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 사시는 시부모님과 <노인정> 어른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신영의 세상 스케치 720회
보스톤코리아  2019-11-25, 11:15:27 
한국을 방문하면 내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시댁에 잠깐 인사만 드리고 돌아다니곤 했었다. 지난 1월 시부모님께서 와싱턴 메릴랜드에 사는 큰아들 집에 들르셨다가 보스턴 막내아들 집에 다녀가셨다. 일주일 정도의 짧은 일정 동안 함께 있으며 어른들께서 이제는 많이 연로해지셨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두 분께서 한국으로 돌아가신 후 마음이 그렇게 쨘~할 수가 없었다. 표현이 서투를 남편은 특별한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을 뵈면서 많이 마음이 아팠으리라는 짐작을 했다. 며느리인 나도 이렇게 마음이 아린데 아들의 마음이야 더하지 않았겠는가.

시부모님께서 다녀가신 후 마음으로 다짐했다. 다음 한국 방문 때에는 일주일 정도는 시부모님댁에서 머물며 지내다 와야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번 한국 방문 중에 도착하니 시부모님께서는 중국에 방문 중이라 친정 언니들 집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며칠씩 머물다가 볼일을 보곤 했다. 11월 초에 시부모님께서 한국에 도착하셨기에 그에 맞춰 인천 송도에 살고 계시는 시댁에 일주일 머물며 시부모님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나누고 맛난 음식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 분 모두 84세의 연세에 비해 강녕하시니 더욱이 감사했다.

시아버님께서는 10여 년 전부터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셨었다. 미국에 사시다가 14년 전 한국에 오셔서 살고 계시는데 그때 쯤부터 공부를 시작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 5년 전 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하시고 올해 2월에 졸업하셨다. 젊은이들도 어렵다는 졸업을 4년만에 하신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도 참으로 놀랍고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우셨다. 아들.며느리, 손자.손녀, 손자며느리에게까지 자랑스러운 할아버지셨다. 어찌 그 졸업이 끝일까. 졸업하신 후 3월부터 <영어영문학과>에 편입하셔서 공부를 하고 계신 것이다.

우리 동네의 <보스턴한미노인회>와 <상록회> 어른들 모임에 가끔 참석하면서 어른들을 뵐 때마다 마음이 송구스러울 때가 있었다. 멀리 계시니 제대로 자식의 도리를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마음에 마음이 무거울 때가 가끔 있었다. 시아버님께서는 학교 공부로 바쁘시고 여행을 좋아하시는 편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지만, 시어머님께서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지 않으시는 성격이심을 알기에 어머님이 많이 외로우실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늘 며느리인 내게도 잘해주셨지만, 우리 세아이 자랄 때 베풀어주신 할머니의 따뜻하고 크신 사랑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인천 송도의 시댁에 와 있으며 어머님께서 가끔 참석하시는 <노인정> 어른들을 모시고 점심 대접을 해드리기로 했다. 시댁 가까운 곳에 맛나게 하는 갈빗집이 있다고 어머님께서 귀띔을 해주시기에 그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노인정> 회장님께 몇 분 정도 오실 수 있느냐고 여쭈니 열다섯 분 정도 오실 거라며 예약을 당신께서 하신다고 말씀해주신다. 갈빗집에서 밴을 보내어 어른들을 모시고 간다는 것이다. 약속 날짜와 시간에 맞춰 시부모님과 셋이서 갈빗집으로 향했다. 평일 낮시간대인데도 손님이 많았으며 음식도 맛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나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어 함께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 열다섯 분 정도 오실거라더니 그날 갑자기 날씨가 쌀쌀한 탓에 열 분 정도만 참석을 하셨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 <노인정> 어른들께 내 산문집 '자유로운 영혼의 노래를 부르며'를 한권씩 선물로 드리니 다들 좋아하신다. 시부모님 계신 곳에서 막내며느리 칭찬을 어른들이 한껏 해주신다. 책을 받으시고 반갑고 고마워하시는 모습에 내가 더욱 감사했다. 이렇듯 시부모님과 어른들의 환한 모습을 뵈니 더욱이 행복했다.

식사 한 번 대접해드리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일까마는 시부모님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신다. 시아버님께서는 학교 공부가 바빠 <노인정>에 참석하지 못하시지만, 시어머님께서는 참석하시어 노래교실, 난타, 장고 등 즐겁게 보내고 계신단다. <노인정>에 참석하시면 식사를 담당하는 어르신들보다 조금 젊은 분이 계시는데 마침 점심 식사 대접해드리는 날이 당신 생신이라는 것이다. 모두가 그분께 축하한다는 인사와 함께 더욱이 분위기는 즐거워졌다. <노인회> 회장님은 교회의 장로님이셨는데 어찌나 어른들께 자상하시던지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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