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판결과 더불어 헌법산책 (2)
보스톤코리아  2012-07-23, 12:14:09 
지난 회에 “대법원은 국회가 입법한 법의 위헌 여부를 판결할 수 있는 최종 권한을 가진다.” 라는 마셜 대법원장의 역사적 판결에 관하여 기술하였다. 따라서 오바마케어를 극력 반대하는 공화당계가 제기한 위헌 소송이 대법원까지 올라간 것은 필연적이라 하겠다. 소송의 핵심은 “모든 시민의 건강보험의무화, 아니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라고 하는 조항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관련된 구체적 헌법 조항은 “주(州) 상호간의 상(商)행위( Interstate Commerce)”이다. 우리에게는 난생 처음일 이 생소한 법 조항을 아래의 흥미로운 재판 이야기를 통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70여 년 전, 오하이오 주의 로스코 필번라는 사람은 (실제 이름은 Filbren이나 소송문서에 Filburn 으로 잘 못 기재됨) 95에이커의 농토에서 젖소를 길러 우유와 양계로 달걀 등을 팔고, 밀도 경작하는 농부였다. 당시 국회는 밀의 과잉 생산으로 인하여 밀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1938년 농산물 법”을 제정하였다. 따라서 정부는 이 법에 의거하여 농부마다 매년 최대 밀 수확량을 할당하여 주었다. 필번은 1941년도 분 할당량에 의거하여, 11.1 에이커만을 경작하도록 되었다. 그런데 필번이 여기서 머리를 굴렸다. 만약 자기가 할당량보다 초과하여 경작하더라도 수확 밀 전부가 농장의 가축 사료와 가내에서 밀가루 등으로 소비될 것이므로 밀 값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추리한 것이다. 따라서 필번은 할당 면적보다 훨씬 넓은 23 에이커에 밀을 경작하여 초과 수확을 하였다. 이에 정부는 법에 따라 초과된 밀 한 부쉘 당 49전, 모두 $117의 벌금을 명령하였다. 이에 필번은 농림부장관인 Wickard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초과 수확한 밀은 상대적으로 미세한 량이고, 오직 자신의 소비에만 쓰였고 시장에 내다 팔지 않았으며, 지방에 국한 되어 타 주의 밀 가격을 하락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즉 자신의 과잉생산 행위는 타 주의 밀 가격에 영향이 없기에, “주(州) 상호간의 상(商)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은 국회에 “주 상호간의 상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할 권한을 주었다. 그러나 주 상호간의 상행위가 아닌 자신의 과잉생산을 통제하는 법, 즉 ”1938년 농산물 법”은 위헌이다.” 라는 것이었다. ( 이 조항의 목적은 연방국인 미국의 여러 주들 간의 상행위를 통제함으로써, 주 상호간의 격차와 극심한 경쟁을 막고 원활한 상호유통을 이루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국가에 불이익이 되는 경우를 막으려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필번의 패소를 판결하였다. “만약 필번이 과잉생산을 하지 않았더라면, 시장에서 밀을 사야만 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과잉생산은 타 주의 밀 가격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또한, 비록 필번 개인으로 볼 때는 아주 미세하고 지방에 국한된 주 경계 내의 행위이기는 하나, 수천의 농부가 필번과 같이 하면 합친 영향이 커서 “주 간의 상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과잉 수확된 밀이 개인소비 목적이고, 시장에 팔지 않았더라도 “주 상호간의 상행위”에 해당함으로 국회가 이를 통제한 “ 1938년 농산법”은 합헌이다.”라고 판결하였다. 여기서 눈여겨 두어야 할 점은 필번의 초과 수확과 가내 소비가 비록 “상행위가 아니었음(non- commercial activity)”에도 불구하고 상행위로 해석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오바마케어와 필번의 두 소송에 제기된 논쟁의 핵심이 동일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 국회가 개인에게 반드시 건강보험을 의무화 하거나 ( 농부에게는 밀 수확량을 할당하고), 아니면 벌금이라는 법을 제정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이다.

오바마케어재판의 피고인 연방정부는 개인의 건강보험의무화는 막대한 의료비 부담이라는 국가의 긴박한 경제적 사안과 직결되므로, 헌법에 명시된 “주 상호간의 상행위에 속한다.” 라고 주장하였다. 만약 농부 수확량 한도 이행, 아니면 벌금”이라는 법이 합헌이었다면, 오바마케어도 합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 중 피고에게 “그러면 브로콜리도 사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대법관의 질문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반면 원고들은 필번의 판결은 국회 입법권의 외부한계를 정한 것으로 오바마케어는 이 한계를 넘었다는 것이다. 즉 1938년 농산물법과 오바마케어와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고 주장한다. 아래 설법에서 우리는 변호사들이 왜 변호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밀을 과잉 경작하는 것을 벌함으로써 농부가 밀을 구매하도록 권장하는 것과 건강보험의 의무화는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바마케어처럼 물품 혹은 서비스의 구매를 의무화한 법은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또 “보험을 안 갖는 것”은 경제행위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이므로 이를 통제하는 입법은 국회가 개인의 자유를 무한정 침해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는, 전문가들은 만약 오바마케어가 합헌으로 판결된다면, 이는 무덤 속의 농부 필번이 오바마 대통령을 살리는 격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대법원이 5:4의 판결로 오바마케어를 살렸다. 그러면 과연 전문가의 예측대로 죽은 필번이 오바마를 살린 것인가? 아니다. 그러면 누가 살렸는가? 다음 주에 알아보자.


윤희경 (보스톤봉사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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