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77회
보스톤코리아  2010-12-13, 12:55:34 
네 것과 내 것을 구분하는 것이 세상살이에서 가장 기본이고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세상의 엄마들은 모두 겪었을 일이지만, 아이들이 어려서 얼마나 많이 그리고 오래도록 내 것에 매달리고 목숨 거는지 말이다. 늘 형제간의 싸움도 '내 것'만을 챙기고 우기고 '네 것'을 인정하기 싫어 일어나는 모습 아니던가. 어찌 어린아이들 세계에서만 그렇겠는가. 내 안의 욕심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고 감추고 싶은 나이를 지나 세상과 마주하며 너그러운듯하나 속마음에 욕심을 숨기며 사는 속 좁은 나이에 머물러 있다. 내 것만이라도 잘 챙기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삶이겠는가.

부부간에 싸움이 되는 일 중에는 아이들 문제가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 엄마인 내가 아이를 야단치는 것은 괜찮은데 남편이 아이를 야단치고 닦달할 때는 어찌나 속이 상하고 가슴이 아픈지 모른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느끼는 모성애일 것이다. 요즘의 서점가를 둘러보면 가정문제, 부부문제, 자녀문제의 상담자료나 심리자료의 책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직면한 삶의 문제이고 풀어야 할 과제인 이유이다. 개인주의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다면 그로 말미암아 잃어버린 것들은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과 밖의 서로의 나눔일 것이다.

가정을 지키고 책임지려는 마음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부모의 입장에서 다를 리 없다. 다만, 무엇이든 빨리 고르고 빨리 싫증 내고 빨리 버리려는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의 인스턴트식 생활방식이 되어가는 까닭이다. 오래 기다리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시간은 돈과 비례하기에 그것은 젊은 세대에게는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일지도 모른다. 바로 '시간은 곧 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현실이 또한 그것을 반영해 주지 않는가. 때로는 젊은 아이들을 보면서 어떤 일이든 망설임이나 기다림보다는 일에 대한 판단이나 결정이 빨라 추진력도 있고 실천력도 있어 보기에 좋다.

하지만,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책임과 역할이 주어졌다면 조금은 참고 인내하고 기다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자식을 두고 이혼 결정을 쉬이 내릴 부부가 어디 있을까. 또한, 아이로 말미암아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고 잃고 싶지 않다는 부모들도 가끔 보았다. 그 어떤 누구의 어느 결정이 옳고 그른 것은 없다. 다만, 그들에게 자식이 달렸다는 이유가 이혼을 결정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기도 한다.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니던가. 서로 좋아서 결혼했을 때는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던 존재가 이혼을 결정하며 아픔과 고통 미움의 씨앗이 된다.

한 2년 전 지천명을 넘어 재혼하여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며 우리 부부와 가깝게 지내는 언니와 아저씨가 있다. 이 가정에는 아저씨에게 남매가 있고 언니에게는 아들 녀석 둘이 있다. 언니의 아들 둘은 한국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엊그제에 작은 녀석이 엄마 곁으로 왔다. 어릴 때 엄마와 헤어지고 외할머니의 품에서 외롭게 자라다 오랜만에 엄마의 곁으로 온 것이다. 재혼과 함께 얻어진 귀한 선물(자식)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부딪치며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이 또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지내다 만난 인연이기에 더욱 노력하고 애쓰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시어머님의 막내 여동생(시이모)이 이혼하고 재혼을 하게 되어 한국에서 아저씨(시 이모부)가 미국에 오셔서 함께 살고 있다. 시이모님에게는 대학에 다니는 딸아이가 하나 있고 재혼할 시 이모부에게는 삼 남매가 한국에서 살고 있다. 처음 가족의 눈으로 바라볼 때는 가슴이 턱턱 막혀왔다. 나이 오십이 넘어 왜 저렇게 힘든 결정을 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시이모님과 재혼할 시 이모부님의 서로 나누는 사랑과 행복을 엿보며 행복하게 잘 사시길 기도한다. 한국에 있는 아저씨의 딸에게 전화를 거는 시이모와 미국에 사는 시이모의 딸을 챙겨주시는 아저씨의 따뜻함이 고마웠다.

요즘 속된 말로 한국에서는 '니(네) 아이 내 아이 우리 아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한바탕 웃었던 일이 있었다. 그만큼 미국이나 한국이나 이혼이 많고 그에 따른 재혼이 늘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저 웃음으로 넘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 가운데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고 내 아이를 여럿 키우면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얼굴 색깔까지도 다른 아이를 선택하여 입양하는 미국인들을 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존경스러울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이처럼 재혼과 함께 만난 귀한 인연들이 서로 사랑하며 살기를….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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