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를 둘러보는 일본 여행기
보스톤코리아  2008-01-06, 20:43:46 
김은한 (본지칼럼니스트, 의학박사)

아오모리(靑森)

연초 서울에 계신 장모님께서 집사람 회갑선물로 북해도 관광을 제의하셨을 때 염치 불구하고 “예”하고 냉큼 받은 것은 여정(旅程)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혼슈(本州) 맨 동북쪽 끝에 있는 아오모리(靑森)에서 시작해서 쓰가루 해협을 건너 아이누 땅 홋카이도의 하코다테, 도야, 오타루, 삿포로를 돌아볼 수 있는 데 특히 하코다테는 우리 조선역사와도 관계가 깊은 곳이기 때문에 더욱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연로한 부모님을 대접해 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과분한 선물을 받게되어 송구스럽지만 여행을 잘 즐기는 것으로 감사를 대신하려할 뿐이었다.

9월 14일 오전 9시반에 인천 국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동해를 건너 2시간만에 벌써 아오모리현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내러다 보이는 풍경은 '아오모리(靑森)'라는 지명 그대로 푸른산의 연속이다.

혼슈의 동북지방은 개발이 늦어져서 울창한 산림에 맑은 물, 맑은 공기 등 원형 그대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원래 혼슈 동북지방인 아오모리나 아키타 현에는 홋카이도와 마찬가지로 아이누족들이 자신만의 고유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800여년 동안 살던 곳이다. 일본과는 대등한 위치에서 상생의 관계를 전국시대까지도 유지하고 있었다.

일본의 동북지방이 일본역사에 처음 기재된 것은 서기 712년에 편찬된 일본 최고의 사서(史書) 古史記와 720년에 편찬된 日本書記로  제 12대 게이코 천황의 셋째 아들 다케루(日本武尊)가 동쪽의 에조(아이누)를 평정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 두 역사책은 모두 일본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정당화 하기 위해 기록된 신화와 같은 이야기로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기는 일본의 많은 역사가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만 말이다.

실제로는 전국시대나 무로마치 막부 말기에 일본 영토로 편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막부 최고 권력자를 ‘쇼군’이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은 세이타이쇼군(征夷大將軍) 즉 에조를 정벌하기 위한 군대의 장군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일본 역대 정권들은 아이누족들을 정벌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국가 사업이었던 것이다.

에도막부 초기에야 비로서 센다이 지방은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공격했던 악명높은 다테 마쓰무네가, 아키타 지방은 아키타가, 아오모리 자방은 쓰가루 다메노부(津輕爲信)가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의 해협을 쓰가루 해협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쓰가루 다메노부의이름을 따온 것이다.

이곳의 주산업은 수산업과 농업에다 수많은 온천과 천연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러오는 관광수입으로 살고 있는데 일본 평균 수입보다 웃돌기 때문에 큰 변화를 택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개발을 오히려 억제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동북지방을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이라고 일컫는다.

정오 즈음 도착한 인구 150만의 아오모리 시가는 한국의 읍보다도 한가한 모습이었다. 안내양 말로는 모두 일할 시간이기 때문이란다. 눈에 확 띄는 것은 자동차들의 크기가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 아주 작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경차라고 부르는 소형차는 보통 승용차 길이의 절반밖에 안되는데 번호판은 특별히 노란색으로 구별했고, 일반 차량은 흰색, 고령운전자는 오렌지색, 초보운전자는 번호판에 붉은 하트 마크가 부착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오렌지, 노랑색, 그리고 하트마크가 부착되어 있는 차량에 바짝붙어 위협운전(Tail gait)을 하면 벌금을 받게 된다.

보행자가 차도를  건널 때 꼭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미국이나 한국과 달리 차량들이 좌측운행을 하기 때문에 우측운행에 익숙한 여행자들이 차가 진행하는 방향을보고 건너다 차에 치일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아오모리는  혼슈(本州)의 제일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쓰가루 해협을 사이에 두고 홋카이도의 관문 하코다테와 마주하고 있다. 페리호로는 보통 3시간 50분이 걸리는데 철로 터널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세이칸 해저터널을 통해서 45분이 걸린다. 1-2년 후에는 시속 350Km로 달리는 신간센이 홋카이도까지 운행하게 되면 5분만에 건너게 된다고 한다. 지금은 신간센이 아오모리까지만 운행하고 있다.

주산업은 수산업과 농업 등이다. 한국에서 많이 사가는 다시마를 비롯해서 오징어, 게, 조개, 해삼, 광어 등의 수산물이 이곳 특산이다. 주요 농산물 중 마늘은 일본 전체의 80%를 생산하고 쓰가루 사과가 주품종인 사과 생산량은 일본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쓰가루 사과는 1930년에 아오모리 사과시험장에서 탄생한 품종으로 푸른색깔을 띠고 있지만 아주 단 맛이 난다. 이것이 동해를 건너와서 한국에서도 생산되는 아오리 사과다. 이 사과는 한 개에 $2이나 되는 고급사과로 꼽힌다.

점심식사는 아오모리역 옆에 있는 대형 일본식당에서 먹었는데 일본 동북지방이나 홋카이도에는 한국 식당이 없어서 한국관광객들은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면서 일행 중의 한 분이 고추장을 배급하기도 했다. 음식이 일식이라고 해서 필자는 별로 어려운 점은 없지만 양이 너무 적어 불만이다. 특히 반찬은 양이 너무 적다. 단무지는 한국의 김치처럼 단골메뉴이지만 한국식당에서 주는 단무지 크기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것을 꼭 3개만 준다. 이유인 즉슨 2개는 너무 적고 4개는 죽을 사(死)와 음이 통해서 3개를 준다나. 한 입에 다 없어지는 양이다. 더 청하면 더주지만 요금이 추가되는 것이 물론이다.

원래 일본 사람들은 소고기 돼지고기를 못먹다가 명치유신 이후에야 먹기 시작해서 그런지 소고기 돼지고기 요리는 식탁에 별로 오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맛도 별로다. 이곳에서는 역시 스시가 많이 나오는데 한국 스시와 다른 점은 숙성을 했기 때문에 비린내가 많이난다. 따라서 여러가지 종류의 조미료가 많이 따라 나오는데, 사용법을 물어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젓가락을 이용해서만 음식을 먹는다.

식기와 국그릇을 들고 먹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 이유인 즉슨 동물들이나 놓고 먹는다나. 일본의 식기는 우리 것보다 작고 나무로 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나 서양은 식기가 크고 또 놋쇄 같은 금속이기 때문에 들고 먹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들처럼 식기를 들고 후루룩 하고 식사를 뚝딱하는 것 보다는 우리처럼 식기를 놓고 수저와 젓가락을 교대로 사용하여 대화까지 나누는 것이 더 문명적일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소식(小食)에 소염분, 소지방, 소당분 식사를 해서 그런지 남자의 평균수명이 79세, 여자는 80세가 넘는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되었는데 , 현재는 100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국에 4만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식사 후에 아오모리 남쪽에 있는 도야다코 호수와 오이라세 계류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떠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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