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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거추장스러운가
보스톤코리아  2013-10-25, 21:17:30   

<편/집/국/에/서>


댓글 스캔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부끄럽게 뉴욕타임스도 나섰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비롯한 각종 스캔들로 한국 정치가 마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불리하면 현안을 외면해오던 보수 신문들도 국정원 댓글 사건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의 댓글 선거개입은 국정원 직원 김 모양이 소속된 심리전단 제 3팀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심리전단 4개팀 중 1팀 기획팀을 제외한 2팀(네이버 등 주요 포탈), 3팀(중소형 포탈) 그리고 5팀(SNS팀) 모두에서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국정원 댓글 수사팀 윤석열 팀장은 5팀의 혐의를 잡고 상부의 만류에도 3명을 체포해 수사를 실시했다. 처음엔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부인하던 5팀 소속 요원들이 약 5만건이 넘는 불법 선거 트윗을 날렸던 사실이 이 수사로 밝혀졌다.


박수를 받아야 당연한 상황이지만 검찰 지휘부는 상부의 지시를 받지 않고 항명에 의한 불법 수사였다고 수사를 문제 삼았다. 국정감사장에서 드러난 상황은 달랐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국정원댓글 수사팀장)은 여러 차례 자신의 상관인 조영곤 서울지검장에게 보고 했음에도 보고누락 사유로 수사팀에서 배제됐음이 밝혀졌다. 윤 청장은 외압도 폭로했다.


국정원 뿐만 아니다.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도 불법 선거 댓글에 관여했으며 새누리당 산하의 SNS팀 일명 ‘십알단’과 서로 같은 내용을 확대 재생산하는 3각 공조의 모양새를 만들었다. 국가보훈처도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좌파 종북으로 규정하고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개입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선거와 법치다. 대통령 선거에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 국정원 댓글 사태의 본질이라면 근간 중의 하나가 어긋난 것이다. 그런데 이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기관 경찰, 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부인하지만 채동욱 총장, 윤석열 수사팀장, 권은희 수사과장 등에서 외압의 윤곽이 드러났다. 법치가 될 리 만무하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제대로 작동 못하는 중차대한 상황인 것이다.


지금도 많은 국민들은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야당의 발목잡기’ 또는 ‘대선불복’이란 단어로 정형화하며 애써 무시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보수 일각에서는 그게 무슨 문제인가라고 되묻고 있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부정선거란 주장에 대해 국가 기관에는 진보성향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지 않느냐며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돼 있는지는 우리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나, 재판 결과가 나왔나”고 반문했다. 결국 개인들의 문제를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그의 말이다. 또 그의 생각이 가이드라인이라도 되는 것마냥 대부분의 여당 의원도 앵무새처럼 비슷한 말을 일사불란하게 쏟아내고 있다.


조정래의 베스트셀러 <정글만리>에서는 “문제삼지 않으면 문제가 아닌데 자꾸 문제를 삼으니 문제가 된다”라는 중국정부의 정책방향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정부관료가 비리를 저지르며 하는 말이며 공안의 단속에 돈을 쥐어 주며 벗어나는 사업주들이 하는 말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이나 청와대의 입장이 바로 이것일 수 있다. 그냥 개인적인 일인데 왜 자꾸 문제 삼느냐는 태도다. 선거는 끝났으니 지난 일은 덮어두고 이제는 경제와 민생만을 놓고 국회를 이끌고 정치를 하자는 이야기일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를 용인하고 있지만 중국은 분명 공산당 체제다. 그 같은 태도는 공산주의나 독재 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선거를 놓고 보자. CIA가 특수팀을 꾸려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FBI가 성급히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으며 국방부에서도 조직적으로 야당 후보를 비난했다고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미 대통령과 정부가 검찰총장의 오래된 개인사를 끄집어 내 갑자기 경질하고 수사팀을 조사하는 사태가 과연 가능이나 할 것인가.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협상과 절충의 결과다. 국정을 펼치는 상황에서 반대와 견제는 동전의 뒷면처럼 따라 붙는다. 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더 좋은 정책이 탄생한다. 그것이 힘들고 거추장스럽다고 일방통행을 하겠다는 것이 현 정권의 인식이다. 청와대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일방통행에는 김기춘 비서실장, 강창희 국회의장, 현경대 평통수석부의장 등 7인회가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청와대와 주요 요직에 전방위 배치되어 있는 것을 주목하면 된다. 지금처럼 진용을 구축할 것이라면 왜 선거 비대위에서는 김종인, 이상돈, 안대희 같은 합리적 보수를 전면에 내세웠나 의문이다. 한마디로 당선용이 얼굴마담이 아니었던가.


정치가 실종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청와대의 가이드 라인을 벗어나는 모든 행동에 대해 용인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하물며 여당 국회의원들도 청와대만 해바라기 한다. 여당이 야당을 상대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이 야당과 맞붙으니 협상이나 절충이 있을리 없다.
어느 지점에서는 야당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타협하지 않고 선거의 부정만을 자꾸 가리려한다. 불법은 더 큰 불법을 낳고 자칫 민주주의를 인질로 잡게된다. 야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출마 이유에 대해 여러 차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밝혀왔다. 그것은 분명 아버지의 길을 다시 걷겠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역사를 다시 쓰는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새마을 운동, 유신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 그리고 민주주의다. “문제삼으니 문제가 된다”는 묻지마 정치의 귀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래도 민주주의가 거추장스러운가. 청와대에 묻고싶다.

장명술, 보스톤코리아 발행인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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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2]
 맛있어요 2013.11.03, 23:58:28  
그럼요. 벽에다 물으면 들려 올까요?
IP : 24.xxx.74.180
 yun 2013.10.26, 03:25:56  
문제는 불씨조차없이 진실을 알수있을런지~~~
IP : 122.xxx.10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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