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에 시작한 등산
보스톤코리아  2015-07-06, 11:44:22 
나는 평소에 짬짬이 동네 걷기는 자주 했었으나 그러나 제대로 운동을 했다곤 볼 수 없었다. 걷다가 땀이 날라하면 끈적끈적한 느낌이 싫어서 얼른 중단하였었다. 내 작은 몸 아끼었던 잘못된 습관이었다. 

결혼 후 직장을 다니지 않고 가정주부로 편하게 살다가 갑자기 의지만 하던 남편을 아프게 일찍 저 세상에 보내었다. 그 후 도자기랑, 어린 한국 유학생들을 돌보아주며 벌은 수입으로 십대의 두 딸 뒷바라지 한다고 10 여년 동안 꽤 바쁘게 살다가, 환갑 직전에 골밀도 검사결과를 해보니 골다공증까지 걸려버렸다. 내 작은 뼈대에 당연하리라 예상은 했으나 섭섭하고 걱정이되었다. 약도 먹긴 했었지만, 뼈에 좋은 음식과 운동도 필요한 거였다.
그때부터, 이제 좀 과격한 운동을 해야지 마음먹고 있던 2009년 가을이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잠시 집에 와있던 큰 딸이 무료했던지 어느날 갑자기 산을 가자고 했다.

등산이라...
미국에서 난 한번  Dicky and Welch 산을 산사랑 따라서 몇 년 전에 한 번 갔던 적이 있었다. 참 즐거웠었다. 그러나  또 갈 기회는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 30 년 이상을 사는 동안 우리 식구는 야외 활동이라면 언제나 바다로 향했고, 그래서인지 큰 아이는 강, 바다를 15 마일 등 수영 경주는 했어도 어릴 때부터도 산에는 벌레가 있다 해서 등산은 가본 적이 없었다.

엉뚱하게 딸아이가 그것도 제일 높은 뉴햄프셔 워싱톤 산을 가자고 무턱대고 말해서 내가 무리라 대답하니 그럼 내가 가지 않으면 자기 혼자라도 가야겠다 해서 애 만 보낼 수 없어서 난 따라나서야 했었다. 난 Dicky and Welch 를 그래도 가보았으니. 그래 그럼 둘이서 갈 수 있는 데까지 한번 가보기로 하자 결정했다. 나중에 딸은 내가 뻔히 따라 오리라 짐작을 하였단다.

아이는 등산다니는 자기 친구에게 묻고, 나는 이 지역 베테랑 산사랑 임원 김혜순씨게 물어본 후 라파엣 산이 가능할 거다 해서 Washington 보다 낮은 곳이니 거기로 대신 시도키로 했다. 

10월 21일, 수요일, 일기예보도 괜찮아서 그날 당장 하기로 했다. 전날 밤 지도공부도 하고, 마음은 걱정 겸 설레어 잠을 설치었다. 새벽 6시에 집을 떠났다. 
8시경에 Flum visiter Center parking 장에 도착했다.  파킹장에서 마침 낙옆을 치우는 레인저께 트레일 컨디션을  물어보았더니, 말씀이 Falling Waters 트레일로 올라가고 Old Bridle Path로 내려가라 권해서 그리하기로 했다. 

장비는 없었고, 딸이 점심과 물병 등을 넣은 책배낭을 매고 운동화를 신고, 장갑, 자켓 등은 준비했다. 다행히 나는 마당일 할 때 신는 가죽 장화가 있어서 그걸 신었다. 

시작한지 1시간 정도 올라가니 벌써 얼음과 눈이 여기 저기 얼어 붙어있었다. 등산 경험이 없었던 딸은 미끄러운 상태를 접하고는 먼저 겁이 났는지 겸손해져 어제완 달리 다정하게 내가 원하면 지금이라도 돌아가도 된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대답하곤, 이젠 내가 아쉬워 조금만 더 가보자하고 먼저  자꾸 올라갔다. 딸은 뒤에서 따라왔다. 우린 숨도 많이 차서 여러번 쉬었고, 중간 중간 찬밥과 핫도그를 먹으니 맛있었다.

미끄러웠다. 나무가지를 작대기로 쓰고, 기면서 뿌리를 이리저리 잡기도 하며 가다보니 결국 우리는 해이스택 첫봉을 올라가게 되었다. 

활짝 열린 그곳엔 찬 공기가 우리를 휩싸고 돌았다. 예비로 가져온 어울리지않는 고운 스카프로 얼른 얼굴을 둘러싸며 한기를 막았다. 4,760' 산 바람이었다. 그날  산에서 처음으로 만난 한 등산객이 스파이크 창을 보여주며 이런거 쓰면 좋다고 권고하였다. 
하여튼 우리의 첫 화이트 마운틴 봉우리였다! 

모녀는 그때 거기서 완전히  New Hampshire 산에 매료되었다. 
해이스택, 린컨 그리고 라파엣 세 봉우리를 모두 올라갔다. 그 봉우리들 사이 산등선이 3 마일을 걷는 동안엔 황홀한 경치를 보는 행운의 순간도 있었다. 하늘을 가로막았던 짙은 안개가 어느 순간에 무대의 커튼같이 활짝 걷히며 확 사라져 버렸다. 그러면서 저기 멀리 아주 멀리까지 첩첩의 동양 산수화가 그대로 나타났다. 그건 거기에서 그때만 보는 거였다. 

