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7] 여자의 마음은 한여름의 날씨?
보스톤코리아  2018-02-26, 10:54:39 
현대인이라면 ‘성경’이란 두 글자와 더불어 ‘셰익스피어’란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한 명의 작가였는지, 어떤 집단의 필명이었는지, 고위 외교관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들이 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사실 그는 악명 높은 언어파괴자였다. 인터넷 세대의 언어파괴는 저리 가라이다. 품사를 마음대로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단어를 만들기도 하고, 문법을 무시하기도 했다. 나 같은 사람이 그러면 언어파괴라 하지만 시인이 그러면 시적 상상력이라 한다. 그것이 세상이니 난들 어쩌겠는가. 

셰익스피어의 언어파괴 사례 중 하나가 ‘between you and I’이다. 그가 <베니스의 상인>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많은 학자들에게 논란을 제공한 구절이다. 영문법에 의하면 between은 전치사이고, 전치사 다음에는 목적격 대명사를 써야 한다. 즉 ‘between you and I’가 아니라 ‘between you and me’라 써야 한다. 애팔래치아 산맥에 사는 어떤 백인들이 이런 구절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들이 셰익스피어의 후예가 아닐까 하는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전에 ‘5’를 뜻하는 그리스어 penta-에 대해 다루었다. 약속대로 이번 호에서는 penta-에 관한 사랑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 그대를 여름날에 비할 수 있으랴? 그대가 훨씬 더 사랑스럽고 온화한 것을”이란 멋진 사랑의 속삭임을 구사한 사람은 영국이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던 윌리엄 셰익스피어이다. 아무튼 이 구절은 그의 소네트 18번에 나온다. 이건 과연 여인에 대한 찬사일까? 전반적으로는 그렇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닌 것이, 영국의 여름 날씨를 생각해보라. 얼마나 변덕스럽고 사나운가? 천둥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내리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햇볕이 쨍쨍 내리쬔다. 여자의 마음은 여름날씨처럼 알 수 없다는 것이 바로 그가 숨겨놓은 또 다른 의미이다. 사실 그는 다른 작품에서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 라는 위험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가 한반도에서 병자호란이 일어나기도 훨씬 전인 1616년에 타계했으니 다행이지 지금 살아있다면 여성비하 발언으로 사회적 지탄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초적 언사를 내뱉으면서도 여덟 살 연상의 부인과는 잘 살았던 것 같다.) 

아무튼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소위 iambic pentameter란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는 시인들의 관심사로 남겨두고 우리는 그냥 penta-가 ‘5’를 뜻하니까 이것이 ‘5음보’라는 것만 알아두자.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와 같은 우리 옛시조의 3-4, 4-4 음보보다는 약간 짧다고 생각하면 된다. 

penta-를 볼 때 마다 떠오르는 또 다른 단어가 있다. 바로 펜타그램(pentagram)이다. penta-는 ‘5’이고 gram은 ‘그림’이니까  정오각형 내부에 그려진 별을 말한다. 찌그러진 별이 아니고 정오각형 안에 그려진 반듯한 별 말이다. 서양 사람들은 예로부터 펜타그램이 신령스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서 특별한 상징물로 사용해왔다. 유태인들이 쓰는 다윗의 별이나 불교도들이 사용하는 만(卍)자처럼 말이다. 멀리 고대 그리스와 바빌로니아 사람들도 그랬고 특히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입은 다섯 군데의 상처를 나타내는 데 이를 사용하기도 했다. 

 정오각형의 내각은 각각 108도이고, 한 꼭짓점에서 하나 건너 뛰어 다음 꼭짓점을 연결하면 두 선 사이의 각도는 36도가 되며 결과적으로 108도는 정확하게 삼등분된다. 이렇게 계속 한 칸 건너뛰어 꼭짓점들끼리 연결하면 펜타그램 즉 오각성이 만들어진다. 108도를 삼등분한 세 각은 각각 36도씩인데, 36은 6의 제곱이니까 이를 62 + 62 + 62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요한계시록에도 언급된 숫자이지만 그보다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악마의 숫자 666이 떠오르지 않는가.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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