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00배 더 즐기기 27
보스톤코리아  2013-04-08, 11:52:21 
필라델피아 미술관으로부터 대여 받아 현재 보스톤 박물관 (Museum of Fine Arts, Boston)에 전시되있는 ‘대수욕도’(The Large Bathers, 1900–1906).
필라델피아 미술관으로부터 대여 받아 현재 보스톤 박물관 (Museum of Fine Arts, Boston)에 전시되있는 ‘대수욕도’(The Large Bathers, 1900–1906).
MFA Visiting Master Piece : 폴 세잔, 대수욕도 1900–1906
Museum of Fine Arts, Boston
February 2, 2013 - May 12, 2013 Gallery 255


세잔의 그림에서 또하나 재미있는 점은 르네상스시대부터 꾸준히 지켜오던 원근법을 무시하고 한 화면에 여러개의 시점을 동시에 적용하는 새로운 기법을 사용한 점이다. 이 때문에 세잔의 정물화 속 테이블은 불안정하게 기울어져 보이고 사과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 하다. 하지만 사실적 표현을 배제하고 단단하고 본질적인 형태와 빈틈없는 화면구성으로 화폭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창조한 세잔의 그림은 묘한 설득력을 지니며 다가온다. 그의 다시점 접근법은 훗날 피카소, 브라크에게 크게 영감을 주며 입체주의(큐비즘)로 나아가게된다. 이처럼 단순히 눈에 보이는대로의 재연이 아닌 작가의 관념을 통해 특별한 세계를 창조한 세잔의 태도는 후배 작가들에게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하며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술학자 모리스트니가 남긴 말이 세잔의 정물화 속 사과를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의 사과는 먹고 싶지만, 세잔의 사과는 마음에 말을 건넨다.”

독특했던 그의 그림만큼이나 세잔은 고약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평소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고집쟁이였던 세잔은 인물화를 그릴때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작업용 나이프로 캔버스를 난도질을 해버리거나 그림을 창밖으로 집어 던지기도 했다. 그런 그의 괴팍한 성격탓에 흔쾌히 그의 모델이 되어주겠다는 사람은 드물었다. 특히 볼라르의 초상화를 그릴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볼라르는 세잔의 작가로써의 가능성을 보고 용기를 내어 모델을 자청하였다. 한번은 깜빡 졸음이 쏟아져 몸의 균형을 잃으며 의자와 함께 넘어졌는데 한창 작업에 집중을 하고 있던 세잔이 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바보같은 사람! 당신에게 사과처럼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몇 번을 말하지 않았소, 사과가 움직이오! 졸지에 사과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은 볼라르는 초상화를 위해 115번이나 모델을 섰지만 결국 이 초상화는 미완성으로 끝을 맺었다.

세잔은 말년에 평화롭게 목욕하는 사람들의 누드화를 즐겨 그렸다. 불같은 성격이었지만 낯을 가리고 부끄러움이 많았던 그는 누드 모델을 앞에두고 그림 그리기를 꺼려했다. 결국 그림 속 모든 사람들의 모습은 그의 상상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그가 그린 약 200여점의 ‘수욕도’ 시리즈 중 현재 필라델피아 미술관으로부터 대여 받아 보스톤 박물관 (Museum of Fine Arts, Boston)에 전시되있는 ‘대수욕도’(The Large Bathers, 1900–1906)는 미완성작 임에도 불구하고 걸작으로 여겨진다. 피카소가 대수욕도에서 영감을 받아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렸다는 것은 많은 비평가들 사이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상으로 완성된 누드화이지만 그의 작품속 인물들은 풍경과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땅과 하늘의 색채는 그대로 피부에 반영되어 하나의 대자연을 완성시킨다. 그가 반복해서 사과를 그리며 고민했던 변하지 않고 근본적인 형태에 대한 연구는 대수욕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대형 캔버스에 수욕도라는 전통적 소재와, 나무, 땅, 여인들을 연결하는 안정적 삼각형 구도를 통하여 스스로 대표작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을 남기고자 한 세잔의 야심을 대수욕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것이 잘 그린 그림인가?” 묻는다면 누군가는 분명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세잔의 대수욕도는 훗날 그를 잇는 수많은 대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현대회화의 씨앗이 된 걸작임에는 분명하다.

다음주에는 고갱의 작품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1897–1898)가 이어집니다.
관련 전시정보: http://www.mfa. org/exhibitions/visiting-masterpieces
스팟라잇 토크: Visiting Masterpiece: Cezanne's The Large Bathers 수요일, 4/24, 2013 6:00pm-6:15 pm Gallery 255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원장
167 Corey road, suite 205, Boston MA 02135/ph)
857 756 2557
jandonghee@bostonart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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