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76회
보스톤코리아  2010-12-06, 12:19:35 
말은 그 사람의 거울과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더도 들도 말고 반나절만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의 일상을 조금은 눈치채게 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쓰는 언어가 그 사람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서로 나누는 대화 가운데 자주 쓰는 말에서 지금의 환경을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는 이유이다. 또한, 요즘처럼 서로의 의사소통을 글(메일과 텍스 메시지)로 표현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언어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수없이 많은 말과 언어 중에서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그렇다면 어떤 말과 언어를 선택할 것인가.

예부터 전해져 오는 말과 언어에 대한 속담이나 예화가 많다. 특별히 종교를 들추지 않더라도 말에 대한 선택과 경고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말해주는 경전들이 많지 않던가. 그만큼 말과 언어는 긍정적인 힘과 능력이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무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과 언어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 것일까. 말이라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목소리로 나타내는 것을 일컫는 것이고, 언어라는 것은 사상이나 감정을 나타내고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수단이나 사회 관습적인 체계를 말한다고 한다. 참으로 가벼이 흘려버릴 일이 아니다.

한마디 말이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 속담처럼 '一言不中 千語無用 (일언부중 천어무용)' 한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처럼 말에 대한 귀함과 함부로 뱉어내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수없이 쏟아놓은 말과 언어의 숫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그 던져지고 달아난 말과 언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씨앗이 박혀 싹을 틔우고 자라고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지나온 날들에 대한 나의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 지난다. 특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행복했던 시간보다 속이 상해 남을 탓하며 토해내고 가슴 아파했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지금까지 머리로는 수없이 생각을 거듭하면서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살았다. 세 아이에게 엄마로서 의식적으로 고운 말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언행을 실천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어느 날 문득 나 자신이 쓰는 언어를 살피기 시작했다. 옛말에 남의 흉을 보다 배운다는 얘기처럼 어느 사람을 만나든 그 사람과 비슷한 말과 언어를 쓰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을 했기에 별 생각 없이 말과 언어를 쓰곤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 아니었음을 한참을 지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과 언어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소망이 되고 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요즘은 가까이에 있는 친구들이나 가족들 사이에서 그들이 자주 쓰는 말과 언어가 무엇이 있을까 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특별히 부부관계에서의 그들이 함께 공유하고 사용하는 말과 언어를 말이다. 가끔 만나 나누는 친구 관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말과 언어의 표현들이 남편이나 아내에게서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 것이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받는 상처의 무게와 부피는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느낌과 사랑받아도 모자랄 사람에게서 오는 사랑에 대한 갈증 내지는 무시 당했다는 느낌이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말의 폭력이고 언어의 폭력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 받는 상처의 모습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쉽게 던지는 부정적인 말과 언어의 표현은 자신감을 잃게 한다.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로 편안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쉬이 툭툭 내뱉는 말한마디가 아내에게 혹은 남편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멍 자국을 남기는지 말이다. 긍정적인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길을 성공의 길로 안내하기도 하고 실패와 좌절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자식에게 부모로서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노력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남편과 아내에게도 삶의 활력을 줄 수 있는 긍정의 말을.

이 세상에는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들보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 더욱 많다. 그중에 사랑과 행복이 가장 으뜸인 것은 사고팔 수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그 사랑과 행복을 살 수 있는 열쇠가 있다면 아마도 말과 언어가 아닐까 싶다. 다정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진실된 한 마디의 언어가 아픔과 슬픔과 그리고 고통과 좌절에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힘과 능력이 되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가 생각 없이 쉽게 던질 수 없는 이유이고 까닭이다. 이렇듯 사랑의 말과 행복의 언어를 그리고 긍정의 말과 희망과 소망의 언어를 나누며 살기를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준비하며 소망해 본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신영의 세상 스케치 - 278회 2010.12.20
하바드 할머니!
신영의 세상 스케치 - 277회 2010.12.13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의 아이
신영의 세상 스케치 - 276회 2010.12.06
말의 힘과 언어의 능력
신영의 세상 스케치 - 275회 2010.11.29
감사의 조건은 외부에 있지 않다
신영의 세상 스케치 - 274회 2010.11.22
2010년 십일월의 길목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