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퍼거슨에선 지난 여름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보스톤코리아  2014-12-01, 11:17:34 
(보스톤=보스톤코리아) 한새벽 기자  = 세인트루이스 대배심은 24일 경관 데런 윌슨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여전히 분노스럽고 씁쓸하다”는 흑인인 드벌 패트릭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절제된 반응은 미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보스톤에서도 1400여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지난 8월 무덥던 여름날 퍼거슨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동안 경관 데런 윌슨의 이름은 물론 모습까지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마치 존재하지 않은 사람처럼. 그러나 미 언론은 대배심의 평결이 내려진 후 데런 윌슨의 사진과 그의 지난 9월 대배심에서 진술을 공개했다. 대배심은 60여명의 증언을 들었다. 그중에 윌슨의 증언은 당사자의 한 명으로 가장 생생하게 현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다음은 워싱톤 포스트가 보도한 윌슨의 진술이다. 

8월 경관 윌슨은 거리를 순찰하다 두 명의 흑인 청년들이 도로 한 가운데로 걷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 중 한 명은 담배를 들고 있다. 그날 경찰 무선라디오에서 계속해서 떠들어 대던 담배 강도 이야기가 머리에 스쳤다. 그는 이 두 흑인 청년(한 명은 사망한 브라운)들에게 보도로 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브라운은 윌슨에게 욕을 하며 말을 듣지 않았다. 일반적인 반응이 아닌 격한 반응에 윌슨은 그가 강도혐의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병력지원 요청을 했다. 그리고서는 두 흑인청년 앞에 차를 세우며 가로막았다. 윌슨이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려 하자 브라운은 “도대체 뭐하는 거냐”며 차문을 거칠게 닫았다. 

윌슨은 “그(브라운)는 나를 노려보았고 마치 겁박하고 힘으로 누르려 하는 것을 느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윌슨이 물러나라고 말하자 브라운은 대신 주먹으로 윌슨의 왼쪽 뺨을 가격했다. 윌슨은 “얼굴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경찰봉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의 주먹이 가까이 있는 상황에서 경찰봉은 전혀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권총을 뽑는 선택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가 물러서지 않으면 쏘겠다고 하자 브라운은 “비겁한 놈”이라며 권총을 손으로 움켜 쥐었다. 

윌슨이 발포했지만 총알은 나가지 않았다. 마침내 발포가 되면서 유리창이 파손됐고 핏방울도 튀었다. 윌슨이 이 청소년을 보았을 때 브라운은 그를 돌아다 보았다. 윌슨은 “그는 나를 쳐다보았고 가장 화난 표정의 얼굴이었다. 마치 악마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나에게 두 손을 들고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후 브라운은 윌슨을 또 가격했다. 윌슨은 또 총을 제대로 발사하지 못하다 또 총탄을 발사했고 브라운은 손에 총을 맞아 도주했다. 

그러자 윌슨은 브라운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브라운은 도망을 포기하고 전봇대 근처에서 윌슨을 기다렸다. 윌슨이 땅에 엎드리라고 명령했지만 오히려 브라운은 그에게 돌진했다. 윌슨은 그가 그르렁거리며 첫발을 내딛었을 때 마치 차량이 시동을 걸며 출발하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브라운의 왼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고 그의 오른손(총을 맞은 것으로 보임)은 바지춤에 넣고 있었다. 

윌슨은 총격을 시작했고 몇 발은 빗나가고 몇 발은 브라운에게 꽃혔다. 윌슨은 브라운 머리를 겨냥해 쏘았다. 이것이 치명타가 됐다. 결국 브라운은 쓰러졌다. 윌슨은 12발을 쏘았고 브라운은 총 6발의 실탄을 몸에 맞았다. 
사고 직후 얼굴에 입은 타박상 상처를 촬영한 데런 윌슨 경관 (사진 좌)  마이클 브라운 총상을 표시한 부검표 6발의 총알을 맞았다
사고 직후 얼굴에 입은 타박상 상처를 촬영한 데런 윌슨 경관 (사진 좌) 마이클 브라운 총상을 표시한 부검표 6발의 총알을 맞았다
 
