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를 둘러보는 일본 여행기 2.
보스톤코리아  2008-01-12, 22:42:17 
▲ (상) 폭포처럼 생긴 오리라세 계류. 이런형태의 냇물이 계속 이어져 있다.  
▲ (하) 일본의 3대 호수중의 하나인 도와다코 호수

김은한 (본지칼럼니스트, 마취 전문의)

오이라세 계류와 도와다코(十和田湖)


아오모리 주거지역은 지진이 많기 때문에 한국처럼 고층 아파트가 없고 대개 2층 집이 많은데, 지붕이 평평하지 않고 각을 세운 것은 겨울에 많이 내리는 눈이 지붕에서 땅으로 쉽게 떨어지게 해서 지붕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이유에서라 한다.

거리의 표지판이나 신호등도 모두 눈의 무게를 덜 받도록  세로로 세워져 있었다.
폭설과 지진은 홋카이도와 이 지방 사람들이 항상 두려워하는 자연재해라고 한다. 집집마다 문간에 응급 백팩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진이 날 때 백팩만 메고 바로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라는데 백팩에 넣는 내용물들은 캔으로 된 음식물 등 당장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인데 손전등과 호루라기는 꼭 넣는다고 한다. 땅속에 갇혀 있어도 호루라기를 불어서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함이다.

오늘 목적지인 도와다코(十和田湖)호수와 오이라세 계류는 아오모리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정도 걸리는데 그야말로 산속의 울창한 숲속을 뚫고가는 험한 길이었다. 아오모리현은 65%가 삼나무와 너도밤나무를 주종으로 하는 산림으로 덮여있는데 30미터가 넘는 나무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주 시원하게 해준다. 그래서인지 이 원생림은 ‘세계유산’으로 등록이 되어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두 수종이 너무 꽃가루를 많이 날려보내기 때문에 화분 앨러지가 심한 사람들에게는 살기가 어려운 곳이라고 한다.
러일전쟁때는 병사들이 추위를 견디는 훈련을 바로 이곳에서 했는데 수많은 군인들이 눈속에서 길을 잃고 얼어죽었다고 한다. 눈이 많이 오면 어디가 길이고 아닌지를 모르기 때문에 평소에 길 언저리를 30여미터 간격으로 표시를 해놓아서 제설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적설량을 따지면 뉴잉글랜드가 이곳보다 더 많지만 제설능력은 이곳이 훨씬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겨울에 어려움이 심한 것 같다.

오늘 묵는 호텔은 오이라세 계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오이라세 그랜드 호텔인데 호텔 앞뒷쪽으로는 도와다코(十和田湖)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오이라세 계류가 14킬로미터에 걸쳐 흐른다. 창문을 열면 금방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정겹게 가슴에 와 닿는다. 일본여행은 거의 언제나 저녁이면 온천욕이 꼭 들어간다. 오늘은 대낮인데도 야외온천이란다. 욕탕중앙을 대나무로된 칸막이로 막아서 남, 여탕을 구분해 놓았는데 칸막이 끝에서 목을 조금만 뽑으면 여탕이 훤히 보이게 되어있다.

일행중에 한 사람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목을 뽑다가 즉시 여자들의 소프라노 항의를 받고 움찔 했다. 아마 반대쪽에서도 이런 일을 예상했기 때문에 금방 항의한 듯 싶다. 다행히도 그쪽도 우리 일행이라서 아무탈이 없었지만 목욕탕 구조가 유혹을 많이 받도록 되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일본이니까 그렇지 한국이라면 이렇게 엉성한 칸막이를 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 온천에 대해서는 꼭 기억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일본 온천은 새벽 3시경에 남탕과 여탕을 교체하는 풍습이 있다. 남탕과 여탕을 계속 바꾸는 것이 음양의 조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라지만 실은 처음 온천을 만들 때 남탕의 시설을 여탕보다 더 좋게 만들었기 때문에 여권이 신장된 지금에는 공평하게 하기 위해 매일 바꾼다고 한다.

작년 일본 여행중에 일행 중의 한 친구가 새벽에 온천을 했는데 바로 그 때가 여탕으로 바뀌는 시각이라서 곤욕(?)을 치룬일이 있었다. 또 온천 청소는 젊은 여자나 부인들이 하는데 남탕에도 거리낌없이 들어와서 처음 당하는 나는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남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청소부로 생각하지 여자로는 생각도 않는 것같다.

호텔 앞뒤로 휘돌아 나가는 오리라세 계류를 따라 계류가 시작되는 도와다코 호수쪽으로 올라가면 중간중간에 14개의 폭포가 있고 예의 삼나무와 너도밤나무가 하늘높이 솟아 있는 사이사이로는 두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가 뚫려있어 삼림욕을 호젓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에 젊은 쌍쌍이 심심잖게 눈에 띄었다.

통로 언저리에는 고목이 되어 쓰러졌거나 번개를 맞아 넘어진 나무들이 있지만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으면 자연모습 그대로 남겨놓고 있었다. 일본은 1972년에 자연환경보존법을 제정한 이래로 관민 모두가 철저하게 자연보호와 복구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연 1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환경보호에 투자하고 있는데 일년에 1억 그루의 나무를 식목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일본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본은 자연림(自然林)과 인공림의 비율이 50대 50이 되었다고 한다. 자동차 크기도 줄이고 마일리지도 높여서 온실가스 배출양을 매년 감소시키는 몇개 안되는 나라에 일본이 들어있다. 본받을 만한 일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한 시간 이상을 산책하다보니 벌써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도와다고 호수로 떠난다고 한다.
일본에는 경치가 아름다운 호수가 3개 있는데 하나는 후지산 기슭에 있는 5개의 후지고코(富土五湖), 또하나는 교토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비와코(琵琶湖) 그리고 3번째가 도와다코(十和田湖)라고 한다.

화산이 폭발하여 생긴 호수로 수심이 300미터나 되는 꽤나 깊은 호수다. 면적이 59Km2나 되는 큰 호수로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돌아보는데 한 시간 이상 걸린다. 때마침 주위의 단풍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다.

선착장 옆의 모래사장에는 국립공원 지정을 기념하기 위해 유명한 시인이며 조각가인 다카무라 코타로(高村光太朗)가 만든 두명의 누드 소녀상이 아름다운 호수를 쳐다보며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부인을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 부인의 몸매에 꽤나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소녀상 뒷쪽에는 1천여년이 된 도와다 신사가 있는데 동북지방에서는 꽤나 영험이 있는 신사라고 한다.

앞에 있는 우물 앞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물을 뜨는 바가지가 있는데, 바가지로 물을 떠서 한쪽 손을 닦은 다음에 다시 닦은 손에 물을 부어 마시는 것이 일본의 풍습이다. 요즈음은 바가지로 직접 물을 떠서 마시게 한 곳도 있는데 한 번 쓴 다음에는 바로 옆에있는 살균기에 넣었다가 다시 사용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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