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29 ] 내 친구 미스터 캥?
보스톤코리아  2018-09-17, 14:43:12 
지인 중에 Mr. Kang이란 사람이 있다. 의도와는 달리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그를 “미스터 캥”이라 발음하는 통에 고민이라고 했다. ‘방’씨도 영어로 Bang으로 쓰면 당연히 “뱅”이라 발음할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물어보는 세심한 사람들도 있다. 최근에 필자도 Pak이란 분을 만나서 순간적으로 “백”씨인지 “박”씨인지 헷갈려서 물어본 적이 있다. 

한인에게 철자 “a”는  [아] 발음을 대변한다. 철자 “a” 외에도 “e, I, o, u”는 자동적으로 [에, 이, 오, 우]를 대변한다. 그래서 tomato는 [토마토]로, Washington은 [와싱톤]으로 발음하는 것이 편하다. 미국인이라면? 미국인에게 철자 “a”는 기본적으로 /æ/ 즉 /애/를 대변한다. 그래서 can, van, lan, pan, man에서 철자 “a”는 모두 [애]로 발음된다. 뿐만 아니라 apple은 [아플]이 아니라 [애플]로 발음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물론 영국영어나 호주영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영국의 동부해안과 호주에서는 철자 “a”가 입을 더 크게 벌리고 내뱉는 소리인 [아]에 가깝다. 그래서 fast는 [fast], past는 [past]로 발음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영어는 보수적이고 옛날 영국영어를 유지하고 있다면, 영국영어는 진보적이고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우리는 습관적으로 철자 “a”가 /a/, 즉 /아/ 발음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우리말 “강”을 로마자 Kang이라 쓰는 것은 전혀 잘못이 없다. 어떤 사람은 Kahng으로 쓰기도 하는데 별 도움은 되지 않는다. Kang을 [캥]으로 발음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캥]이 아니고 [강]이라고 말해주는 수밖에 없다. 귀찮아도 할 수 없다. 어차피 표기법은 제 아무리 훌륭해도 남의 나라 언어까지 완벽하게 표기할 수는 없다. 

이쯤 되면 아무래도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소리 중 하나가 한국인들이 자신의 문자에 대해 너무나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한글이 자랑스럽다. UCLA의 교수이자 저명한 저술가인 제레드 다이아몬도 역시 한글이 매우 과학적이고 우수하다고 예찬한 적이 있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조합 방식이 매우 과학적이다. 이러한 장점은 이미 스마트 폰에서의 타자 속도에서 증명된 바 있다. 그렇지만 한글에 대해 쏟아진 모든 찬사들에 동의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한글이 과학적이어서 적지 못하는 소리가 없다는 식의 주장 말이다. 당장 fish라는 단어를 한글로 어떻게 표기할 수 있겠는가? 없다. 한글은 그냥 한국어를 적기에 편하고, 로마자는 영어를 적기에 편할 뿐이다. 

필자의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갈 무렵이었다. 텔레비전에서 Paav란 텔레비전 광고가 자주 나왔다. 필자는 당연히 이것이 [파브]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패브]라고 하는 것이었다. 명색이 영어선생인 필자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영어식이라면 paav는 분명 /pæv/ 즉 [패브]로 발음되어야 한다. 그런데 뼛속까지 한국인인 필자는 조금만 긴장을 풀면 철자 “a”는 [아]를 나타낸다는 한국식 사고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판문점을 Panmunjeom이라고 쓰면 미국인들은 어떻게 읽을까? 당연히 [팬문점]이라 발음할 것이다. 자기들끼리야 뭐라고 발음하던 상관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인들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 발음원칙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필요가 있다. 철자 “a”는 /아/를 대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막상 [애]라는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서는 철자 ae를 쓴다. 동대문을 dongdaemun이라 쓰는 식이다. 철자 ae는 분명 영어식은 아니다. 오죽하면 필자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sundae가 “순대”인줄 알고 얼마나 놀랐겠는가? 독특한 철자이긴 하다. 

여기서 또 하나 말을 잇자면 철자 “u”의 발음이다. 우리식으로 하면 철자 “u”는 /우/ 발음을 대변할 것 같지만 영어에서는 /ʌ/ 즉 /어/음을 대변한다. 그 결과 dongdaemun은 기대와는 달리 [동대먼]으로 발음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하지 않은가? sun, run, fun, gun, nun에서 철자 “u”는 모두 /어/로 발음되니까. Jungang Ilbo 기대와는 달리 [정앵일보]로 발음될 소지가 농후하다. 그래서인지 중앙일보는 Joongang Ilbo로 쓴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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