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43회
보스톤코리아  2016-04-25, 11:57:27 
120회를 맞은 2016 보스톤 마라톤 대회가 4월 18일에 열렸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회를 돋보이게 한 것은 2013년 보스톤 마라톤 테러로 부상을 당했던 31명이 참가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가슴 뭉클한 일이 아닌가.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 좌절이나 낙담으로 낙오자가 되지 않고 자신을 더욱이 훈련하고 노력해 그 상처를 딛고 당당한 모습으로 우뚝 선 것이다. 참으로 감동적인 일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의 현실로 힘들다고 버겁다고 나 자신을 탓하기보다 주변의 것들을 들춰 탓하던 모습에 부끄럽기까지 한 것이다. 이렇듯 삶의 겸손한 마음과 태도를 또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몇 년 전부터 보스톤 마라톤의 이모저모 사진을 담으러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현장에 사진을 담으러 갔다가 그 자리에 있었던 내게 남편과 가족은 적잖은 충격을 가졌었다. 그 후 지난해와 올해는 가지 않았으면 하고 눈치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을 멈출 수 있겠는가. 며칠 전부터 텔레비젼 뉴스와 라디오 뉴스에서 계속 테러방지 강화와 함께 많은 경찰병력을 투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이 이번 대회에서는 테러 방지용 센서를 단 폭탄 디텍팅 헬리콥터(Bomb detecting helicoper)를 띄운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2016 보스톤 마라톤에는 망설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남편에게는 얘길 안 했었지만, 은근히 마음에 부담된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난가을부터 준비했던 터키(이스탄불 등) 여행을 지난 3월에 취소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여행하기에 터키 내에서의 내전과 시끄러움이 발목을 잡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남편과 세 아이가 터키 여행은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가족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미국인들과 함께 떠나려 했던 터키 여행은 그 나라의 사정으로 미국 여행사에서 예약했던 금액의 크리딧을 돌려받을 수가 있었다.

미국마저도 이제는 자유로운 나라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라가 되어가는 것이다. 한국을 방문해 돌아오는 길이나 다른 나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세관을 통과할 때에 예전과는 너무도 다른 검열과 검사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911 테러 이후 더욱 강화되었고 또한 그 이후 보스톤 마라톤 테러 이후에는 더욱이 강화되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그 테러로 부상을 당한 당사자와 가족을 잃은 아픔과 상처로 있을 유가족의 마음에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 모든 검사가 당연한 것임을 알면서도 점점 자유로운 공간의 상실이 마음 아픈 것이다.

그 어디에도 이제는 안전한 곳이 없다는 사실과 평화의 공간이 사라져 간다는 상실에 가슴이 아픈 것이다. 무엇인가 검열을 위한 통과의 문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벽의 두께는 두꺼워지는 것이고 그 담의 높이는 높아만 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낸 두꺼운 벽과 높은 담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 담에 나 자신이 갇히는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할 일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그 해결의 방법은 무엇이며, 또한 그 해결을 위한 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펑펑 터지는 테러 앞에서 움츠러들 수만 없지 않겠는가.

이제는 여기까지 와 있는 것이다. 이번 120회를 맞은 2016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도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러너 패스포트(Runner Passport)가 전달된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에는 없었던 새로운 일이다. 보스톤 육상 협회(Boston Athletic Association)에서 테러 이후에 참가자들에게까지 검문검색이 강화된 이유로 시작된 새로운 것이다. 지금은 그 어떤 강화의 요소들이나 제재들에 대해 불편함으로 인해 불평이나 불만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자유주의 국가에서의 평화와 자유의 상실이 참으로 가슴 아플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개개인은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진정 우리는 이 어려운 세계 각처에서 일어나는 테러로부터의 위협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저 어디에서 어떤 테러가 일어났으니 그곳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그저 내 집과 내 직장만 오고 가면 제일 안전한가. 그렇다면 내 가족은 또 내 조국은 정말 생각과 생각의 이어진 꼬리를 따라가 보면 참으로 막막하다. 하지만 이번 2016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느낀 것이 있다면 바로 자신의 자리에서 하던 일을 멈추지 말고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보스톤 마라톤 테러로 부상을 당했던 31명이 이번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는 것으로 이유와 답은 충분하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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