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얼떠리우스의 어리바리 (실패한) 꿀벌 이야기(13) - 뉴햄프셔에서
보스톤코리아  2020-05-25, 11:33:50 
4. 왜 벌을 치나?
  오늘(글을 쓰는 5/20 수) 36 에이커를 가진 집을 방문했게 되었습니다. 가면서 떡에 꿀을 뿌려 꿀떡을 만들어서 꿀떡꿀떡 먹었습니다. 넓은 땅만 보면 벌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오늘도 남편(집 주인)에게도 동일하게 물었습니다.
너무 일이 많단다. 그리고 집에서 차로 2분 정도 떨어진 곳에 벌을 키우는 집이 있단다. 그 집은 꿀을 팔지 않는단다. 가족들만 먹을 꿀을 수확한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꿀을 사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살 수 있단다.
맞습니다. 저도 벌을 키우느라고 많은 돈을 들였지만(실은 아들이 거의 다 댔습니다), 거기에서 경제적으로 얻은 것은 단돈 1원도 없습니다. 시간도, 돈도, 지식도, 힘도 엄청나게 듭니다. 그런데 왜 벌을 키우냐구요?

1) 저는 왜 혹은 어떻게, 또는 어쩌다가 벌을 키우게 되었나?
(1) 얼떨결이었습니다.
어떨 결이 아니었으면 시작도 못해 봤을 것입니다. 그것도 아들에 의해서요. 아마 물어보았다면 No라고  답했을 것 같습니다. 아들은 묻지도 않고 질렀습니다. 그것도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요. 그래서 저는 얼떨결에 시작했지만, 시작은 사랑이었습니다.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

(2) 얼떨결에 시작하면서 아들은 철저하게 취미생활로 하라고 말했습니다.
아들은 돈이 목적이 아니라고 말해줬습니다. 하다가 힘들면 그만 두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래서 힘들지 않게 취미생활로 생각하고 소일거리 정도로, 가족들이 먹을 좋은 꿀과 조금 더 나아가서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2) 그런데 현실은?
이 모든 것이 허황된 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마치 소설에 나오는 달걀을 담은 바구니를 이고 가면서 장래를 꿈꾸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머리에 이고 있던 모든 달걀을 땅에 떨어트려서 모든 달걀과 함께 꿈이 깨지는 꿈꾸던 소녀처럼. 엄청나게 힘듭니다.

(1)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것도 계속해서 비용이 발생합니다. 벌레와 해충을 죽여야 합니다. 벌들이 거주하고 애벌레를 키우는 벌 아파트는 해마다 작아진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태어나는 벌들이 점점 작아지고, 그 결과 벌의 수확량이 적어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5년마다 한 번씩 새로운 아파트로 재 개발해줘야 합니다.

(2) 육체노동이 어마어마합니다.
웬만큼 건강하지 않으면 못합니다. 꿀이 가득 찬 벌통의 무게가 무겁습니다. 그래서 양봉을 하시고자 하신다면, 저는 작은 벌통을 권합니다.(보통 크기보다 2/3입니다.) 겨울 직전에는 맨 아래에 있는 벌통과 바로 위의 벌통을 바꿔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벌통이 너무 무거워서 그렇게 하지를 못했습니다. 왜 바꿔줘야 하냐하면 맨 아래통에는 벌들이 (겨울에) 먹을 꽃가루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겨울에 화분 떡을 공급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사실 건강한 정도로는 안 되고 근육질의 사람이어야 합니다.

(3) 위험합니다.
꿀벌에 쏘일 위험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기는 하지만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저는 팔에 두 방을 물렸는데 마비증상이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땅벌의 위험은 잔디와 관계가 있습니다만 꿀 향기를 맡고 왔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미떼들과도 한바탕 전쟁을 치렀습니다. 큰 전면전은 한 번이었지만(그리곤 제가 항복했지만), 그 전에 크고 작은 전쟁은 수차례 있었고, 한 쪽은 사망자가 생겼고 다른 쪽은 고통과 살이 부어오르는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무거워서 허리를 다칠 위험과 벌레를 죽일 약에 의한 육체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4) 공부를 해야 합니다.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특히 꿀벌들을 죽이는 해충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5) 시간이 많이 듭니다.
온도와 습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벌들을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더 바빠서 아직까지 벌들과 벌통을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날씨가 좋아져서 초봄에 겨울 먹이로 줬던 것을 빼서 버렸던 것만 기억이 납니다.

3) 그런데도 왜 저는 계속 벌을 키울까요?
꿀벌을 키우면서 생기는 좋은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1) 벌을 통해서 풍요로움을 맛봤습니다.
집에서 재배하는 채소가 엄청나게 풍요로웠습니다. 수확이 아주 풍성했습니다. 채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동네에 있는 꽃들도 활짝 만개했습니다. 동네에 피어난 꽃들을 보면 어깨가 절로 으쓱해집니다. 활짝 핀 꽃들로 동네가 밝아졌습니다. 우리 가족만 아는 비밀이 하나 생겼습니다. 가족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더군요. 가족끼리 쑥덕쑥덕 댑니다. 그리고 자부심이 가득 찹니다.

(2) 꿀을 얻게 되었습니다.
꿀맛이 다릅니다. 가족들이 꿀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할 때, 참 기분이 좋습니다. 방문하신 분들도 꿀맛이 다르다고 하면서 맛있게 드실 때, 큰 격려가 됩니다.

(3) 지역에서 난 꿀은 꽃가루 알레르기를 없앤다고 합니다.
사실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런 말이 있습니다.

(4) 가족 간에 가족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공통 소재가 생겼습니다.
만나면 이야기의 소재가 꿀과 벌입니다. 그리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과 토론도 있습니다.
우리 가족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이 생겼습니다. 자랑거리도 생겼고요. 

(5) 벌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애완벌이 되었습니다. 벌에 쏘이면 벌이 죽을까봐 걱정이 됩니다.

(6) 벌이 인류에게 있어서 중요한 동반자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벌이 필요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는,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이상 생존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인슈타인이 아닌, 양봉업자가 했든 말았든 그 말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과장된 면도 있을 수 있지만, 하여튼 인류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벌들이 어디론가 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꿀벌들이 저보다 더 훌륭하고 유능한 주인을 만나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태어나서 두 달도 채 안 되는 짧은 생을 사는 일벌들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살면서 인류와 벌 세계를 위한 한 생애를 마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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