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빌 황’의 마진콜 사태에 휘청이는 월가…IB업계 “중대 손실 불가피”
보스톤코리아  2021-03-30, 17:02:02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한국계 미국인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황(한국명 황성국)이 운영하는 개인 투자사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이하 아케고스)의 투자 실패와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여파가 월가를 뒤흔들고 있다. 아케고스가 ‘주가 상승’에 투자한 주식들의 가격이 하락, 이로 인해 발생한 마진콜을 아케고스 캐피털가 이행하지 못하고 관련 투자은행(IB)들이 연쇄적으로 대형 손실을 입으면서다. 일각서는 개인 헤지펀드의 파산 위기가 월가 전체를 위기로 몰고가자, 투자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지고 있는 취약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투자은행 노무라와 크레디트스위스(CS)는 한 헤지펀드의 강제 청산으로 실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 사 모두 해당 헤지펀드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블룸버그 등은 아케소스 캐피털 거래와 관련한 손실이라고 보도했다. 노무라가 추산한 잠재 손실은 약 20억달러(약2조2700억원)이며, CS는 “정확한 손실 규모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1분기 실적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손실은 이들 은행과 스와프 거래를 한 아케고스가 투자 종목 하락에 따른 따른 마진콜(계약 가격 변화에 따라 부족해진 증거금을 추가 납부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스와프(Swap) 계약이란 주식이나 채권 등 기초자산에 대한 신용 위험과 시장 위험을 매수자에 이전하고 대가로 매도자가 수수료를 받는 것을 말한다. 이번 거래들의 경우 매도자는 골드만삭스와 노무라, CS 등 대형 투자은행, 매수자는 아케고스였다. 아케고스는 이 같은 계약을 통해 일부 종목의 주식 상승에 베팅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케고스발(發) 마진콜 사태 여파로 증시도 혼란에 빠졌다. 아케고스가 포지션 정리에 나선 가운데, 투자은행들도 아케고스가 담보로 내놓은 종목들을 압류해 매각하는 등 대규모 블록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케고스가 보유했던 비아콤CBS와 디스커버리의 주가는 지난 한주동안에만 각각 50%, 45% 하락했다.

마진콜 사태 리스크가 부각된 투자은행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는데, 29일 크레딧스위스와 노무라는 각각 11.5%, 14%씩 급락했다. 사태의 충격을 해소하지 못한 증시는 이날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만 골드만삭스의 경우 아케고스 관련 거래로 인한 손실이 주요하지 않다며 이번 사태와 선을 그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 헤지펀드의 잘못된 배팅으로 월가가 충격에 빠졌다”면서 “한 회사의 악재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일각서는 아케고스의 마진콜 불이행으로 인한 여파가 대형 투자은행들의 손실로 이어지자, ‘투자은행’의 비즈니스 모델과 주식시장이 갖고 있는 취약성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투자은행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기는 했지만, 이들이 일상적으로 해왔던 거래가 결국 지난 몇달간의 수익마저 무색케 만들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증권을 거래하고 회사에 자문하며, 주요 거래에 투자하는 투자은행이 갖고 있는 내제적 문제가 부각됐다”면서 “투자은행들은 주식 거래란 자신들의 오랜 업으로 지난 몇달간의 수익을 깎아 먹었다”고 전했다. NYT도 “주식 시장의 취약성에 대한 가장 최근의 징후”라면서 “스와프 거래에 대한 규제 당국의 큰 관심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빌 황은 과거 헤지펀드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이끈 유명 투자자 줄리안 로버트슨의 수제자로, 2001년부터 타이거 아시아 펀드를 설립해 운영하다가 2012년 사기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한 뒤 비교적 조용히 지내왔다. 현 아케고스는 타이거 아시아를 개인 투자사로 전환한 것이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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