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279
화랑세기花郞世紀, 11세 풍월주風月主 하종夏宗(20)
보스톤코리아  2019-06-17, 11:02:56 
신라의 왕들은 살아 있는 신神이었다. 최소한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왕들과 대영웅들은, 심지어 일부 후궁들도, 신격화 되어 신전에 모셔졌다. 불교가 국교로 받아드려진 뒤에도 그것은 계속되었다. 화랑세기(12세 보리공전)에 나오는 법흥왕의 말, “억조 창생이 나를 신으로 여기는데 나는 옥진을 신으로 섬긴다” 이것으로 보아 성골의 법흥왕은 분명 ‘살아있는 신神’, 즉 ‘생신生神, 이케가미’ 였다. 그럼 옥진은 누구인가? 법흥왕의 후궁이었다. 법흥왕은 박영실과 옥진의 혼인잔치에 참석했다가 옥진의 미모에 빠져 그녀를 후궁으로 취했다. 그들의 혼례식은 현재의 포석정(포사)과 나란히 있었던 신궁에서 치루어졌다. 

그리고 태종 이사부가 진흥왕 옆에 앉아있는 왕의 이부동복 동생이자 자신의 아들인 세종에게도 절을 하자, 세종이 황망하여 절받기를 거부한다, 이에 놀란 태종이 하는 말 “태후는 신성하여 지아비 없이도 전군을 신화神化할 수 있습니다. 전군은 신자神子입니다” 라고 했다. 진흥왕의 어머니 지소는 법흥왕의 딸로 삼촌인 입종과 결혼하여 진흥왕을 낳았고, 입종이 요절하자 태종과 결혼/사통하여 세종전군과 숙명공주를 낳았다. 위의 태종의 말에서 지소태후가 생신生神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생신은 죽은 후 신궁에 제신祭神으로 모셔짐은 당연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제신들도 등급이 있었다.

하종과 보리가 신궁을 방문하여 누구에게 먼저 절을 하는가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장면이 12세 풍월주 보리공전에 나온다. 법흥왕과 옥진의 교신상 앞에서 하종은 옥진에게 먼저 절하였다. 그랬더니 보리가 시비를 걸었다. 그래서 하종이 보리에게 법흥왕 생전에 자주했던 말을 상기시켰다. 그 말이 바로 위에서도 인용한 “억조 창생이 나를 신으로 여기는데 나는 옥진을 신으로 섬긴다” 이다. 이 외에도 많은 신들이 신궁에 봉양된 기록이 화랑세기에 등장한다.

그리고 또 하나 신궁과 관련하여 눈을 끄는 부분은 호신護神이다. 호신이란 누군가(개인 또는 집단)를 지켜준다고 믿는 신이다. 호신이 등장하는 사례로는 6세 풍월주 세종전에 등장하는데, 5세 풍월주 사다함이 대가야 정벌에 참전했다가 돌아와 보니 연인 미실이 이미 세종전군의 부인이 되어 궁궐에 들어가 있음을 알고 한탄하며 부른 노래 ‘청조가’171) 에 실려있다. 청조가에 보면 사다함은 자신이 죽어서 귀신이 된다고 생각하였으며, 그리고 미실과 세종전군을 지켜주는 호신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12세 풍월주 보리공전에 나오는데, 여기서는 숙명공주가 하종에게 태종을 호신으로 삼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12세 풍월주 보리공전에 나오는 내용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미실이 입궁하고 세종이 출정하자 숙명공주가 미실과 잘 지내지 않았으나, 하종공은 공주의 조카인 까닭에 공주가 특별히 아들처럼 사랑했다. 언젠가 말하기를 “내 아버지 태종 각간은 네 할아버지시다. 하늘에 다시없고 땅에도 다시없는 대영웅이다. 너는 마땅히 신神으로 모셔야 할 것이다” 라고 했다. 대개 아버지에게 배우고 어머니는 배우지 말라 함은 풍자해서 깨우친 것이다. 하종공은 속으로 명석한 까닭에 그 가르침을 알았으나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한것은 미실이 아시공과 옥진궁주를 호신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먼저 위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관계를 살펴보면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태종 이사부는 지소태후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낳으니 그 딸은 숙명공주이고 아들은 세종전군이다. 지소는 법흥왕의 딸로 삼촌 입종과 혼인하여 진흥왕을 낳았다. 입종은 요절하였다. 그리고 세종은 미실을 아내로 맞아 낳은 아들이 하종이다. 숙명은 4세 풍월주 이화랑과 결혼하여 그 유명한 원광법사와 보리를 낳았다. 그래서 11세 풍월주 하종과 부제 보리는 내외종간이다. 보리가 하종보다 아홉살이나 어렸지만 감정과 생각이 서로 같아 늘 의기투합하였다. 다음은 아시공, 아시공은 하종의 어머니 미실의 조부이다(2세 풍월주 미진부의 아버지). 그리고 옥진은 미실의 외조모이다(묘도의 어머니).

숙명은 제부弟婦가 된 미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아들인 조카 하종은 사랑하였다. 그래서 이미 죽어 신궁에 봉위된 신라의 대영웅 태종을 신으로 섬겨, 즉 호신으로 삼으라고 하였다. 하지만 하종은 이미 미실이 섬기는 아시공과 옥진궁주를 호신으로 삼고 있었다.  

171) <파랑새야 파랑새야 저 구름 위의 파랑새야/ 어찌하여 나의 콩밭에 머무는가/ 파랑새야 파랑새야 나의 콩밭의 파랑새야/ 어찌하여 다시 날아들어 구름위로 가는가/ 이미 왔으면 가지 말지 또 갈 것을 어찌하여 왔는가/
부질없이 눈물짓게 하며 마음 아프고 여위어 죽게 하는가/ 나는 죽어 무슨 귀신 될까. 나는 죽어 신병神兵되리/ 전주殿主에게 날아들어 보호하여 호신護神되어/ 매일 아침 저녁 전군부처 보호하여/ 만년 천년 오래 죽지 않게 하리>
이 ‘청조가’ 는 사다함이 대가야 정벌 출정시 미실이 부른 다음 ‘풍랑가’ 와 함께 화랑세기에 전하는 두 수의 향가이다.
<바람이 불다고 하되 임 앞에 불지 말고/ 물결이 친다고 하되 임 앞에 치지 말고/ 빨리 빨리 돌아오라 다시 만나 안아보고/ 아흐, 임이여 잡은 손을 차마 물리라뇨>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신라속의 사랑 사랑속의 신라(김덕원과 신라사학회, 경인문화사)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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