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30회
보스톤코리아  2016-01-18, 11:49:57 
새해를 맞으며 한 해 동안 어떤 삶을 계획하고 실천으로 옮길까 하며 생각해 본다. 늘 그렇듯이 신년 초에는 이런저런 계획들로 시간표를 짜놓지만, 결국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하나의 궁리에 불과할 뿐이다. 머릿속의 생각은 아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그래서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힘이다. 계획이란 실천에 옮겼을 때만이 그 힘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까닭이다. 물론, 특별한 계획이나 목표 없이 그저 그렇게 사는 삶보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신년 계획을 세우는 삶은 연말이 되었을 때 많은 깨달음을 얻게될 것이다.

주역에 자천우지自天祐之가 있다. 그것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어른들에게서 자주 듣던 말씀인데 오늘따라 유독 그 말씀이 귀에 오래도록 머물며 가슴에 젖어온다. 잠시, 무엇이든 자신의 노력 없이 얻는 것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것이 그럴만한 이유가 지난 토요일에 파워볼 당첨금액이 세계 사상 최고의 900 밀리언이었으니 가히 놀랄만한 액수다. 그런데 그만 추첨에서 또 당첨자를 뽑지 못해 세계 최고의 당첨금액인 1.5 빌리언이 된다는 것이다. 밀리언도 아닌 빌리언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세어보기도 어려울 숫자놀이에 분명 그 어딘가에 누군가 주인공이 있을 터인데 하며 이왕이면 매사추세츠주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것은 바로 확률을 제어 보아 마음에서 그 주인공이 나이면 좋겠다고 별별 공상을 다 해보는 이유이다. 아마도 모두가 그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음 추첨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누가 됐든 놀라운 일은 놀라운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내린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런 엄청난 금액의 당첨자가 될 수 있겠는가. 그 당사자가 살면서 복을 지었든, 아니면 부모와 조상들의 은덕으로 은혜를 입은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큰 바람이나 운을 기대로 살지는 않았지만, 몇 년 전 잘 아는 지인이 로또 당첨자가 되어 깜짝 놀랐던 일이 있었다. 그것은 늘 그런 일은 멀리에서 바라보는 정도라도 생각했던 이유이다. 그래서 그때 난생처음 내 스스로 돈을 내고 로또를 매 주 한장씩 몇 차례 사보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런 행운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지 않으면 기회도 없다'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 훌쩍 지나 '로또에 대한 허황된 꿈'은 사라졌다. 그런데 또다시 세계 최고 당첨금액의 파워볼 유혹에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라는 농담어린 말로 파워볼 티켓을 몇 장 샀다.

어찌 됐든, 파워볼 당첨 주인공은 나올 테니 그 많은 당첨금액으로 귀하고 좋은 일들에 많이 써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선한 마음의 소유자에게 하늘은 행운을 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보면서 말이다. 이렇듯 소소한 일상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만나고 느끼며 오늘을 보내는가 싶다. 무엇이든 멀리서 보면 모두가 근사해 보이지만, 가까이에 가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복잡하지 않던가. 바로 그것이 우리네 주어진 삶이고 그것 좋든 싫든 간에 거기서 자신의 몫을 다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삶.

때로는 당연한 듯한 것들로부터 잠시 생각에 머물면 그 당연함이란 것이 그렇게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질 수가 없다. 나 자신이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부모님을 구심점으로 형제·자매 그리고 친인척 가족의 구성원들 속에서의 나. 가끔은 우리가 너무 멀리만 바라다보고 너무 높이만 올려다보기에 내 곁의 소중한 것들을 소홀히 대하고 흘려보낼 때가 종종 있는 것이다. 이렇듯 멀리 보던 방향을 조금만 느슨하게 놓아두고 높이 보던 눈높이를 조금만 낮춰서 나를 향해 바라볼 수 있다면 적어도 내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 따뜻함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자천우지自天祐之의 사자성어는 우리가 사는 현대인들에게 조금은 쉼을 주는 말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빠른 시간에 무엇인가 해내야 직성이 풀리고 빠른 답을 얻어야 속이 풀리는 세상이 아니던가. 언제나 내가 우선이어야 하는 세상에서 나 아닌 남은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어떤 존재이기를 바라고 어떤 존재로 남는 것일까. 그렇다면 남에게 나는 어떤 존재이고 어떤 존재로 남은 것일까. 그 누구로 인해 내 삶이 좌지우지되지 않는 인생이면 좋겠다. 인생 여정에서 큰 요행보다는 작은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삶이길.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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