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24회
보스톤코리아  2015-11-30, 11:23:43 
한국 여행을 마치고 엊그제 보스턴 집에 도착했다. 세계정세가 하도 어수선하니 그래도 내 동네에 도착하니 안도의 쉼이랄까 우선 깊은 호흡으로 마음을 안정시켜본다. 한국여행 중에 만난 국제뉴스였던 프랑스 파리 도심을 무차별하게 공격한 무슬림 아이 에스의 테러. 그 후에 경고로 떠오른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과 뉴욕의 타임스퀘어 그리고 보스턴의 하버드 대학이라는 뉴스 기사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남편과 통화 중에 보스턴도 테러 경고 지역이던데 괜찮으냐고 물으니 그냥 피식 웃는다. 보스턴 시내에 남편의 비지니스 공간이 있고 아이 둘 학교도 시내에 있으니 걱정이 되었다.

세상살이가 늘 그렇듯이 마음에 근심 하나가 는 셈이다. 어찌 나 혼자만의 근심일까마는 각 개인마다 각 나라마다 세계 각국에서 요즘 겪는 일인 것을 말이다. 미국도 정부에서 국민들에게 다른 나라의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여기저기 안팎이 어수선할 때에는 그저 조용히 내 자리 지키고 있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책임져야할 업무가 있어 움직이는 사람들이야 어찌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그저 하늘에 자신을 맡기고 하늘의 뜻을 따라 움직이는 수밖에 뭐 특별한 방법이 있겠는가. 불안한 마음이야 감출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옛말이 있듯이 밝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먹구름으로 뒤덮이다 갑작스럽게 천둥·번개 번쩍거리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이면 언제나 내 어머니 그렇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하늘에서 천둥·번개 사정없이 내리치는 날에는 하늘 아래의 사람의 마음은 모두가 한마음이 된다고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요 며칠 그런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사는 곳에 진정 '안전지대'란 있긴 있는 것일까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이 나라 저 나라 구석마다 여기저기서 속절없이 테러에 폭격에 지진에 그 어디에도 안전지대란 없음을 깨닫는 것이다.

며칠 전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아가씨를 만났다. 멕시코에 친구가 있어 여행을 가는 중이라고 한다. 결혼 전에 다니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많이 다니면 좋을 것이라고 얘길 해주었다. 결혼하면 달린 가족이 있어 혼자 움직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다가 미국 디트로이트에 도착해 반나절이 지나 보스턴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뉴스를 보다가 멕시코 시티에 수십 초 간 건물이 흔들리는 강한 진동(5.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멕시코로 여행을 간다던 아가씨가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한국 인터넷 뉴스를 둘러보다가 어제 11월 24일 페루에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온몸이 오싹해지는 것이 아닌가. 페루에는 지난 8월 중순에 11박 12일의 여행을 다녀왔던 곳이다. 그곳에 다녀왔던 기억이 있어 더욱 아찔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란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요 며칠 정신없이 어수선한 세계 속 뉴스에 집중하다 보니 너무 민감해졌나 싶다. 어찌 됐든 여기저기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 현장의 눈뜨고 볼 수조차 없을 만큼 참담한 모습을 보며 어찌나 가슴이 아픈지 모른다.

그것이 어찌 남의 일일까. 그저 우리 모두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마음이 불안하고 가슴이 아프고 아린 것이다. 누구의 잘못이냐고 그 누구에게 물어야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어지러운 세상 안과 밖의 처절하고 처참한 모습에 가슴이 아리고 소리 내도 메아리 없는 이 애통함과 비통함에 마음이 휑해진다. 누구에게 탓을 하며 그 누구를 원망해야 옳을까. 탓을 하고 원망하면 속이 풀리긴 풀리는 것일까. 그렇다면 깨끗이 잊히는 것일까.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다. 작은 개인의 생각에서나 큰 나라의 국제적 문제 해결에서일지라도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다.

나만 안전하고 내 가족만 안전하면 최고란 말인가. 그것은 아니다. 우리가 모두 함께 더불어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안전지대란 가정과 학교와 사회와 국가 안에서의 든든한 정신과 마음 그리고 튼튼한 몸이 우선이다. 그 어디에도 휩싸이지 않도록 자신의 정체성 확립과 주체성을 가지고 바로 설 수 있을 때 그 자리가 '안전지대'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을 위해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과 학교에서 선생님의 역할 그리고 소통과 화합이 이루어지는 사회와 국가에서의 역할이다. 그것만이 우리 모두의 '안전지대'가 아닐까.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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