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12월의 독백
보스톤코리아  2019-12-09, 11:08:30 
몇해 전이다. 때이른 폭설이 공격해왔다. 낙엽을 치우는 때를 놓쳤다. 눈에 덮힌 낙엽은 젖고 얼어 굳어졌다. 다행인가 올가을엔 눈대신 비가 내렸다. 덕분에 대충이나마 낙엽을 긁어 치울수 있었다. 낙엽트라우마는 없는 셈이다. 

지난 주이다. 가을햇살이 이따금 비추나 했더니 청승맞은 비가 자주 내렸다. 옛 가요를 듣기에 어울릴만한 날씨였다. 동창들과 카톡질 중에 7080노래가 화제에 올랐다. 노래중 하나가 가사는 물론이고 제목도 가물거렸다. 젖은 짚단 태우고~ 를 젖은 낙엽태운다고 잘못알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낙엽을 치울적에 들을 만한 노래인데, 따라부르기엔 너무 빠르다. 대신 흥얼거린다. 

젖은 낙엽이라. 은퇴한 중년남자를 일컫는다 했다. 중늙은이는 젖은 낙엽과 같다는 말이다. 젖은 짚단이나 낙엽을 태워 본적이 있으신가? 하지만 젖은 짚단이면 푸른 연기가 매캐하다. 최루탄 만큼 독한데, 눈眼물인지 눈雪물인지 마구 흘러내린다. 걷잡을 수없는 거다. 

해마다 이맘때 읽기에 적당한 시가 있다. 12월의 독백인데, 읽기에 서늘하다.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게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오광수, 12월의 독백 중에서)

내일 모레가 대설大雪이고, 올해 달력은 달랑 한장 남았다. 본격적인 겨울이라는 말이다. 겨울은 노인처럼 인내하고, 청년처럼 기다리는 법을 가르친다. 누가 한말 이다. 내년엔 더 나을 수있을까.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시편 126: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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