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환자를 치료할 때 일침이구삼약(一針二灸三藥)이란 말이 있습니다. 먼저 침을 써보고 그 다음에 뜸(구灸)을 뜨고 그리고도 치료가 미진하면 약을 쓴다는 말입니다.

어느 치료방법이 더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침뜸약 3대 치료법 중에서 질병의 가볍고 무거운 정도, 급성인지 만성인지 등 환자의 건강 상태나 병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는 말입니다.

우선 침은 치료법이 간단하고 통증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므로 병이 났을 때 바로 시행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부작용이 거의 없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 침치료를 첫번째로 시행합니다.

그 다음이 뜸치료입니다. 뜸치료가 침 한약과 함께 한의학 3대 치료법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뜸은 냄새가 많이 나고 화상의 위험이 있어서 미국에서는 사용이 제한적이지만 전통적으로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뜸의 기원은 인류가 불을 사용한 것과 관련이 깊습니다. 피부의 일부 조직을 따뜻하게 데워주었을 때 유발되는 특정 질병에 대한 효과를 경험의학 차원에서 전승되어 오다가 최근에는 한의사들 사이에서 학술적인 접근이 활발히 이루어져 뜸의 효용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게 되었습니다.

인체는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해야 하는 큰 과제가 있습니다. 체온이 항상 일정해야 하고 장부 기능과 자율 신경이 균형에 맞게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 중 한 곳만 문제가 생겨도 도미노처럼 계속 연달아 이상이 생깁니다.

뜸의 열자극은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뜸은 근골격계 질병에서부터 순환기 호흡기 소화기 생식기 질병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최근에는 실제 임상에서 뛰어난 치료효과를 입증하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뜸요법의 온열작용은 서양의학의 온열요법 기전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온열요법은 피부 및 피하조직에 온열자극을 가하여 해당 조직의 온도 변화와 혈류량 변화, 세포막 투과성 변화 등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치료법 중의 하나입니다.

뜸의 열자극은 순환의 촉진, 국소 신진대사의 촉진, 통증 및 근경련 감소, 혈관확장으로 인한 혈류량 증가, 체온조절을 위한 발한 작용, 근육재생 활성화, 지방분조직 분해 가속화, 암세포 조직 파괴 등 매우 광범위한 치료 효과가 있는데 그 중 체내 지방조직의 대사와 분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러 가지 임상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뜸이 체중 감량에 커다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방세포는 에너지의 저장과 방출이라는 고유한 기능을 하고 그 지방조직의 합성과 분해에는 다양한 종류의 호르몬들과 인자들이 관여하게 됩니다. 지방분해에 있어서 물리적인 열자극은 국소 세포의 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열량을 소모하고 영양성을 증진시켜 지방분해를 직간접적으로 활성화시킵니다.

피부의 국소 부위를 45-50도 정도 10분 이상 지속적으로 열을 주게 되면 혈관 확장이 이루어지고 활발한
지방대사에 있어 HPA axis의 활동이 불충분하면 이상 지질 혈증을 야기하게 되고 동시에 간과 근육의 인슐린 저항성을 동반한 유리 지방산의 유동성을 증가시켜 비정상적인 지방축적을 야기하게 됩니다. 뜸치료를 반복하면 바로 HPA axis 시스템의 현저한 기능 저하가 오고 그로 인한 식욕 저하를 가져오게 됩니다.

렙틴이란 단백물질은 지방 조직이 증가하면 비례 증가하여 식욕 및 지방 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뜸치료는 더 많은 렙틴 분비를 유발하며 지방축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게 합니다.

그 외에 뜸치료는 인슐린 대사의 조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근육 내 지방의 축적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켜 지방분해를 억제하는데 뜸치료는 각종 호르몬의 분비를 안정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입니다. 그 외에 테스토스테론, 트롬복산, 5-HT 등의 분비 조절을 관여하여 지방분해를 가속화하고 지방축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위와 같은 작용들로 인해 뜸요법은 체중조절에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뜸 치료는 침과 한약을 주로 쓰는 한의사들에게 조차 그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그 효용을 이해하고 화상의 위험을 무릅 쓰고 환자를 설득해서 치료를 받게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피부 화상에 대한 의료 소송의 불안감 또한 뜸치료를 소홀히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 또한 그런 한의사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임상을 통해 그 효능이 월등함을 알게 되어 저 자신을 비롯한 가족 친지에게는 뜸요법을 강력히 권하지만 환자에게는 주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뜸치료 후 증세가 호전되어 환자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환자와 그 주변 가족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환자들이 뜸의 수혜를 보도록 알리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입니다. 뜸요법 중 제가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은 바로 암예방과 조기치료입니다. 다음 번엔 뜸의 암예방에 대해 자세히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의원 선유당 원장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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