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과 허증에 대하여
보스톤코리아  2013-07-22, 11:53:27 
환자가 내원하면 처음에 진단을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팔강변증 입니다. 어디가 어떻게 왜 아픈지를 살피는데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진단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음양표리한열허실 팔강변증에 대해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 환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주 되풀이해서 설명하게 되므로 다시 한번 알려드릴까 합니다.

예를 들어 허리 통증 환자가 있다고 합시다. 평상시 몸관리를 잘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여 건강에 별 문제가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몇 일 전 무거운 소파를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해서 갑자기 통증이 생겼다고 해봅시다. 

허리가 아파 꿈쩍도 못하고 허리를 굽힐 수 없어 진통제를 복용하고도 잠을 설쳤습니다. 다음날 당장에 한의원을 내원했다면 이런 요통은 실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증은 극심하지만 예전의 만성요통 내력이 없고 때맞춰 치료를 잘 하면 그다지 오랜 치료 기간이 필요하지 않고 비교적 회복이 빠릅니다. 

반면 10년전 출산 후부터 허리 통증이 생겨 고생하는 분이 있습니다. 상황이 안좋아 산후조리를 잘 못하고 일상 생활을 바로 시작했습니다. 아기가 자주 보채서 항시 안아 키우면서 곧 잘 허리가 아팠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 갈 나이가 되었는데도 허리가 쑤시고 뻣뻣해집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일상에 일이 많아 쉬지 못하고 일을 계속할 경우 금방 허리가 아파옵니다. 본인이 조금만 무리해도 허리가 아파지므로 평상시 조심조심합니다. 무거운 물건은 들지 않고 잠 잘 때도 한자세로 자면 허리가 아파오므로 자주 자세를 바꾸어줍니다.

오래도록 허리 통증으로 고생을 하니 한의원을 내원해서 만성 요통을 치료해볼까 생각을 합니다. 이런 환자의 요통은 허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증은 증상이 짧은 시간 내에 시작하고 급격히 악화됩니다. 평상시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몸 안의 균형 상태가 잘 이루어져 있으면 질병이 와도 잘 이겨내고 인체의 항상성을 잘 유지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들에게 만성 질병이 잘 없습니다. 

반면 허증은 오랜 세월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고 악화 속도가 느립니다. 몸 안의 불균형으로 인해 질병이 와도 빨리 물리치지 못하고 몸 안의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불균형 상태가 오래 되다 보면 질병에 노출되는 횟수도 늘고 병을 이겨내는 속도도 느려지고 전체적으로 면역 체계 또한 약해지게 됩니다.

열이 나는 증상을 통해 실증과 허증을 구별해 보겠습니다. 오후에 사람이 많이 모인 쇼핑몰에 다녀온 후 목이 따끔거리고 콧물이 나더니 밤이 되니 드디어 열이 오르고 갈증이 납니다. 열감기로 인해 온 몸이 아프고 두통이 생깁니다. 

이것은 실열에 해당합니다. 실열은 외사에 의한 것이건 인체내 염증 반응으로 인한 것이 건 실증이라 열이 세고 몸 전체에서 열이 납니다. 이런 경우 인체의 면역 체계가 작동되어 외부 침입자나 염증과 싸우느라 열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면서 몇 일 앓고 나면 열이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허열이란 것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폐경 후 오는 갱년기 증상으로 인한 음허 증상을 들 수 있습니다.

밤만 되면 땀이 나서 자다 깨어 젖은 옷을 갈아입습니다. 열이 나고 더워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등줄기에 땀이 주르륵 흐릅니다. 낮보다는 밤에 증상이 심하고 갈증도 저녁 시간에 더 많이 느낍니다. 갱년기 증상으로 밤마다 더워지고 땀이 나는 증상은 몇 일 고열이 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수 개월에서 수 년 동안 계속됩니다.

이처럼 허증 증세는 세월을 두고 진행되어 치료 기간이 길어지므로 질병을 대하는 환자 본인의 마음 가짐 또한 달라야 합니다. 병이 진행되는 동안 본인이 인체가 보내는 여러 가지 자각 신호들을 무시하고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질병이 진행된 시간이 길어져 치료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뒤늦게라도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자신이 살아 온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 잘못된 생활 방식이나 안 좋은 습관들이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고 하나씩 교정해 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인체는 원상회복력이 매우 강해서 질병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자연치유능력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허증의 병이 발병했을 시에는 조급한 마음을 뒤로 하고 의사나 주변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돌아보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질병을 대하는 것입니다. 

음양화평지인이란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지향하는 몸과 마음이 이상적으로 균형 잡힌 사람을 말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음양화평지인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나 강렬한 의지로 음양화평지인이 되고자 갈구하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한의원 선유당 원장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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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칼럼닌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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