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Whitney (14,495feet / 4,418m) 등정 후기 (1)
보스톤코리아  2016-09-26, 12:17:05 
필자가 미국본토(알라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에서 최고봉인 Mt. Whitney(14,495feet/ m) Trail에 나서게 된 것은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필자와 함께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Presidential Range며 White Mountains을 걸었던 한 동료로부터 JMT(John Muir Trail)를 종주하였다는 간단한 메일과 산행앨범을 받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JMT는 미 서부 남북으로 이루어진 시에라네바다(SierraNevada) 산맥 가운데 캘리포니아 주 요세미티(Yosemite)계곡에서 남쪽으로 Mt. Whitney에 이르는 장장 211miles(358km)의 산길을 일컫는 말이다. 세계 3대 트레인 중에 하나로 꼽히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외롭고 가장 행복한 길로 알려져 있다. 해발 10,000feet(3,000m)를 넘나드는 높이에 상어 이빨과 같이 솟아오른 화강암 산봉우리들의 파노라마에, 절벽, 세코이아 거목과 맑고 빛나는 호수로 이루어져있다.  

산행 앨범을 보며 열흘 이상 먹을 짐과 텐트등 무거운 배낭을 지고 두 내외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렇지만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하니 한시도 JMT의 모습이 필자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침 캘리포니아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이것은 필자를 사랑하는 그 분께서 필자에게 주시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다. 하루 저녁이라도 JMT에서 잠을 잘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8월 29일 월요일 이른 아침, 필자는 그야말로 극적으로 9월 6일과 7일 overnight Mt. Whitney 입산 허가를 받았다. 이미 입산할 사람들은 모두 예약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 중 누군가 취소할 때 자리가 생기는데, 워낙 후보들이 많으니 그 타이밍을 맞추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 또한 필자를 향한 그 분의 계획이라 믿는다. 

9월 5일 오후 3:30분에 Lone Pine이란 동네에 도착하여 그곳에 있는 Visitor Center에 들러 자랑스러운 파란색의 허가증과 배변 봉지 그리고 곰 방지 밥통(렌트)을 받아들고 거기서 13miles 거리의 Whitney Portal로 이동하였다. 

Whitney Portal은 해발 8,360feet(참고로 미동북부 최고봉인 Mt. Washington은 해발6,288feet이다)에 자리 잡고 있는 Mt. Whitney의 들머리(Trail head)이다. 야영장과 주차장, 그리고 작은 가게가 하나 있었다. 그곳에 도착한 시간이 5시경이었는데 산에 내려온 사람들과 그곳에 하루 야영한 사람들로 분주해 보였다. 그곳에서 필자는 생각지도 않게 JMT 종주를 마치고 막 하산한 한국인 세 분을 만났고, 또한 야영장 텐트 자리에서 한국 분들을 이웃으로 하게 되었다. 이 분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내일 산행에 대한 더 많은 정보과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받았다. 

Mt. Whitney 정상에 이르는 길은 Elevation Gain(실제로 걷는 높이)이 6,100feet이고 편도로는 약11miles이니 왕복 22miles의 길이다. 처음에는 정상으로 가는 중간 지점인 Trail Camp에 텐트를 치고, 그곳에 배낭을 두고 가벼운 차림으로 정상에 오르고 내려오면서 일박을 할 계획이었으나 그 계획을 바꾸어 먼저 그곳에서 일박을 하고 이른 아침에 정상에 오르기로 하였다. 나중에 이 계획이 얼마나 잘 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산행 계획 변경으로 6일 아침은 아주 넉넉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아침을 든든하게 해먹을 수 있어 좋았다. 텐트를 접어 배낭에 묵고 들머리를 떠난 시간은 오전 7시 30분이었다. 첫발을 띄자마자 가슴이 벅차오른다. 

오늘 걸을 거리는 6miles, 높이는 해발 12,000feet 지점이니까 Elevation  Gain은 3,400feet 정도이다. 빨리 계산해 본다. Mt. Washington은 얼마였던가? 약 4,000feet 아닌가! 그렇다면 비록 6miles이 계속 오르막이고 10,000feet 이상에서 겪을 수 있는 고소증이 염려가 되었지만  해볼 만하지 않은가?

푸른 수목으로 우거진 지그재그 길을 한참 올라서니 출발한지 2.8miles, Lone Pine Lake 로 갈라지는 푯말이 나타났다. 지도를 보니 이곳이 9,900feet, 높이로는 고작 1,500feet인데 여기까지 오는 길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35 파운드나 되는 배낭이 나를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산 중에서 일박하는 계획을 세웠지? 그냥 하루 산행으로 배낭 없이 간단한 점심과 간식, 그리고 물만 지고 올라오면 될 것을? 그러나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걷는 자에게 주어진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앞으로 걸어가느냐, 뒤로 돌아가느냐. 길 위에 선 자에게 쉼표는 있으나, 마침표는 없다."(신영철, 『걷는자의 꿈, 죤 무어 트레일』)는 말을 되새기며 천상 오늘 밤 안으로만 들어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쉬엄쉬엄 걸었다. 산행 길에서는 빨리 걷는 자가 바보라고 하지 않는가? 빨리 걸으면 볼 것을 놓치기 때문이다. 느릿느릿 걸어야 자신의 내면과 대화가 되는 법이다. 

생각을 바꾸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하였다. 그곳에서 1mile 정도를 더 올라가니 아름다운 초원이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 저 멀리에 화강암 벽들이 장대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더 지나니 맑고 맑은 Mirror Lake가, Trail Side 초원이, 그리고 마침내 오늘 야영할 Trail Camp에서 0.5mile 떨어진 Consultation Lake가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김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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