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아메리칸의 자존심이 된 남자, 권율
보스톤코리아  2012-04-10, 00:06:10 
미국 공영 방송 최초의 아시안 아메리칸 진행자로 발탁된 권율
미국 공영 방송 최초의 아시안 아메리칸 진행자로 발탁된 권율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김가영 기자 = 한국계 누구라도 미국 때론 세계를 무대로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마치 대한민국을 구한 듯 무리해 호들갑을 떠는 게 우리다. 하지만 그가 성공하고자 했던 동기가 개인의 안녕이 아닌 코리안 아메리칸 사회의 발전에 있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유산을 지켜나가는 길을 신념으로 여기고 있다면 맘껏 자랑하고 다녀도 될 듯 싶다. 권율 이야기다.

이 남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금 긴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뉴욕 퀸즈에서 이민 1세대 부모 아래 태어난 그는 스탠퍼드 대학과 예일대 법대 대학원을 졸업, 변호사가 된 후 상원의원인 조셉 리버만의 입법 보좌관으로 일했다. 이후 맥킨지와 구글에서 근무하며 평탄한 커리어를 쌓던 중 CBS의 리얼리티 쇼 ‘서바이버’의 출연진으로 발탁, 1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으며 최종 우승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이후 기회는 줄줄히 이어져 FBI의 겸임 강사로 나서는가 한편, 오바마 캠프를 위해 일한 인연으로 연방 통신 의원회(FCC)의 부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현재 4월 11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PBS의 새 미니 시리즈 ‘American Revealed’의 진행자가 되어 홍보차 보스톤을 찾았다.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시스템과 네트워크, 인프라,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대체 우리가 어떻게 에너지나 음식을 얻는지, 어떻게 이동해 다니는지를 큰 그림으로 비춰, 이에 떠오르는 패턴을 4편에 걸쳐 보여줄 생각이다.” 쇼에 관한 그의 설명이다.

방송인 체질도 아닌 그가 ‘서바이버’에 이어 ‘아메리칸 리빌드’에 나서게 된 속내는 단 한 가지, 미국내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를 위해서였다. “어린 시절 TV속엔 본받을만한 아시안 아메리칸 롤 모델이 없었다. 미국 내 동양 남자의 이미지란 쿵푸는 잘해도 영어와 데이트에는 서툰, 괴짜 수학 천재일 뿐이었다. 그러한 편견을 보기 좋게 깨고 싶었고, 나와 같은 다음 세대를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었다.” 권율의 답이다.

그는 또한 부모님과 같은 이민 1세대에 대해서도 “언어와 인종적 편견이라는 장벽에 맞서가며 가족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해 온 것에 대해 늘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그들의 노고를 갚는 길은 우리의 커뮤니티를 성장시키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민 1세와 2세 사이 큰 생각 차이가 아쉬울 뿐이라고. 이민 1세들은 자식들이 좋은 학교에 진학해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가 되는 길만을 성공이라 믿고 있지만 미국엔 다양한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서다.

그가 성공의 중요한 열쇠로 꼽은 건 공부가 아닌 넓은 소셜 네트워크 구축과 도움이 될만한 멘토를 발견해 나가는 것이었다. 이에 이러한 자신의 경험과 리더쉽에 관한 생각들을 모아 오는 5월엔 한국에서 책까지 출간할 계획이라고. 이제 그의 바램은 단 한가지. 다음 세대에 오바마 대통령이나 자신을 비롯한 아시안계의 두드러진 활동에 고무돼 아시안계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나왔음 한다는 것. “부모 세대가 나를 위해 희생했듯, 나 역시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이가 되고 싶다.” 마음 씀씀이마저 자랑스러운 권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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