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영국, 비틀거리는 롬니
보스톤코리아  2012-08-06, 14:41:22 
영국의 젊은이들이 비틀거리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런던 올림픽에서 펼쳐지는 운동 선수들의 몸놀림에 집중해 있지만 뒷골목에선 술에 취해 흥청대고 있다. 샴페인을 일찍 터트리는 것이 아니다. 그저 절망을 마시고 취했을 뿐이다.

이 같은 절망은 영국정부의 극한 긴축정책에서 비롯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유로존을 강타했다. 비록 영국은 유로화 화폐통합에 합류하지 않았지만 최대의 무역상대는 유로존이었다. 긴장한 영국은 부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긴축을 처방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를 불황에서 탈출시키기 보다는 극빈 소외계층의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가디언은 2백50만명이 실업자고 7백만명이 극빈자라고 보도했다.

경제가 가라앉고 유래 없는 폭우가 런던에 쏟아지자 우울한 영국국민들이 선택한 것은 독한 술이었다. 한 주류 연구소에 따르면 술값은 1988년에 비해 44%나 더 싸졌다. 영국의 트리사 메이 내무장관에 따르면 젊은이들은 주말 다운타운에 나서기 전 싼 술을 진탕 마시는 “사전 음주(pre-loading)”를 마친다. 관광객들은 영국의 다운타운에서 술취해 비틀거리며 행패부리는 영국의 주정뱅이들을 목격하게 된다. 영국 신사는 옛말이다.

영국 정부는 이런 술 문화와 싸우기 위해 술값을 대폭 올렸다. 슈퍼마켓의 술값은 올랐어도 대박을 치고 있는 술집의 술값은 요지부동이다. 영국정부는 이 같은 젊은이들 술 문화가 올림픽까지 어지럽히는 것은 막고 있지만 쏟아지는 비까지 막지는 못하고 있다. 더구나 경비업체의 자금 부족으로 군인을 동원해 경비하게 했으며 또 이들로 빈 관중석까지 메우는 초라함까지 보여주고 말았다.

이래 저래 속상한 영국을 방문한 미트 롬니는 아픈 곳에 소금을 뿌렸다. 올림픽 준비가 미흡하다며 “영국민들이 단합해 올림픽의 순간을 즐기는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허덕허덕 꾸려가는 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방국 대통령 후보가 할 말이 아니란 게 영국 언론들의 반응이었다. 더구나 같은 긴축정책을 선호하는 그 아닌가. 루퍼트 머독의 타블로이드 <더 선>은 심지어 “얼간이 미트”라며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얼마 전 대선을 100일 앞둔 시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47대 47로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였다. 1980년대 이래 최대의 접전이란 평가다. 더구나 지금까지 선거 100일전 지지율 50%를 넘지 않는 현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한다. 국정방향의 질문에 29%만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롬니로서는 욕심을 내 볼 순간인 것이다.

그러나 런던 올림픽의 숙취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주간지 뉴스위크가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모두 토해 냈다. 뉴스위크는 “백악관의 쥐?”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미트 롬니의 나약함을 구구절절히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 미국 공화당 후보이자 CEO출신인 미트 롬니에게 쓰인다는 것은 심상치 않다.

뉴스위크는 어떤 면에서 겁쟁이보다 더 나약하다고 일갈했다. 롬니는 때로는 어색하게 친근한 것처럼 하다가 어떤 경우 약자를 조롱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하며 결코 남의 입장을 생각하는 온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최악의 평가다. 이러한 증거는 수년간에 걸쳐 너무도 많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청소년 시절, 여자 같고 적응을 잘 못하는 급우를 때리고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기도 했다. 그런 행태는 어른이 되어서도 나타난다. 그는 이미 성공한 솔트레이크 올림픽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당시 그가 경질했던 올림픽 위원들을 그의 자서전에서까지 공격했다. 이들은 추후 재판에서 뇌물혐의를 벗었다.

미국의 보수가 추구하는 남성다움에서 롬니는 완전히 폭탄이다. 남성다움이란 위험한 상황에서의 자신감이다. 그러나 롬니는 극히 위험을 꺼리는 행태를 보여왔다. 그는 베인 케피탈을 떠날 때 충분하게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놓았다. 롬니는 대선 후보로 나서서 단 한 번도 한 이슈에 대해 정확하게 확고한 의견을 낸 적이 없으며 티파티 등 극보수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적도 없다. 뉴스위크가 지적하는 롬니의 가장 큰 겁쟁이 모습이다.

롬니의 입장뒤집기(flip-flop)의 목록은 이렇다. 낙태 권리, 총기, 세금인상, 이민, 동성애 정책,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강보험까지 그는 입장을 번복했다. 진보적인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진보적 정책을, 전국적인 상황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것이다.

용기에 대한 개념도 자기중심적이다. 롬니는 가장 오래된 흑인모임 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에 가서 오바마 케어를 비판한 것을 용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표를 주지 않을 사람들에게 뭐든지 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되려 남부 침례교회 모임에서 자신의 다른 면을 안보고 몰몬 교도인 것에만 몰두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게 바로 용기라는 지적이다.

이미지 구축에서도 실패다. 레이건은 말 등에 올라서 강한 통수권자 이미지를 형성했다. 그런데 롬니는 아내의 등에 붙어 제트 스키를 타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아기가 엄마 등에 매달린 것 같다는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롬니는 늘 레이건 모습을 모방하려고 하지만 알맹이가 없다.

술은 런던의 젊은이들이 마시는데 취하기는 롬니가 취한 형국이다. 겁쟁이, 쥐, 플립플로퍼 등 게워 내야 할 게 너무 많다. 미국 젊은이들마저 절망을 마시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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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yejun
2012.08.08, 11:38:53
한나라를 이끌 지도자!!!우리도 정말 자알~뽑아야되는데.....
IP : 122.xxx.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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