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 위기에 빠진 한인회, 세가지가 필요하다
보스톤코리아  2015-04-23, 22:58:29 
한인회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새로운 한인회장 후보자가 등장했지만 해결기미가 보이기 보다는 일이 꼬여가는 형국이다. 그동안 감춰왔던 세금보고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인회 세금 보고가 2005년을 마지막으로 10여년간 이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한인회는 2010년 5월 부로 비영리단체의 지위를 잃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한인회가 존재 이유부터 출발하는 근저의 깊은 고민을 하기 보다는 자신과 결부된 이익관계에서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후보자인 김경원 관장은 미주에서 최초로 태권도를 공립학교 정규과정에 도입시킨 입지전적인 인물. 그러나 한인회 기존의 문제를 떠맡는 것에 대해서는 노땡큐란 입장이다. 현 한인회장이 임기 말인 오는 4월 30일까지 문제를 해결하고 ‘깨끗한’ 한인회를 인수인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인회장 활동을 시작도 하기 전에 ‘골치 아픈’ 세금보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를 떠맡는 것에 대해 억울하게 여길 수 있다. 

세금보고 문제는 한 두 한인회장의 문제가 아니다. 10년 가까이 세금보고가 안됐고 무려 4명의 한인회장과 관련되어 있다. 조영태 한인회장(2003-2006)의 4년차 세금보고부터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안병학 한인회장(2007-2008) 때는 물론 유한선 한인회장(2009-2012) 그리고 한선우 한인회장(2013-현재)까지도 세금보고가 안됐다. 중간에 세금보고 연기 신청을 하기도 했지만 3년 연속 세금보고가 없으면 국세청은 비영리 단체 자격을 취소하기 때문에 2010년 5월 국세청은 자격취소를 자동으로 결정했다. 

현 한인회는 비영리단체 자격을 잃었지만 더 큰 문제는 한인사회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자격을 잃은 것을 공식 통보 받은 것이 2011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4년이나 이 사실을 감춰왔다. 한인회 관계자들은 이것을 재빨리 공개해 해결방법을 찾기보다는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는 입을 차단했다. 동시에 한인회장이 봉사직이고 명예직이다 보니 모두가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기에 바빴다. 이 폭탄으로부터의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주판을 튕기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는 만무했다. 

결국 지금껏 한인회장은 있었지만 타개할 리더십은 없었다. 한인회가 한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 목표는 사라졌고 한인회관이라는 2층 목조건물과 각종 한인회 직책, 이사 등이 뼈대로 덩그라니 남아 있을 뿐이다. 왜 한인회가 그리고 왜 한인회관이 존재해야 하는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한인회 임원과 이사는 몇이나 될까.

한인회는 한인사회의 친목과 한인의 권익신장을 위해 (한인회 관계자들의) 봉사를 요구하는 단체다. 봉사라는 단어 속에는 희생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봉사 속의 희생을 생각하는 리더십은 없고 한인회의 독단과 불투명에 대한 비판을 막는 도구로 ‘봉사’를 내세우는 리더십이 존재했다. “내 시간 들여서 봉사하는데 도움은 주지 못할 망정 비판만 하고 있다”는 한인회 관계자의 말을 신문에서 수도 없이 접했을 것이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간과 정열을 희생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즉 지금까지의 모든 세금보고 문제를 책임지고 맡아서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 한인회장이어도 좋고 새로운 후보자여도 좋다. 아니면 이사 중의 한 명이어도 된다. 

둘째로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공방전으로 비화시키기 보다는 투명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책임을 묻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한인사회 내에는 법원이 없으니 누가 유죄이고 누구의 책임이 더 크다는 식의 임의적 판단을 내리면서 난투극을 벌여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인회는 진상조사위 등의 방법을 동원,  최초 세금보고가 안된 이유와 또 이후에 한인회장들은 왜 세금보고를 하지 못했는지, 인수인계는 정확하게 이뤄졌는지를 밝혀 공개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해결 책임을 맡은 인물은 그동안의 밀린 세금보고를 처리하기 위한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계획서에는 세금보고를 위해 필요한 회계사 비용과 법률자문 비용 그리고 그동안 미납 세액에 대한 벌금과 이자 등에 필요한 추정 비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매사추세츠 주는 올 7월부터 시작되는 2016년 회기연도 예산안에 세금보고 사면안을 포함시키고 있으므로 벌금은 면할 수도 있다. 

셋째 필요한 것은 한인사회 구성원들의 도움이다. 일단 과거 세금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기간에 한인회 회장, 부회장, 사무총장 그리고 이사를 역임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을 반성하고 진상조사위가 책정한 일정금액을 선도적으로 납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자라는 금액은 한인사회 전체 차원이 모금으로 채워야 한다. 한인사회는 한인회가 거듭날 수 있도록 ‘미워도 다시 한번’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이런 캠페인을 통해서도 충분한 금액을 모으지 못한다면 한인회관 재산관리위가 보관하고 있는 건립기금에서라도 충당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한인회의 영문 명칭을 버리고 새로운 명칭을 채택하면 세금보고가 간단히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한인의 대표기관이자 한인의 권익을 추구하겠다는 단체가 꼼수를 택해서는 안된다. 미국사회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세금을 회피한다면 결코 떳떳하지 못하다. 한인회관 건물만 덩그라니 남고 세금 회피라는 불명예를 한인사회가 떠안는다면 건물이 무슨 소용인가. 이미 한인들의 정신은 땅에 떨어져 뒹굴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한인회의 위기는 기회다. 지금껏 불투명에서 투명으로, 개인적 실리를 따지는 리더십에서 희생의 리더십으로, 한인사회 무관심에서 한인사회의 참여로 이끌 수 있는 기회다. 이것이야 말로 전화위복이 아닌가.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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