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75회
보스톤코리아  2010-11-29, 15:22:50 
지난 주일(11/21/2010)에는 '추수감사절' 예배를 참석하게 되었다. 십일월이면 늘 그렇듯이 한 해를 돌아보며 부족했던 나 자신의 모습과 함께 감사를 챙겨보는 것이다. 예배가 시작되고 어느 권사님의 기도가 시작되었다. 굵직하고 힘있는 목소리는 본당을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가슴 속에서 뜨겁게 오르는 간절한 기도는 고개 숙인 성도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감사의 조건'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고 고백하는 그 권사님의 기도가 하루 온종일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 그렇구나! 멀리 있는 큰 행복을 찾다가 가까이에 있는 작은 행복과 소중한 감사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마음을 먹어도 뒤돌아서면 또 잊어버리고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삶의 여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나약하고 어리석은 모습이 바로 나로구나 하고 고백의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속에서의 변덕이 요동을 친다. 남편에게 착하고 어진 아내가 되었다가도 어느 한순간 모질고 포악한 악처가 되기도 한다. 세 아이에게나 시부모님께도 마찬가지다. 내 기분에 따라 행동이 따라간다는 결론이다. 가깝게 지내는 친구에게라고 특별히 다를 리 있겠는가. 이렇듯 제일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임을 깨닫는 하루였다.

하루의 삶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의 조건은 충분하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사의 조건은 생긴 모습만큼이나 모두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각 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만큼이 감사의 조건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싶다. 행복이란, 삶의 양과 질을 말해주는 지수 내지는 가치기준을 말해주는 것이다. 행복이란 것은 정해진 답은 없지만, 마음에서 저절로 흐뭇해지고 넉넉해지는 마음이지 않겠는가. 다른 사람의 좋은 것을 부러워할 수는 있지만, 욕심내지 않고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누리는 감사가 행복이라는 생각이다.

감사의 조건이란, 그 어떤 환경의 조건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아무리 열악한 상황일지라도 마음 안에서 차오르는 감사가 있다면 그 조건이라는 것은 무의미해진다. 그 어떤 환경을 넘어 풍성하게 누리는 행복의 씨앗은 바로 작은 감사로부터 시작된 까닭이다. 그렇다면 생활 가운데 누리는 편안함이 평안함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결론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물질의 부가 그 사람의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감사의 조건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끼게 된다.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물질이 정신을 앞지를 수 없다는 것을 또 깨닫게 된다.

우리가 부모로부터 늘 보고 듣고 자라고 학교에서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것이 세상을 살면 살수록 새록새록 떠오르고 알게 모르게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던가.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이나 사회 환경으로부터 부딪치며 만나는 경험들을 가만히 생각하면 서로에게 경쟁과 비교를 낳게 했다. 물론,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겪는 최고의 고충이고 절정의 누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쟁과 비교는 감사와 행복을 외면하고 우울한 세상을 늘려가는 주요 원인이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감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다.

우리는 먼저 사회를 탓하기 전에 학교에서 학교를 탓하기 전에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감사를 나누고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한 가정의 주부로서 한 남편의 아내로서 세 아이의 엄마로서 주변을 살펴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세 아이의 친구 중에는 부모가 이혼한 가정이 여럿 있다. 미국 사회나 한국 사회나 요즘 이혼이라는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남아 있는 자녀의 문제는 그리 쉬이 넘길 일은 아니다. 여기저기 '싱글 맘'들의 안타까운 사정이나 처한 상황에 마음을 같이하지만, 자녀들의 어려움을 어찌 다 알까.

하루의 삶 속에서 나의 '행복의 조건'이란 어떤 것일까. 또한, 그 행복의 조건의 항목들을 크든 작든 하나 둘 메모해 보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그 메모했던 조건들이 내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긴 줄 것인가. 이렇게 하나 둘 마음에 넣고 묵상에 머물다 보면 그 조건이란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이미 마음 안에서 감사가 절로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내 곁에 있는 것들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하고 값지고 귀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이미 와 있는 것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무지하고 어리석은 모습에 부끄러운 고백을 올리게 된다. 바로 이것이 감사이고 행복인 까닭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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