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너' '나와 그것'
양미아의 심리치료 현장에서
보스톤코리아  2018-08-27, 10:30:36 
2018년 8월, 트럼프를 향해 막나가는 또 한사람이 등장했다. 언히지드(unhinged)라는 책을 출간하며 트럼프를 맛대놓고 싸우고 있는 오마로자 매니걸트 스탈워스(Omarosa Manigault)를 말한다. 'unhinged' 라는 뜻은 '흐트러지다. 착란시키다, 혼란시킨다'는 뜻이다. 오마로자는 그녀의 책을 통해 트럼프는 사람들의 정신을 착란시키는 나쁜 사람임을 세상에 공표하고 나섰다. 그녀는 트럼프의 인기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 세번씩(2004, 2008, 2010)이나 불림을 받을 정도로 트럼프의 지지를 받았었고, 급기야는 트럼프의 대선캠프를 거쳐 백악관에 입성 한 뒤 유일한 흑인여성 참모로 대외협력국장(director of Communications for the office of public liaison)이라는 고위직을 얻어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12월 백악관은 트럼프의 총애를 듬뿍 받았던 그녀를 전격적으로 사임시켰다. 

오마로자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올해 2월, 그녀는 리얼리티 쇼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며, 자신은 다음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책 출간을 앞두고 이번 달 12일 자신에게 해고 통지를 하는 켈리 비서실장의 말을 녹음한 테이프를 NBC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랭크 부루니'는 "모방꾼이 스승의 가르침으로 스승을 공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설득력있는 견해이다. 트럼프의 쇼였던 '어프렌티스'에  세번씩이나 출연을 하며 트럼프만의 싸움 기법을 터득하였던 그녀는 그의 방식으로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마로자는 '어프렌티스'에 출연을 하며 현란한 말솜씨, 상대의 약점을 잡아 뒤통수 치기, 이간질시키기,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이기, 노골적인 막말하기 등으로  '미국이 증오하는 여성'으로 등극했다. 이렇게 유명세를 탄 이유는 지적인 능력이 아니라 경쟁하는 출연자들과 툭하면 말싸움을 하고 합숙소에서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나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의아스럽게도 오마로사의 '악녀'의 명성은 시청률을 고도로 상승시켰고, 그녀로 하여금 여러가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게 하였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최고의 거친 막말꾼' 캐릭터와 오마로자의 '최고 악녀'캐릭터에 환호한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기위해서 좋은 사람보다는 기능적인 사람을 선호하였고 사람과의 관계를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용도에 의해 결정하였던 이 못된 캐릭터 덕분에 백악관에 입성 할 수 있었고, 유명세를 탔고, 큰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나와 너'의 관계가 아닌 '나와 그것'의 관계의 전형적인 예를 그들은 보여주고 있다. 독일 사상가 마르틴 부버는 인간이 갖는 두 종류의 관계를 말한다. '나-너' 와 '나-그것'의 관계이다. '나'에게는 '위대한 나' 와 '비참한 나'가 존재한다. '위대한 나'는 필연적이고, 능동적이고,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갖고있다. '비참한 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 수동적이고 종속적이며 구속된 사고를 갖고있다. 마르틴 부버는 '나와 너'의 관계는 비참한 나를 극복하여  위대한 나를 인식하면서  너의 위대한 존재를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 를 사랑하면 할수록 '너'와의 관계가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다. 나-너의 관계는 마음을 주고 받는 사랑의 관계이고, 상대방의 존재를 빛나게 한다. 

반면, '나와 그것'의 관계는 기능적인 관점에서 상대방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나의 목적을 이루기위한 도구로 사용되기 쉽고 나보다 더 나은 기능을 가진 사람으로 관계를 맺는다. 즉, 상대방이 더 이상 필요한 기능이 되지 못하면 상대방과의 관계가 필요 없어진다. 나만이 오직 필연적인 존재성을 가져야 하고, 나만이 오직 주체적인 삶의 주인공이고, 나만이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고, 나만이 유일한 특별한 사람이다. '나-그것'의 관계는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돈', '명예', '성공'의 '그것'과의 관계이다. 사람을 단지 자신을 위한 도구로 보는 관계이다. 

따라서 '나-그것'의 관계는 자신마저 '그것'으로 만들며 도구화시키고만다. 오마로자의 배반으로 트럼프는 약이 올라 자신의 트위터에 온갖 비방을 한다. 그럴수록 오마로자는 트럼프의 비리를 더욱 드러내고 있다. 아마도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책이 더 팔리게 하려는 마케팅의 수단일 것이다. 사람이 아닌 '그것'을 더 사랑하는 오마로자와 트럼프의 관계의 끝자락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나와 너'의 관계의 끝이 어떠한 형태를 보일지 예측하기 쉽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관계는 가차없이 버리고 버려지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나 자신이 그것으로 변화해 간다는 사실이다. 부모와 형제, 친우의 소중한 관계보다 일중독에 빠져 성공에 집착하고 있는 야망가, 필요가 있을 때만 연락을 하는 얌체친구, 좀더 자신에게 상품가치를 주는 스펙 좋은 배우자감에 오랜 연인을 가차없이 버리는 비정한 애인, 만나도 만나도 겉자리만 맴도는 정이 쌓여지지 않는 관계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도 혹시 오마로자와 트럼프의 '나와 그것'의 관계에 더욱 빠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Private Practice: 1330 Beacon St. Brookline, MA 02446
37 Fruit St. Worcester, MA 01609,
508-728-0832
yeungmia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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