대배심이 불기소 평결을 내린 이유 
12명의 대배심원은 백인 9명 흑인 3명으로 구성되었다. 기소를 위해서는 총 9명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한데 구체적으로 표결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이들은 무려 3달에 걸쳐 증인들의 증언을 들었으며 지난 금요일인 21일 오후 3시에 만나 논의하고 다시 월요일 만나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많은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경찰이 두손을 든 비무장 청소년에게 잔혹하게 총격을 가했다는 주장과 윌슨 경관의 진술은 차이가 있다. 분명히 브라운과 윌슨은 드잡이질을 벌였고 결국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증인들의 증언은 때로는 상당히 달랐으며 윌슨 경관만큼 직접적으로 묘사한 사람은 없었다. 또한 윌슨 경관의 총과 경찰복 상의 바지에서 브라운의 DNA 흔적이 발견된 것도 드잡이질의 증거이며 브라운이 총을 뺏으려 했다는 증거로 사용됐다. 

또한 치명적인 사격을 했을 때 일부는 브라운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지만 상당수의 증인은 브라운이 경관쪽으로 향해 움직였다고 증언했다. 혈흔을 감정한 결과도 브라운이 경관쪽으로 향했음을 뒷받침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브라운은 컨비니언스 스토어에서 담배를 훔쳤다. 

불기소 평결에 분노하는 이유 
가장 먼저 대배심의 구성비다. 9명의 찬성이 있어야 기소가 가능한데 백인 9명 흔인 3명의 대배심의 구성자체는 벌써 불합리한 구성이 엿보인다. 특히 대배심의 운영도 이례적이었다. 뉴욕타임즈는 일반적으로 검사는 수사를 하고 범죄요건을 구성하고 대배심에게 기소를 권유하는 형식으로 대배심을 진행하는 대신 모든 것을 대배심에 맡겨버렸다고 맥클러크의 잘못을 지적했다.

둘째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검사인 로버트 맥클러크의 아버지는 경찰이었고  흑인 범죄와 관련된 업무 수행중에 사망했다. 따라서 특별검사를 수용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그는 대배심에 기소심사를 맡겼다. 

특히 검사들은 윌슨 경관에게는 “총기를 사용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나” 등의 정당방위의 타당성을 이끌어내는 쉬운 질문만 하고 윌슨이 왜 지원 경찰을 기다리지 않고 도망가는 브라운을 쫓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반면 윌슨의 증언에 반대되는 증언을 하는 증인에게는 까다로운 질문을 던졌다. 

셋째, 윌슨 경관의 증언이 철저하게 검증되지 않은 채 대배심에게 가장 신빙성 있는 증언으로 제시됐다. 6피트4인치(193센치)에 200파운드(91킬로)가 넘는 윌슨 경관은 같은 크기의 6피트 4인치의 브라운이 자신을 움켜 잡자 “다섯 살짜리가 헐크 호건에게 잡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의 진술에 과장이 있음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넷째, 브라운이 전혀 무기가 없었다는 사실을 조명되지 않은 채 그가 윌슨 경관쪽으로 움직였다는 것만 집중 조명됐다. 그가 반발자국 정도만 움직였다는 증언도 있었지만 윌슨은 그가 돌진해 머리만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왔다고 증언한 것이 받아들여진 분위기다. 굳이 지원병력을 기다릴 수 있었는데도 쫓아가 사살한 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다.

결론 
편의점에서 담배를 강탈한 브라운이 경관에게 반항하고 위협했으므로 충분히 범죄사실이 입증된다. 그러나 총상을 입고 도주하는 청소년 브라운을 추격해 다시 총격을 가하고 최종적으로는 머리를 쏘아 사살한 것은 경찰의 과잉총기 사용 혐의가 의심된다. 그를 법정에조차 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문제가 있다. 더구나 사건 발생후 경찰은 데런 윌슨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 절차 조차 진행하지 않았고 검사도 편향일관으로 대배심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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