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61회
보스톤코리아  2010-08-23, 11:42:22 
"엄마, 엄마가 만들어주는 육개장이 최고야!" 하며 엄마의 기분을 부추기는 아이들.
"그래, 그럼 언제 육개장을 만들어 먹을까?" 하고 기분 좋은 얼굴로 아이들에게 답을 하는 엄마.
한국 음식을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집 딸아이는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음식을 그리워한다. 할머니가 한 번씩 다니러 오시면 아이들이 각각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시고 손수 만들어주신다.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음식 중에서 딸아이는 김치 찌개, 큰 녀석은 마른 오징어조림, 막내 녀석은 장조림을 특별히 좋아한다.
집을 떠나 학교 기숙사에 있으니 더욱 한국 음식이 그리운가 보다. 방학이 시작되어 집에 오면 그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며칠은 엄마에게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음식을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먹다가 방학이 끝날 무렵 학교로 돌아갈 때쯤이면 이내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을 또 찾아내는 것이다. 딸아이와 큰 녀석은 한식을 좋아하지만, 막내 녀석은 양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두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고 막내 녀석만 집에 있으니 음식을 만들어 먹는 날이 많이 줄었었다. 이 막내 녀석마저 며칠 후에는 집을 떠나간다.

오늘 이른 아침에는 딸아이가 피지컬 책업이 있는 날이라 큰 녀석이랑 일찍 집을 나섰다. 어젯밤에는 남편과 함께 아는 아저씨네를 갔다가 집에 늦게 귀가한 탓에 늦잠을 자느라 아이들이 아침 일찍 나간 것도 몰랐다. 아이들이 자기네 볼일을 다 본 후 한국 마트에 도착했다는 얘기를 전화로 일러준다.
"엄마, 여기 한국 마트인데 엄마가 좋아하는 후로즌 옥수수 사 갈까요?"하고 전화로 물어온다.
"그래, 엄마가 좋아하는 찰옥수수..."
"알았어요, 그런데 종류가 두 가지나 되는데 어떤 것으로 할까요?" 하며 엄마에게 차근차근 일러준다.
엄마 대신 시장을 봐다 주는 아이들이 고마운 날이다. 이왕 마트에 갔으니 오늘 육개장을 끓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녀석에게 육개장 거리를 하나 둘 불러 주었다.
"파, 물고비, 버섯 등..." 그리고 미국 마트도 아예 들렀다 오라는 얘길 덧붙이면서 말이다.

오늘은 바람도 솔솔 불어주고 날씨도 조금은 흐렸으니 육개장 먹기엔 안성맞춤인 날이다. 딸아이와 큰 녀석은 돌아오는 주일에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는 날이다. 한참은 한국 음식을 먹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드니 빨리 만들어 주고 싶어지는 것이 엄마의 마음인가 보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이번 학기 시작부터는 딸과 큰 녀석은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업스테잇 뉴욕의 Syracuse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International Relations)을 전공(아랍어)하던 딸아이와 펜실바니아의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정치학(Political Seience)과 철학(Philosophy)을 전공하던 큰 녀석이 이번 학기부터 보스턴 근교의 Brandeis University에 편입을 하게 되었다. 큰 녀석은 어려서부터 심장병을 앓았던 아이라 학교를 멀리 보내놓고 엄마의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가까운 곳으로 학교를 옮기니 고마운 마음이다.

하지만, 막내 녀석이 누나가 다니던 업스테잇 뉴욕의 Syracuse University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 몇과 함께 같은 학교에 가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막내 녀석이라 엄마의 마음에는 걱정이 인다. 이 녀석은 아직 특별히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 대학 입학을 하는 것이다. 늘 걱정이나 조급함이 없는 여유로운 성격이 장점이자 단점인 녀석이다. 8월 말에는 세 아이가 모두 집을 떠나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며칠 후에는 엄마와 아빠 곁을 떠나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다.

여름방학 3개월 동안 프랑스에 어학공부를 위해 다니러 갔던 딸아이가 지난주 주말에 집에 도착했다.
"엄마, 나 보스턴에 도착하면 '부대찌개' 먹을래요!" 하고 전화로 말해오던 딸아이.
프랑스에 3개월 있는 동안 한국 음식이 많이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보스턴에 도착해 먼저 식당에 들러 먹고 싶다던 '부대찌개'를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렇게 먹고 나니 이제는 '엄마의 육개장' 생각이 간절했던 모양이다. 오늘 저녁은 맛있는 '엄마의 육개장'을 세 아이에게 만들어주려니 마음부터 분주해진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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