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루트로닉 빌러리카에 본부 둔 이유
빌러리카 글로벌 본부, 세계확장 전초기지
루트로닉 황해령 회장
1.5세 황해령 루트로닉 회장 한국서 창업 미국서 진검승부
보스톤코리아  2021-05-27, 17:48:12 
빌러리카에 위치한 한국의 기업 루트로닉 글로벌본사에서 황혜령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빌러리카에 위치한 한국의 기업 루트로닉 글로벌본사에서 황혜령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한국에서 강소기업으로 꼽히는 루트로닉(Lutronic) 황해령 회장(65)을 11일 보스톤 북쪽 빌러리카 소재 글로벌 본사에서 만났다. 2017년 이곳에 둥지를 튼 이후 처음으로 한인사회에 루트로닉을 공개한 것이다. 

팬데믹으로 빌러리카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20여명 남짓. 나머지 직원은 재택근무 중이다. 황 회장은 건물 복도를 지나며 방에 있는 직원, 회의실에 있는 직원들에게 빠짐없이 “How you doing”이라 먼저 활기찬 인사를 건네고 가벼운 담소를 나눴다. 

근엄한 회장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영락없는 코리안어메리칸이었다. 황회장은 태권도 사범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12살 때 커네티컷에 정착했다.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 1997년 한국내 최초 레이제 의료기기 회사인 루트로닉을 창업했다.

연어가 강으로 돌아가 산란해 다시 바다를 찾듯 2006년부터 다시 미국으로 진출했다. “매년 매출의 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한국 내에서 기술력으로 최고 위치를 차지한 후 미국, 독일 등 세계 65개국에서 점차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루트론닉에 있어 보스톤은 교두보다. 2007년 미국에 첫 진출한 이래 2017년 창립 20년을 맞아 보스톤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빌리러카의 19 Fortune Drive 에 글로벌 본사 빌딩을 구입하며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추진했다. 

그는 창업 당시부터 미국시장을 노리고 있었다. 황혜령 회장은 “미용분야 레이저 기술력은 세계 1위”라며 “루트로닉 장비 1호기를 만들 때부터 첫번째 기준이 미국에 수출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최고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최고의 장비를 만들겠다고 시작한 것이다. 

세계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의 피부과에서 루트로닉 레이저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황혜령 회장은 자사제품 ‘할리우드 스펙트라’를 가리키며 “헐리우드의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직적인 수치로도 미국에서 위치는 굳건하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루트로닉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휩쓸었던 지난해 매출은 9천8백만달러(1,155억원) 영업이익은 5백4십만달러(62억원)였다. 루트로닉의 수출비중은 70%가 넘는다. 주력 수출 해외시장이 미국과 유럽 등지이다. 

한국의 하나금융투자는 ‘할리우드 스펙트라’와 ‘아큐핏’ 등의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루트로닉의 올해 미국 지역 매출은 전년 대비 37.9% 증가한 46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21년 매출은 1억3천만달러(1493억원), 영업이익은 2천1백만달러(246억원)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황 회장은 보스톤쪽에 본사를 둔 이유로 많은 인재를 꼽았다. 미국에 진출해 실리콘벨리에 자리를 잡았을 때 주요 인재들은 구글, 애플 등에 모두 빼앗겼으나 “보스톤에서는 정말 중요하고 좋은 인재를 모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연구개발은 한국에서 주로 진행하며 보스톤에서는 임상개발과 마케팅을 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초의 1.5세 한국 성장 기업인 
황 회장은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레이저 기기회사인 레이저 시스템즈 아시아 지역 마케팅 담당 부사장까지 올랐으나 돌연 귀국을 결정했다. 

어릴 때 미국에 와서 대학까지 마친 황 회장에게 한국은 고향이란 의미 외에는 특별한 친구도 학맥, 인맥도 없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회사를 창업해 지금의 루트로닉을 만들었다. 
루트로닉이 생기기 전까지 한국에서 쓰이는 모든 레이저 의료기기는 외국산이었다. 사촌이자 친구인 성형외과의 권유로 1997년 루트로닉을 창업했다. 7월 창업한 이후 6개월 만인 12월 IMF외환위기가 들이 닥쳤다. 보유하고 있던 집을 팔고 롤렉스 손목시계를 팔아야 할 정도로 재정상태가 안 좋았다.

황회장은 “실패의 이유는 많다. 그러나 (어려웠지만) 실패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 지금처럼 대규모 회사를 만들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어려웠던 당시를 극복하게 한 동인을 이야기 했다. 

결국 자본금이 바닥났으나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으면서 레이저 신제품 개발에 성공,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1.5세란 특유의 상황은 황회장에게 큰 장점이다. 그는 인터뷰 중에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든 게 같다. 사람을 존중해 주고 시장을 볼 때 비즈니스 기회를 잘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팬데믹 중 세계 시장에서의 선전 
2006년 상장한 루트로닉은 2021년 1분기에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웃도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루트로닉의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천935만달러(328억원), 영업이익은 2백86만달러(3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10%다.

주요 해외법인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미국과 독일, 중국 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103% 207% 증가했다. 제품별로는 고가의 신제품 장비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웃돌면서, 매출총이익률이 57%로 개선됐다.

2분기에도 성수기 수준의 매출을 낼 전망이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고 조은애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판단했다. 그는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3천4백만달러(380억원)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안과 치료 기기로 유니콘을 노린다
미용의료기기분야에서 탄탄한 성장을 이룬 루트로닉은 현재 임상실험중인 노인성 황반변성(AMD) 안과치료기 알젠(R:GEN)으로 유니콘 기업 성장을 노리고 있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말한다.

루트로닉이 특허를 보유한 알젠은 유일한 노인성 황반변성 레이저 치료기이다. 루트로닉은 알젠으로 치료 가능한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CSC), 당뇨병성 황반부종(DME), 연령 관련 황반변성(AMD) 등의 환자가 세계 1억8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루트로닉의 3월 10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에서 임상시험 치료를 시작해 진행하고 있다. 이 임상에서는 30여명의 초기 단계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를 24주에서 48주까지 치료한 후 효율성을 평가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인성 황반변성 전문가이자 핵심 오피니언 리더인 로빈 가이머(Robyn Guymer) 교수가 이번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황혜령 회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4천만달러의 들여 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을 성공하면 몇십억달러의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이 이 연구에 더욱 몰두하고 있는 것은 루트로닉 미래를 이 치료기기에 걸고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의 아버지가 노인성 환반변성을 앓았기 때문이다. 황 회장의 동생이자 루트로닉 미국본사의 대표 변호사인 성 황씨는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기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2세들의 롤모델
기업창업 당시 황 회장의 발걸음은 한국을 향했지만 그의 모든 타겟은 미국을 향하고 있었다. 최고의 장비로 최고의 시장을 점령하겠다는 그의 신념은 미국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던 수많은 코리안어메리칸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한인사회에 대한 이해력도 남다르다. 한인사회에 대해 언제든지 도울 수 있는 길을 찾겠다는 황 회장이다. 황회장의 매제인 홍진섭 전 평통회장은 “한인사회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미국서 자라나는 2세들의 롤모델로 그리고 멘토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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