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80회
보스톤코리아  2011-01-10, 11:36:54 
새해를 맞이하면 새 달력(캘린더)을 꺼내 들춰보며 가족의 생일과 함께 결혼기념일 부활절 그리고 크리스마스 등... 날짜를 짚어본다. 특별한 날에는 은근히 특별한 선물이 기다려진다. 선물은 언제 누구에게 받아도 기쁘고 행복하다. 아직도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이 기분 좋은 것을 보면 철이 제대로 든 어른 되기는 먼 얘기인 듯싶다. 세 아이가 엄마의 생일을 잊을 리 없지만, 은근히 날짜를 일러준다. 선물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는 엄마의 모습인 줄 알면서 모르는 척 있는 아이들도 우습긴 마찬가지다. 선물의 가치를 돈에 기준으로 할 수는 없지만, 필요한 물건이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특별한 선물

그대를 생각하며
준비하는 시간
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마음

이미 받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기쁨!

가슴에 와 있는
그대만으로
차오르는 행복!

아,
내게
특별한 선물은
바로 그대였음을.

아이들이 어려서는 생활에 특별한 어려움 없이 여유가 있었다. 세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가정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지 시작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이들은 은근히 선물을 기다리게 되고 자기들이 원하는 선물을 각자 리스트에 작성해 슬쩍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기도 했었다. 그렇게 세 아이가 대학을 앞두고 절약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가깝게 지내는 꼬마들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때때마다 하던 선물을 그만 줄여야 할 때는 참으로 마음이 상하고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최선의 선택이고 방법이라고 애써 다짐을 했다.

첫해를 그렇게 보내고 그 이듬해에도 똑같이 했었다. 이렇게 선물 없이 지낸 시간이 벌써 3년째를 맞이하고 보냈다. 이제는 주변의 가족이나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세 아이를 대학에 보내려니 여간 버겁지 않겠거니 이해를 해주는가 싶다. 여하튼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지금 가만히 생각해도 그때의 그 결정이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여겨진다. 세 아이도 대학에 입학하며 삶의 방식과 생활의 지혜를 배우게 되었다. 삶이란, 이렇듯 살면서 어려움도 슬픔도 고통도 겪으며 새로운 삶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게 되는 것이다. 기쁨과 행복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지혜를.

어찌 아이들뿐이겠는가.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해오던 사람들은 자신의 신앙관에 대해 가끔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고 그곳으로부터 멀리 떠나고 싶은 일탈을 꿈꾸어볼 때가 있다. 반복되는 생활에 대한 지루함이랄까. 아니면 별 탈 없이 잘살고 있는 것에 대한 복에 겨운 생각일는지도 모를 일이다. 때로는 살면서 사람에 지치고 신앙이라는 것에 지칠 때가 있다. 사람을 보고 신앙생활을 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으로 말미암아 지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믿는 사람들의 하기 좋은 얘기로 믿음이 부족해서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얘기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있다.

이런 것처럼 세상 사는 일이란, 늘 이런 식이다. 내 것을 네게 주니 네 것도 내가 받고 싶다. 아니라고 또 아니라고 생각과 말로는 수십 번씩 수백 번씩 내뱉지만, 정작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준 것만큼 받고 싶은 마음이 본심인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주워모아 한참을 생각에 잠겨 묵상의 시간을 가져본다. 정말 보잘 것없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부끄러움보다 더 초라한 나를 만난다. 그 정도였구나! 그래도 너는 조금은 다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실망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일이 얼마나 창피하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일인 줄.

한참 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원했던 특별한 것들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언제나 곁에 늘 함께 있는 남편이 고맙고 세 아이가 고맙고 가까운 친구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들은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내 곁에 함께 있었다. 그런 것처럼 내 삶이 힘들고 버거울 때면 밀어내고 따지며 탓을 돌리던 나의 님(하나님)도 언제나 내 곁에서 떠나지 않고 함께 있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내가 특별히 여기던 것들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모두 떠났지만,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특별한 선물'로 남은 것은 모두가 평범한 일상이었음을 고백하는 날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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