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녀석에게 카메라 선물을 받고...
신영의 세상 스케치 630회
보스톤코리아  2018-01-29, 11:28:06 
아들과 엄마가 둘이서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드라이브를 하며 나누는 모자간의 데이트는 기분 좋은 일이다. 언제나 내게 친구 같고, 오빠 같고, 남동생 같은 때로는 남편보다 더 조심스러운 그런 녀석이다. 엄마에게 가장 가슴 아팠던 녀석, 태어나자마자 심장병으로 엄마의 곁을 떠나 시내 병원으로 실려 갔던 녀석이다. 그 녀석을 생각하면 언제나 엄마인 내 마음이 너무도 아프고 아리고 저린 그런 녀석이다. 그 큰 녀석이 대학 4년을 마치고 법대를 다시 들어가 3년을 더 공부하고 졸업을 했다. 그리고 또 스페셜티를 위해 뉴욕에 가서 공부를 더하고 졸업을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내게 고마운 녀석이다.

지난해 9월 Job(직장)을 얻어 첫 출근을 시작했다. 세상 밖에서의 첫걸음이었다. 바쁘게 공부만 하고 달려왔던 녀석. 엄마는 너무도 고마웠다. 어려서부터 시키지 않아도 제 일을 찾아 하고 늘 조용하고 절약하던 녀석. 이 녀석이 지난해 8월에 얘기를 해온다.
"엄마, 제가 첫 직장을 잡았으니 엄마한테 선물하고 싶어요!!" 한다.
"매번 이런 선물을 할 수 없을 거예요!!"
"엄마가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얘기해 주세요!!"
그렇게 녀석의 '선물 얘기'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엄마는 별 필요한 것이 없는데..."

사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예전에 좋아하던 '모양내기'에는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다. 언제인가부터 관심도 줄어들었을뿐더러 그런 것들이 내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입고 든 것까지 이러쿵 저러쿵 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누군가 멋진 옷을 입고 멋진 가방을 들고 있으면 내 성격대로 느낌을 전달한다.
"와우, 멋지다!!"
"이리 줘봐요, 나도 잘 어울리나 들어볼까??"
이렇게 해서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 특별한 모임에 가는 날에는 전에 들고다니던 썩~ 괜찮은 백이 한둘 있어 그리 촌스럽지 않게 챙기고 다닌다. 큰 녀석의 선물에 '핸드백'은 어떻겠느냐는 말에 엄마는 별 필요없다 말해놓고는 친한 친구에게 '명품백 선물'에 대해 물으니 친구의 생각을 말해준다.
"얘, 그 선물은 받아도 좋지 뭐!!"
"첫 직장 잡아 엄마한테 하는 첫 선물인데..."
"결혼하면 아이들 키우고 와이프 챙기느라 점점 더 힘들어 져!!"
하는 것이다.
친정 언니한테 또 한 번 더 물어봤다.
"얘, 그 비싼 백을 사긴 뭘 사니??"
"아이들도 제 직장 잡아 저 살기도 힘들텐데..."
"핸드백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건 낭비고 사치야!!"
삶의 생활에서 절약형인 막내 언니는 그렇게 얘기를 해준다.

고민이 생긴 것이다. 활달하고 명쾌한 친구의 의견과 알뜰한 살림꾼인 언니의 얘기 사이에서 두 달을 고민을 하였다. 그리고 차라리 '선물'을 받을 거라면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을 해달라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있는 카메라 'Nikon D7000'은 벌써 6년째 나와 함께 동행해 왔으니 나의 친구이고 애장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 썩~ 괜찮은 카메라를 만나면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 했었다. 그렇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 미루고 또 미루다 몇 년이 흘렀다. 사실, 마음에 드는 '카메라 바디'를 하나 장만하고 싶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떠오른 것이 바로 'Nikon D850' camera body였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고민이 또 되었다. 일단 큰 녀석에게 엄마의 의견을 전달했다.
"엄마는 핸드백보다는 'Nikon D850' 카메라 바디가 좋겠다고."
그리고, 가격에 대해서도 아주 비싸다고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이 녀석 한다는 말이...
"엄마, 괜찮아요!!"
"엄마 생일과 크리스마스 선물 모두 합쳐서 할게요"
하는 것이다. 엄마는 눈시울이 뜨겁고 시큰거렸다. 큰 녀석의 '첫 직장 보너스 선물 + 크리스마스 선물 + 엄마 생일 선물'로 큰 녀석에게 카메라 선물을 받고 고마웠다. 녀석 덕분에 요즘 열심히 카메라 'Nikon D850' 공부를 하는 중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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