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67회
보스톤코리아  2010-10-04, 12:16:25 
높은 하늘과 깊은 강 그리고 파랗게 물든 가을 하늘에 흐르는 흰 구름은 세월을 살아온 이들의 연륜만큼이나 가슴에 남은 추억이다. 굳이 시인이 아니더라도 온 산천이 울긋불긋 제 색깔을 찾아 오색 물들이는 이 가을에는 모두가 시인이 된다. 가을에는 잊었던 추억이 하나 둘 떠오르고 오랜 세월에 빛바랜 유년의 뜰에 남은 기억들이 가물가물 스쳐 지난다. 옛 고향이 그립고 어릴 적 친구가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립고 보고픈 그들은 지금 어디쯤에서 이 가을의 푸르고 높은 하늘과 맑고 깊은 강을 만나고 있을까.

'가을 강은 하늘을 담는다(秋江共長天一色)'는 옛 글귀처럼 그만큼 맑고 푸른 계절을 노래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진 인간의 조화를 말해주는 것이리라. 하늘과 땅 그리고 온 우주 만물과 인간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세상은 '신의 창조의 목적이고 보기에 심히 좋았더라'의 흡족한 모습일 것이다. 언제나 계절과 계절과의 샛길에서 만나는 자연을 통해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나를 만난다. 어느 계절에서나 느낌은 늘 새롭다. 자연의 신비와 경이에 감탄하며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요?'하고 창조주께 고백하는 피조물인 나를 또 만나는 것이다.

긴 인생 여정 속에서 때로는 가을 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저토록 드높은 하늘도 담을 수 있는 가을 강처럼 소리없이 유유히 흐르며 모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운 가을 강이 되고 싶다. 자연은 겨우내 긴 기다림으로 봄을 맞고 싹을 내고 꽃을 피우며 계절을 기다린다. 여름이면 작렬하는 뙤약볕을 따라 잎과 키를 키우는 여름 나무들 그리고 가을이면 열매를 맺으며 제 몫을 다하고 지는 저 뭍 생명을 본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사계절에서 만나는 자연의 순환을 지켜보며 신(창조주)의 섭리를 자연의 이치를 질서와 순리를 또 배운다.

엊그제는 교회의 바이블 스터디에서 과제물로 미국에서 인간 Genom(DNA 유전자의 지도) 프로젝트를 총지휘했던 Francis Collins 박사가 UCBerkeley Events로 "The language of God"이란 제목으로 간증한 얘기를 YouTuve를 통해 동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무신론자였던 콜린스 박사는 자신이 과학자로서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며 그들 속에서 믿음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물음을 갖게 되었다. 죽음을 앞둔 노인이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두렵지 않다는 얘기와 함께 "당신은 무엇을 믿습니까?"하고 묻는 물음에 몹시 당황했다고 한다.

콜린스 박사는 그 물음에 그치지 않고 그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목사님을 찾아가 상담을 하고 책을 소개 받게되었는데 그는 그 책에서 해답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 책의 제목은 C.S. Lewis가 쓴 'Mere Christianity'이다. 그는 그렇게 신이 없다고 부정하려는 과학을 뛰어 넘어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한 그 신을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의가 끝나고 콜린스 박사는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몇 중에서 '무신론자는 안 믿는것이 아니라 신을 찾는것에 게으를뿐이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중에서 인간만이 영적인 배고픔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 집에도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를 인정하는 그룹과 과학적 근거를 따지며 진화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유교 집안에서 자란 내게도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자라며 개신교 신자가 되었고 결혼 후에도 세 아이는 엄마를 따라 교회를 다니며 자연스럽게 신앙을 갖게 되었다. 콜린스 박사의 간증처럼 무신론자는 안 믿는 것이 아니고 게으른 것일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남편은 화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자신은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 신(창조주)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끔 삶이 신비롭고 경이롭다는 생각을 한다. 이처럼 한 하늘 아래에서 땅을 딛고 살면서 계절마다 찾아와 만나는 자연을 통해 느끼는 모두의 감정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21세기 과학이란 생각으로도 좇기조차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과학과 종교의 끝없는 보물찾기는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어찌 보면 믿기 위한 불신은 아닐까. 저 깊은 가을 강과 높고 푸른 가을 하늘 그리고 오색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 단풍을 보면서 신의 존재를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때로 게으름으로 창조 역사 속에 들어 있는 진화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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