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진정한 쉼이란!!
신영의 세상 스케치 621회
보스톤코리아  2017-11-13, 14:02:26 
쉼, 진정한 쉼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진정 제대로 된 쉼을 쉬어보긴 했던 것일까. 나 자신에게 잠시 물음을 던져본다. 어떤 움직임 없이 편안하게 집안에서 침대나 소파에 누워 혼자 가만히 있다면 이것이 쉼인가. 아니면 집 밖의 포치 위에서 워킹 체어에 몸을 맡기고 있거나 바닷가에서 비치 체어에 누워있다면 그것이 쉼인가. 바쁘게 움직이며 사는 현대인들은 습관처럼 쉼을 그리워하지만,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있는 여유조차 저당 잡히고 말았다는 생각을 한다. 쉬고 있어도 언제나 손에는 핸드폰의 움직임이 바쁘다. 

한 모임에서 삶에 있어 '진정한 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내 차례가 왔다. 내게 있어 쉼은 우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르면 계절마다에서 느끼는 오감 터치는 내게 그 무엇보다도 제일 편안하고 평안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창조주에 대한 감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의 장소이기에 내게 더없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쉼이라는 것은 마음의 여유의 공간이 남아 있을 때까지가 '쉼'이지 않을까 싶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더 높은 산을 오르고 싶은 욕심이 생기니 이 또한 진정한 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내가 또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사진이니 말이다. 사진은 어떨까. 작은 렌즈로 보는 세상은 또 하나의 멋진 나만의 공간이고 나만의 세상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또한 쉼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5월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에서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을 들어서는 작은 마을은 몇 시간을 걷고 또 걸어도 푸르른 밀밭 사이의 바람과 줄지어 늘어선 포도밭의 평화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무거운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하루 온종일을 걸으면서 핸드폰과 작은 카메라에 그 풍경을 담느라 바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쯤에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모두가 나의 욕심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늘은 파랗고 흰 구름 두둥실 거리는 작은 마을의 오솔길 밀밭 사이에 빨간 양귀비 한 그루 바람에 제 몸을 이리저리 맡긴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 곱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내 나는 그 양귀비 앞에서 작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 나는 멈칫 발걸음을 멈췄다. 그것은 그 꽃을 담는 순간 내가 그 빨간 양귀비꽃의 목을 잘라 꺾어온 그 느낌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 느낌을 오래도록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때야 알았다. 내가 사진을 목적으로 여행하는 것이 아닌 내 영혼의 씻김과 덜어내고픈 욕심 그리고 바쁘게 살던 내 습성에서 잠시 나를 숨 쉬게 하고 싶어서 순례길을 걸으러 온 것이 생각난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늘 이렇게 여기에서는 저기를, 저기에서는 여기를 생각하기에 온전한 여기에서의 지금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없는 이유이고 까닭이다. 어느 장소와 어느 시간과 공간이 아닌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마음의 상태이며 온전한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욕심을 내려놓는 만큼의 비례.

그 날 이후로도 한 이틀은 핸드폰과 작은 카메라에 풍경을 담아왔지만, 마음으로 약속을 했다. 내년에 순례길을 걸으러 이곳에 다시 온다면 그때는 기록으로 남길 사진 외에는 카메라에 담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것은 온전한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물론, 앞으로의 약속은 나 자신 스스로가 책임지어야 할 일이지만 그 후의 깨달음은 내게 참으로 귀한 선물이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깊은 묵상의 시간이 이어지며 한 편의 가슴은 제대로 된 사진을 담아오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다. 그 얼굴 없는 욕심은 참으로 깊고 강하고 질기다.

쉼, 진정한 쉼을 얻고자 떠난 여행의 순례길에서 사진에 마음을 빼앗겨 온전한 쉼을 얻지 못하고 돌아왔다. 바로 그 깨달음이 '온전한 쉼'을 누릴 통로의 문이 열린 것이다. 억지로 내려놓고 싶었던 욕심을 나 스스로 무거워 내려놓고 싶어진 마음이 열린 것이다. 아,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마음 안으로 들어오니 깊은 한숨이 몰아져 들숨이 되었다가 날숨으로 훅 빠져나간다. 숨통이 열리는 시원함에 가슴이 훅 트인다. 그래, 이것으로 족하다는 느낌이 내 온몸과 마음에 차올랐다. 그 순간의 느낌이 그 찰나의 누림이 바로 진정한 쉼은 아닐까 싶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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