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93회
선택과 운명
보스톤코리아  2017-04-24, 12:13:14 
삶이란, 참으로 오묘하고 신비롭다. 생각하면 할수록 어찌 이리도 알록달록하고 올록볼록한지 가끔은 즐거움에 행복해하다가 느닷없는 일 앞에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걷기도 한다. 때로는 나 자신의 일들 앞에 놓여있는 어려움에 남의 탓을 하며 원망의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며 살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그리 길지 않음을 깨닫는 나이가 되었다. 남을 탓하기보다는 나의 부족함을 들여다보며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나만 바라보며 살던 좁은 삶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과 마주하고 나누는 또 하나의 세상을 맛본 까닭이다.

어린 시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쉰둥이 늦둥이로 자란 나는 어린 마음에 늘 젊은 부모를 둔 아이를 부러워하며 자랐다.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동경 내지는 부러움이나, 샘, 질투 더 많은 단어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그 뜻을 몰라 그저 부러운 마음과 어린 마음에 샘만 가득했었다. 어른이 되어서 안 일이지만, 나 자신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는 일들은 삶 속에 수없이 많음을 겪고 경험하면서 알아차리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선택'은 어쩌면 이미 정해진 스스로의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어려서는 '운명'이란 말에 늘 거부하는 마음으로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그 사람을 만나 서로 호감을 갖고 좋은 관계가 되었을 때 말이다. '선택'은 나 자신이 한 것 같은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하면 '운명'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 '선택과 운명'에 대해 골똘히 생각에 잠기다 보면 참으로 신비롭고 오묘하다. '어떻게 내가 너를 만났을까?'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참으로 오묘하지 않은가? 모래알처럼 수없이 많은 사람 중에 내가 너를 만났다는 사실은 신기한 일이기에 한없는 감사가 넘친다. 또한, 神의 존재에 대해 경외하는 마음이 절로 넘쳐 흐른다. 

선택이란, 어쩌면 불공평한 일이라고 혼자 생각한 적이 있다. 선택이란 둘 이상의 대상 가운데서 필요하거나 접합한 대상을 가리어 택하는 것이기에 말이다. 선택할 수 있는 입장과 선택할 수 없는 처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은 그 안에는 차별이 있음을 본다. 너무도 쉬이 넘기는 말이지만, 이 선택이란 것에 상처받은 입장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부모 밑에서 풍요로운 가정생활과 환경으로 잘 자라온 사람이나, 어려운 가정환경과 불우한 생활 속에서 자란 사람은 둘 다 본인 스스로 선택한 길은 아니었을 것이다.

선택은 가진 자의 위선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으면 할 수 있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선택할 수 없는 입장은 선택을 당하는 입장인 약자가 되는 것이다. 선택을 기다리는 입장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기에 선택할 수 있는 입장에 종속되는 것이다. 자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상대의 말에 따르며 기다리는 일 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때로는 자신의 주변 환경을 탓하면서 불만과 원망으로 산 날들도 허다하지만, 결국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자신에 대한 설움과 세상에 대한 울분과 비판만 늘고 만 것이다. 무엇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차라리 선택에 대한 아픈 상처보다는 운명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神)이란 존재는 작은 보잘것없는 인간에게 '병 주고 약 주고 그리고 기쁨과 행복'을 선물하는가 보다. 그래, 선택도 신(神)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면 운명도 인간에게 주신 신(神)의 섭리이리라. 하지만 혼자서 살 수 없는 우리의 삶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입장과 처지는 늘 그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선택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학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작은 소망이 있다면 바른길에서 옳게 사는 일 뿐이다. 

선택이든, 운명이든 간에 모두가 각자의 길에서 제 몫대로 흘러간다. 그 모든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물이라면, 막을 수 없는 물이라면 결 따라 흐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되면 또 '운명'일까. 운명에 모든 생을 맡겨버린 사람들에게 '선택과 운명'이 신(神)으로부터 온 것이라면 쉬지 않고 운행하는 神의 섭리(우주의 섭리) 속에서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위로이고 희망이며 소망이고 꿈일 것이다. 지금의 어려움이, 슬픔이, 고통이 언제까지나 나의 몫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은 '운명'이라는 자리에 이미 '선택의 선물'을 주신 신(神)의 손길을 아는 까닭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신영의 세상 스케치 595회 2017.05.08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한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래도 서운한 마음은 어인 일일까. 참으로 기구한 운명..
신영의 세상 스케치 594회 2017.05.02
"본래 빛깔 없는 햇빛은 빛의 잔치판으로 세상을 만들고 있다."좋아하는 분의 강의 시간에 들었던 한 구절이었다. 어찌나 감명 깊었던지 그 얘기를 깊이 생각하고..
신영의 세상 스케치 593회 2017.04.24
삶이란, 참으로 오묘하고 신비롭다. 생각하면 할수록 어찌 이리도 알록달록하고 올록볼록한지 가끔은 즐거움에 행복해하다가 느닷없는 일 앞에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걷기..
신영의 세상 스케치 592회 2017.04.17
글쎄, 나는 까탈스런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일은 사람을 처음 만나면 그 사람의 목소리와 걸음걸이를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 그것은 누가 가..
신영의 세상 스케치 591회 2017.04.10
엊그제는 때늦은 눈이 내리더니 이내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야 어찌 어린아이들 뿐일까. 긴 겨울을 보내며 답답해도 자동차 없이는 움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