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21] 개 같은 내 인생
보스톤코리아  2018-07-16, 10:20:25 
대학 시절 <My Life As a Dog>란 영화를 보면서 필자는 말 못할 고민에 빠졌었다. 번역하면 '개 같은 내 인생'인데 왠지 어감이 좋지 않고 번역이 잘못된 것 같았다. 영문과 학생으로서 자존심이 강했던지라 남에게 물어보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개 같은 내 인생'으로 번역하는 것을 본 후에야 안심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궁금증이 남았다. 주인공이 개 짖는 흉내를 내는 장면이 한 번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딱히 '개 같은 인생'인지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영어 표현에는 '개'가 들어가는 표현이 의외로 꽤 많다. I'm sick as a dog (많이 아프다), I'm dog tired (엄청 피곤하다), He works like a dog (열심히 일한다) 등등.   

개만큼 인류와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사랑과 멸시를 동시에 받아온 동물도 없으리라. 아끼는 애완견을 위해 수백, 수 천 만원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랫동안 애지중지하던 개를 단 며칠의 휴가 기간에 내다 버리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청와대 안에는 '대통령'이 있지만 청와대 밖에는 '개통령'이 있다는 말도 회자된다. '개통령'이라 불리는 애완견 조련사 강형욱 씨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필자는 놀라움과 감탄을 느끼지 않은 적이 없다.     

좋을 때는 한 없이 사랑받으면서도 나쁠 때는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비하되는 동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말에도 '개 팔자가 상팔자'란 말이 있지만 흔한 욕지거리들도 개와 관련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son of bitch란 욕지거리부터 온갖 나쁜 말들이 개와 관련된다. under dog이 패배자인데 반대말은 top dog(리더)라 한다.  

허무맹랑한 말을 흔히 '개똥철학'이라 한다. 그런데 바로 그 개똥철학으로 숭배되는 철학자들이 있었다. 다만 '똥'자만 떼고 한자로 바꿔놓았을 뿐인데 사람들은 이 철학에 뭔가 심오한 가르침이 있다고 믿는다. 이른바 견유학파(犬儒學派) 말이다. 개 견(犬) 자를 썼으니까 개 철학이 맞다. 우리말로 개똥철학은 엉터리라고 생각하면서 한자로 바꿔놓은 견유학파는 달달 외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견유학파는 Cynics라 하고 우리말로는 발음을 따서 퀴닉스 학파라고도 한다. 개를 뜻하는 라틴어 canis에서 왔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안티스테네스는 스승이 죽은 후 갑자기 인생관이 바뀌어 욕망을 억제하고 개처럼 돌아다니며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생활을 한다. 개 철학 즉 견유학파란 이름은 안티스테네스의 이러한 삶의 태도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견유학파의 가장 유명한 철학자는 디오게네스 일 것이다.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제발 햇빛 좀 가리지 말고 비켜서라고 했다는 그의 태도가 바로 견유학파의 핵심을 보여준다. 개처럼 구걸을 하며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절제된 삶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스토아학파는 견유학파의 후예이다. 

서양에서만 개 철학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동양에서도 기원전 5백년 경에 공자란 이름을 가진 사내가 있었다. 일설에는 그가 취직자리를 알아보려고 무리를 이끌고 70여 개의 나라를 주유했다고 한다. 당시 공자를 가리켜 이름인 공구(孔丘) 대신 개를 의미하는 공구(孔拘)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있었다. 길이 엇갈려 공자를 찾고 있던 제자들 중 하나인 자공에게 한 사람이 다가와 공자를 묘사하며 이렇게 말한다. "마치 초상집 개 같은 노인이 쪼그리고 앉아있다." 사마 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대목이다.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개는 인간과 참으로 가까운 동물이다. 그러니 그러한 관계가 언어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각종 시험에서 고난도 어휘로 출제되는 bovine(소의), canine(개의) 등에서도 볼 수 있고, cynics란 철학 명칭에서도 볼 수 있다. cynicism은 '냉소주의'라 번역하지만 원래 뜻은 견유학파가 그랬듯이 개처럼 간소하게 사는 태도에서 나아가 통상적인 도덕 등을 무시하는 생활 태도를 의미하게 되었다. 형용사는 cynical(냉소적인)이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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