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화랑세기花郞世紀, 18세 풍월주風月主 춘추공春秋公(9)
보스톤코리아  2020-11-30, 11:35:10 
대야성 함락에서 사랑하는 장녀 고타소를 잃은 김춘추는 백제에 대한 원한을 갚으려는 분노가 이루 형언할 수 없이 극에 달해 있었다. 삼국사기(권 41,열전1, 김유신)의 기록 한 대목을 보면, 
<선덕대왕 11년 임인에 백제가 대량주大梁州를 격파했을 때, 춘추공의 딸 고타소랑이 남편 품석을 따라 죽었다. 춘추가 이를 한스럽게 여겨 고구려에 청병함으로써 백제에 대한 원한을 갚으려 하자 왕이 허락했다.> 선덕여왕 11년은 642년이다. 대량주는 현재의 경남 합천으로 대야성이 있었고, 당시 성주는 고타소의 남편인 김품석이 백제 방면 요충지를 수비하고 있었다. 이 대야성 함락은 삼국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적으로는 김춘추가 사랑하는 딸을 잃은 원한에서 출발하였고, 국가적으로는 요충지의 성을 잃었기에 신라로서는 국운을 걸고 전쟁에 돌입하게 되었다. 대야성 함락에서 출발한 전쟁은 수 많은 일전들을 거쳐660년 백제를 멸망시키고, 668년 고구려를 멸망시킬 때 까지, 아니 그 이후 676년에 당의 세력을 완전히 축출시킬 때 까지 계속되었다. 

김춘추가 사랑하는 딸 고타소의 죽음을 듣고 백제에 대한 원한을 품은 또 하나의 장면을 같은 삼국사기(권5, 선덕왕 11년)의 다른 기록으로 보면,
<춘추가 이를 듣고 기둥에 기대어 서서 하루 종일 눈도 깜박이지 않았고, 사람이나 물건이 그 앞을 지나가도 알아보지 못하였다. 얼마가 지나서 “슬프다! 대장부가 되어 어찌 백제를 삼키지 못하겠는가?” 라 하고 곧 왕을 찾아 뵙고 말하기를 “신이 고구려에 사신으로 가서 군사를 청하여 백제에게 원수를 갚고자 합니다” 라고 하자 왕이 허락하였다.> 이 기록 앞에는 왕이 춘추를 고구려에 사신으로 보낸다는 것과 대야성 도독 김품석과 그의 아내이자 춘추의 딸인 고타소가 나온다. 그리고 위의 인용문 후에 이어지는 내용은 김춘추가 고구려 보장왕(제28대왕)에게 가서 백제를 뱀과 돼지에 비유하며 그들에게 당한 치욕을 씻고자 청병하니, 보장왕은 본래 고구려 영토인 죽령竹嶺 서북 땅을 돌려 달라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춘추는 목숨을 걸고 거절했다. 그러자 김춘추를 감금시켰다. 이에 춘추는 몰래 선덕왕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했고, 왕은 대장군 김유신에게 1만의 결사대를 주었다. 김유신이 이끄는 사기 충천한 신라군이 한강을 넘어 고구려 국경에 도달하니 보장왕은 김춘추를 풀어 주었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딸을 잃은 김춘추의 복수극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전쟁은 김춘추의 뜻대로 승전고를 울리지는 못했다. 사실 신라의 국방 위기가 절정에 오른 642년(선덕여왕11년) 에는 백제의 침공으로 미후성을 비롯한 40여개의 성을 잃었고, 결국 그해 대야성도 어이없이 함락되었다. 그리고 백제와 고구려의 연합공격으로 당항성마저 공격을 받으면서 당나라와의 외교에도 큰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후로도 백제(의자왕 재위시) 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다음 왕인 진덕여왕 대에도 20개를 성을 빼앗겼고 다음 왕인 태종무열왕(김춘추) 도 33개의 성을 빼앗겼다. 즉 신라 3왕 대에 무려 100여개의 성을 의자왕에게 잃었다. 뿐만 아니라 자연재해도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내우외환은 극에 달해 있었다. 643년 고구려와 백제가 연합하여 대대적으로 신라를 공격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신라는 당나라에 가서 지원병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당태종으로 부터 “나의 사촌을 보낼 테니, 신라의 국왕으로 받아 섬겨라” 라는 모욕적인 말만을 사신에게 하였다. 이 ‘어리석은 사신’ 은 “예’ 라고 정말 어리석게 대답하였다. 그래서 당태종은 그를 ‘어리석고 못난 자’ 라고 비웃었기에 ‘당서’ 에 이름대신 ‘어리석은 자’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후로도 신라는 수 차례 지원병을 요청하였지만 당나라는 거절하였다(당시 당은 고구려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아마도 지원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다만 고구려에게 신라를 침공하지 말라는 구두 경고(?)는 하였다. 이 때도 고구려는 수나라와의 전쟁시 신라가 가져간 5백리 땅을 돌려주면 공격하지 않겠다는 받아 드리기 어려운 조건만을 제시하였다. 고구려 입장에서는 적성국을 양쪽에 두어야만 하는 양면전선을 형성하게 되었지만, 신라는 백제가 맡아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하에 그들의 군사력은 당나라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실제로 당나라가 개입하기 전까지는 백제와 신라의 양국간의 전쟁/분쟁에서는 백제가 항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라의 친당외교는 지속되고 있었지만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다만 두나라는 당면한 적성국이 고구려였기에 그나마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탁월한 외교가의 자질을 가진 김춘추는 선덕여왕 대에는 아직 입당入唐하지 않았다. 그는 진덕여왕이 즉위한 후에 본격적으로 입당하면서 외교 수완을 발휘하였다. 당시 동아시아는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왜가 협력 관계에 있었고, 신라와 당이 우호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춘추라는 걸출한 인물이 비록 딸의 죽음인 사감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지만, 분명 더 큰 명제는 나라를 살리기 위하여 사직의 명운을 걸고 반도를 넘어 동아시아를 종횡무진하면서 역사에 길이 남는 일통삼한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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