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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권하는 사회와 사랑하는 사회s
보스톤코리아  2011-01-14, 13:44:39   
편 / 집 / 국 / 에 / 서 :

미국인들은 총을 좋아한다. 100명중 약 85명이 총기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지만 그 대가는 작지 않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매일 80여명의 미국인이 총기 관련 사고로 사망한다. 총기로 인해 부상당하는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일반적인 총기 강도, 살인 사건 등은 더 이상의 뉴스 거리도 아니다.

또 한번의 총기 사건이 미국을 흔들었다. 28세의 청년이 애리조나주 투산 소재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개브리엘 기포즈 하원의원(민주, 애리조나)을 저격, 중태에 빠뜨리고 9살 짜리 여아와 연방 법원 판사 등 6명을 현장에서 사살했다.

기포즈를 저격한 제러드 러프너는 정신적으로 불안해 커뮤니티 대학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육군입대지원도 거부됐다. 그럼에도 33발의 총알을 담은 탄창과 글락(Glock) 반자동식 권총을 사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블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총기 저격 사건 후 반자동식 권총 글락의 인기가 치솟았다. 미국 전역에서 권총 판매가 60% 이상 증가했으며 범행에 사용했던 글락의 인기가 이를 주도했다. 총기 판매상들은 과거 조승희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총기 소지 규제가 강화될 것을 우려, 총기 판매가 급증했던 것을 예로 들며 이번 총기 판매 급등을 설명했다. 하지만 왜 글락이 잘 팔리는 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이번 사건과 맞물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 사라 페일린이다.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지난해 선거 당시 자신의 페이스 북에 건강보험 개혁에 적극 참여했던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에 십자조준경 표시를 하고 선거에서 탈락 시킬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했다. 낙선대상에는 개브리얼 기포즈 의원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페일린은 오바마의 의료개혁을 두고 “사회주의자들이 ‘죽음의 위원회(Death Panels)’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국민의 분노를 자극했다. ‘죽음의 위원회’란 건강 보험을 미국인들에게 분배하고 안락사를 장려하는 기구를 일컫는 말로써 의료개혁이 마치 사회주의로 가는 것처럼 포장한 것. 보수의원들은 페일린의 말을 지지했으나 PolitiFact.com은 이를 2009년 ‘올해의 거짓말’로 선정했다.

기포즈 의원 저격사건 이후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페일린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럽에서 유대인 인종청소의 근거가 된 ‘피의 중상모략(Blood Libel)’이란 단어를 사용해 유대인들의 반발을 샀다. 이 단어는 중세 유대인들이 비유대인 어린이의 피를 제물로 사용한다는 근거없는 주장에서 유래한 것으로, 통상 중상모략을 비유할 때 사용된다.

페일린은 12일 아침 7분 30초 짜리 페이스북의 동영상을 통해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피의 중상모략’를 지어내지 말라”며 이번 총격사건의 원인을 자신의 정치적 반대 견해 탓으로 돌리는 언론들을 겨냥했다. 무려 8분에 가깝게 정치적 반대의견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반면 페일린은 한 번도 총기규제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광범위한 의미의 정치적인 주장을 구체적인 정신병자의 총격사건과 연결시키는 것이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피해자인 기포즈의원이 유대인이었다는 점이었다.

‘피의 중상모략’이 유대인을 겨냥한 말임을 고려했다면 굳이 그 단어를 쓸 필요가 없었다. 페일린이 의미를 모르고 사용했을 수 있지만 2012년 대선을 꿈꾸는 정치인이 사용하는 단어의 파장을 고려치 않고 선택했다는 점은 지나칠 수 없다. 마치 총을 구입할 때 그로 인해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많은 미국인들은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구입한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안전해지기 위해 총을 구입하지만 결국 소유한 자신을 더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헤먼웨이 하버드대학 교수가 미 생활의학 저널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미국의 어린이들은 같은 선진국 또래에 비해 총기 사망 확률이 11배나 높다. 더구나 미국내 가정에서 일어나는 총기 살인 사건의 범인은 외부 침입자에 의한 것보다 가족이나 친지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권총을 구입하려 몰려든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의회에서는 총기 규제에 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얼마만큼 ‘총 권하는 사회’를 탈피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페일린 전 주지사가 비디오를 내보낸 그날 저녁 오바마 대통령은 총격 피해자들에 대한 연설을 했다. “그들의 죽음이 단순한 정중함의 결여(페일린의 발언)에 기인해 일어나지 않았으며 예의있고 정직한 정치적 논의만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라며 오히려 희망과 단합을 이야기 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사랑을 베풀었으며 타인의 삶을 향상키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 권하는 사회’보다는 ‘사랑하는 사회’를 느끼게 하는 발언이다. 12일 미국인들은 두 사회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2012년 그들은 이중 한 사회로 가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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