사진도 여러 장 찍었는데 지금도 보면 좋다. 
하산 3 마일은 이미 지쳐서였는지 끝이없는 돌산인 것 같았다.
10시간, 10마일의 White mountains 첫 등산, 트랙션을 착용했어야 되었던 미끄러운 산 상태 날에 모녀는 운 좋게 무사히 완주를 했다.
며칠 후까지 다리가 뻑쩍지근하였으나 기분은 좋았다. 
난 그후에 딸과 둘이서, 또는 산사랑 팀하고 그리고 AMC (아팔래치안 등산 그룹)에도 조인하여 열심히 등산하였다.
만 이년 동안 뉴햄셔 4,000' 이상 48봉을 끌내고, AMC 4000 Footer club 증서를 년중 행사에서 흐뭇하게 받았다. 학교 우등상 또는 개근상 받는 기분 같았다. 
그렇게 된 건 딸의 배려 덕분이었다.

뉴욕에서 살고 있는 딸이 열심히 틈을 내서 여러 금요일날에 직장 끝나고 곧장 버스 또는 기차를 타고 Boston에 도착했다. Andover 집으로 오면 밤 12시쯤이 된다. 잠시 눈을 붙이고 우린 토요일 새벽 산으로 향했다. 내가 48봉 할 수 있게 열렬히 나를 밀어주었다. 19.5 마일 Bond와 18.5 마일 Owls Head 횡단 등은 긴 등반이라  산에서 하루를 자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무거워질 배낭이 부담되어서 모두 당일치기로 하였다. 걷는 속도가 느린 나에겐 딸과 같이 아니하였으면 힘들었을 거였다. 우리둘은 좋은 등산 짝이다.

산에 있을 때는 좋은 공기가 내 목구멍으로 들어가 행복했고, 착해지려 하고, 다한 욕심과 후회가 사라지기도 했다. 순간이지만, 심지어는 남에게 겸손하려고 노력까지 하게 한다. 
그리고 난 내 생전에 없었던 새 근육이 생긴 것을 보고 하도 신기해서 자랑도 한다. 골밀도도 조금이나마 올라가서, 앞일은 하루 앞도 알 수 없지만  그냥 계속 산은 가야겠다.
지난 몇 해는 딸은 바쁘니, 마추피추 트랙외에 난 외국 사람들과 그룹산행을 중독같이 다니고 있다.

2011, 12 월달에  딸 둘과 페루 잉카 트래킹을 했는데,  밤마다 비가 쏟아지는 탠트속에서 잤다. 낮에는 다행히 맑은 날씨였었다. Dead woman's Pass 4,200m (13,776') 거쳐, 히아누피추봉  2,720m ( 8,924' ) 에서 내려다본 마추피추 2,430m (7,972') 는 역사의 슬픔과 신비였다.

2013, 모로코의 초원과 양떼 무리들은 딱 성경책에 나오는 장면이었다. 또한 황무지, 그리고 High Atlas M'Goun mountain, 4,068m (13,346") 봉상에서 멀리 뻗어있는 사하라를 바라보는 시간은 모든 생각을 중지시켰다.
2014, 안나푸르나 11일간의 트랙킹 - Annapurna Base Camp, 4,130m (13,549") 에서본 새벽의 장경은 선글라스를 끼고도 눈이 부셨다. 네팔 사람들은 불교, 힌두교를 믿어서인지 선하게 보였다.

2015, 아르헨티나, 칠레의 파타고니아 글라시어 산들과, 인기도가 더 높아지는 유명한 파타고니아 "W"트랙을 방금 끝내고 와서 난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 모두의 정상에서 한없이 있고 싶어 발걸음 돌리기가 정말 싫었다. 

걸림돌들도 꽤 많다. 고소증, 내 150 cm 키엔 무거운 백팩킹은 힘이 든다. 타지의 음식이 종종 속을 불편하게 해서 허허 벌판에서 쩔쩔맬 때도 많았고, 잘 타는 피부에 건조와 열로 인해 입이 부르터서 추하게 보이기도 하긴 하다. 좁은 헛에서 여러명이 며칠을 지내면서 다른 사람의 기침이 나에게도 번져 기침도 한참 했었다. 집이 제일 편한 건 사실이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고 또 하나 걱정이 있다. 노후자금이 살살 줄어든다. 

요즈음 생명줄이 자꾸 길어진다곤 하지만 왼쪽 무릎도 가끔 아프고 하니 갈 길이 더 가까운 건 확실하다. 난 좋아하는 건 많은 것 같은데, 뭘 끈질기게 장시간 동안 꾸준히 견뎌낼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이렇게 등산이 나에게 적당한 걸 뒤늦게 알게 된 아쉬움도 많지만 몸이 따라주면 열심히 하려 한다. 내 주위 친구들에게 경우에 따라 여행 경험을 신나서 이야기도 해준다. 부러워 하기도 하고 질투도 하는 거 같다. 누구든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살고 있으니 돈 생각 덜하고 산에 가려한다. 길어야 몇 년 더 가겠는가.

정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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