞두고 중앙선관위가 2009, 2010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적극적인 투표의사를 밝혔던 재외국민들은 각각 41%, 39.4%이었다. 그런데 막상 선거등록을 받고 보니 현실이 아닌 꿈의 수치란 것이 드러났다. 그 때 그 사람들은 어디 갔느냐는 말이 나올 법 하다.

사정이 이렇자 다투어 원인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다. 한국 내 선거와 달리 재외국민 선거에서는 본인이 공관을 방문해 직접 신청을 해야만 투표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유권자 등록할 때와 투표할 때 두 번씩 공관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국에 비해 땅이 엽기적으로 넓은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상식적이지 않다.

실제적으로 유권자 등록을 위해서 생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이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 하며 멀리 사는 한인들의 경우 하루, 이틀을 꼬박 투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공정성을 염두에 두고 투표 편의성을 부차적으로 여긴 선관위와 국회의 인식부족이 문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처럼 참가율이 저조한 것을 보면 핑계라는 생각이다.

결국 문제는 재외국민, 우리 자신이다. 유학생이든 한인들이든 평소 한국에 대한 관심을 결코 떼지 않는다. 선거결과를 실시간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사람도 있다. 삼삼오오 모이면 정치얘기는 빠지지 않는다. 바쁜 와중에도 한국 뉴스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잠자리에 드는 한인들이 많다. 관심은 있는데 왜 선거에는 이리 냉담할까.

정치하면 정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야의 과도한 대치가 이런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한다. FTA 날치기 통과, 최루탄 투척, 항의 데모, 물대포 등 자극적인 문구가 줄을 잇다 보니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정쟁을 일삼게 되는 줄 안다. 특히 여성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현상이다. 미국 생활 내공이 좀 되는 한인들도 정치하면 한인사회 분열이란 등식을 세우기도 한다.

한인들이 정치보다는 권력에 관심을 가졌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다. 재외동포 참정권이 실현되면 국회의원 비례대표가 미주사회에도 배정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부 한인회장 선거는 과열됐다. 지난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선거에서 두 회장이 난립했던 것은 그 증거의 하나다. 대통령 등 한국의 고위인사가 방문하면 줄서기에 바쁘다. 한국에 나가면 다리다리 건너 알게 된 정치인 줄대기에 바쁘다.

정작 정치의 핵심은 사회참여이며, 투표로 사회참여를 실현시키는 것이 바로 선거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작은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1951년 12월 1일 로사 파크스는 앨라바마 주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요구받자 이를 거부했다. 당시론 상상도 할 수 없던 일, 그녀는 체포되었고 수감되었다. 작은 저항이었지만 이 행동이 흑인인권 운동의 불을 지피게 했다. “내게는 여느 날과 똑같은 날이었지만 수많은 대중들의 참여가 그날의 의미를 바꿔놓았다” 로사의 말이다.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지난 선거 당시 썼던 편지의 인용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한 표의 권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만 했다. 미국에서 흑인들은 투표권 확보를 위해 많은 핍박과 희생을 감수했다. 한국에서도 투표권 확보를 위해 학업대신 거리로 뛰어들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먼 거리 이동해 투표하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무임승차에 가깝다.

나 하나쯤은 빠져도 되겠지 했다면 다시 생각하자. 지금껏 무임승차, 그 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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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3]
Bostonkorea
2011.12.04, 23:45:11
뉴튼(Newton)에 있습니다. 전화는 617-641-2830.
IP : 66.xxx.249.42
Gianna
2011.12.03, 07:03:42
보스턴에 공관은 어디있나요?
IP : 112.xxx.59.221
aunt
2011.12.02, 05:26:23
혼탁한정치 비웃기만했는데~무임승차란말에 정신이 번쩍!!!
IP : 122.xxx.1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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