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꼴값'이라야...
신영의 세상 스케치 641회
보스톤코리아  2018-04-16, 12:55:09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늘 즐겁기도 하거니와 때로는 많은 사람들로 시끄럽기도 한 일이다. 이 모든 것들이 살아있음의 꿈틀거림이 아닐까 한다. 특별히 이민 사회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였다. 모두가 '잘난 사람들' 그 누구 하나 '나 못났다'하는 사람은 보질 못했으니 말이다. 아마도 이민 오기 전의 한국에서의 생활은 모두가 내놓아라 하는 가정과, 직업과 생활을 누렸던 모양이다. 물론, 나 자신 역시도 내 것에 대한 사랑을 넘어 애착 내지는 집착에 이르는 것이기에 뭐 더 할 말이 있을까마는 그저 내가 제대로 못 이룬 꿈이나마 자식이 내 꿈을 이뤄줬으면 싶은 바램이 솔직한 내 마음일 게다.

옛말에 '꼴값'이란 말이 있다. "꼴값 하고 있네!" 이 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아주 기분 상하게 들리는 말이다. 아무래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들어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이 말을 오래도록 깊이 생각해보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가끔은 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하기에 "너는, 정말 네 꼴값을 제대로 하고 있니?"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정말, 얼마만큼 내 꼴값을 하고 사는 것일까? "남들에게 좀 그런 말 들으면 어때?" 남을 의식하느라 제대로 된 내 꼴값도 못해보는 어리석음에 있는 나를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꼴값을 찾기 위해 나를 더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남의 장점과 단점은 원하지 않아도 어찌 그리 잘 짚어 내면서도,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보라면 제대로 찾는 것은 고사하고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 내가 나를 알면 얼마나 알고 살아가는 것일까. 또한 내가 나를 아는 것이 전부일까. 내가 모르는 내가 또 있는 것이다. 내가 모르지만 남이 아는 내가 또 있으니 말이다. 만나면 만날 수록 이렇듯 오묘하고 신비롭다는 생각에 "어찌 사람의 마음을 이리도 아름답고 섬세하고 곱게 만들어 놓으셨을까?"하고 감탄하는 것이다.

때로는 보여주는 나, 보여지는 나, 비춰지는 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을 곁에 가까이 두느냐에 따라서 때로는 '여유롭고 편안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옹졸하고 속 좁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나만 잘하면 되겠지!'하고 앞만 보고 가다가 작은 돌 뿌리에 채여 '큰 코 다치는 일'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 그렇다면 진정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잘 사는 일일까. 돈 잘 벌고 출세하여 재물과 명예를 얻으면 편안하고 만족한 삶이며 멋진 인생이라 말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하늘이 정해준 삶이 분명 있는 것이다. 어느 사람은 풍족한 가정에서 태어나 불편함 없이 살아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세상에 대한 불만 가득히 살아가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특별히 가난이 불행을 말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현대 생활에서의 물질은 다른 생각(이성)들마저 마비시킬 만큼 위력을 행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꼴값'을 제대로 하고 싶어한다. 제 색깔과 모양 그리고 목소리만큼만 꼴값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정도에 지나칠 만큼 욕심을 내기도 한다.

진정한 '꼴값'의 의미는 아마도 부정적인 의미가 더 많겠지만, '꼴값'이란 것은 '얼굴 꼴'을 의미하기도 한다 들었다. 제대로 된 '자기 모습과 생각 그리고 행동'에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일컫는 말일 게다. 남을 의식해서 할 수 있는 표현이나 자기 생각들을 나누지 못하는 일은 어쩌면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꼴값 하네?'란 그 말이 두려워 자기 자신을 누르며 참고 살아가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제는 나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인정할 수 있을 때만이 다른 사람도 진정 이해하는 마음과 사랑의 마음으로 받아주고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꼴값'을 제대로 하고 살면 어떨까. 자기 자신의 색깔과 모양과 그리고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낙천지명(樂天知命)의 삶을 살 수 있다면 '하늘의 복'을 듬뿍 받은 인생일 것이다. 또한 내가 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으면 '남의 탓'은 아마도 줄어들지 않을까. 남의 말과 행동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것이다. 어찌 남의 탓으로 흐르는 부정적인 "꼴값 하고 있네?"란 표현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내 '꼴값'만 제대로 잘 할 수 있다면 아마도 남의 '꼴값'은 봐 줄만 하지 않을까.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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