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82회
보스톤코리아  2011-01-24, 17:15:19 
매년 새해가 되면 마음으로 계획하고 다짐하는 것들이 몇 있다. 설령 연말이 되어 그 계획했던 일들이 다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새해에는 무엇인가 이루고 싶은 꿈과 소망이 있는 것이다. 2011년 '신묘년' 새해에도 여는 해와 마찬가지로 마음속에 다짐을 했다. 그중에서 올 한해는 고전 읽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집에 있는 문학 전집을 뒤적뒤적 거려보다 손에 잡힌 것이 나다니엘 호손의《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였다. 오래전에 읽었던 것을 나이 들어 읽어보니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또한, 배경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뉴잉글랜드의 풍경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고전 읽기가 또 다른 느낌의 신선함을 주고 있다. 우리 집 세 아이도 어려서는 곧잘 책을 읽는가 싶더니 요즘은 뜸한 느낌이다. 가끔 아이들에게도 책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하지만,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안다. 우리가 고전을 읽으며 배울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 시대에 살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시대적 배경을 통해 정치 경제 문화 속에서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것이다. 고전은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 그리고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물음을 제시하기에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작가에 대해 잠시 살펴보면, 일찍이 소설가 헨리 제임스는 나다니엘 호손(1804~1864)의 <주홍글씨>(1850) 출간을 미국문학사의 으뜸가는 이정표적 사건으로 간주하였다. 독립한 지 한 세기가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문화적 식민지 상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미국이 유럽 문학계에 내놓더라도 손색이 없는 뛰어난 소설 작품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제임스는 <주홍글씨>가 세계적 걸작이면서 또한 뉴잉글랜드의 감수성이 빚어낸 “절대적으로 미국적인 작품”임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미국소설의 전통을 확립한 세계적 걸작이라는 <주홍글씨>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출판된 지 한 세기 반에 이르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별 이의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찬에 걸맞게 <주홍글씨>는 미국 문학 시장에서 지금까지 절판된 적이 없는 몇 안 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미국문학사의 이정표를 살펴보면, 이 한결같은 문학적 호소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먼저 주목되는 것은 소설의 무대가 초창기 청교도 사회라는 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주인공 헤스터 프린이 사생아를 안고 형대에 선 1642년부터 그 파트너였던 딤즈데일이 숨겨온 죄를 고백하는 1649년까지의 보스턴 사회이다. 이 시기는 영국의 경우 청교도와 왕권의 갈등이 심화되어 급기야 찰스 1세의 퇴위와 처형을 몰고 온 청교도 혁명의 전야였고, 신대륙의 청교도 사회 또한 본국의 이런 정치적 소용돌이의 파장 속에서 공동체의 이념과 미래상에 대한 내부 진통이 적지 않았던 때였다. 요컨대 <주홍글씨>는 200년을 거슬러 올라가 태동기 미국문명의 발상지를 그 소설 무대로 삼고 있는 역사 소설이다."

"이 역사의 무게 때문에 <주홍글씨>를 읽으면서 독자는 미국의 기원과 그 이념을 한 번쯤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나 사회 전체로나 자기 정체성의 문제에 늘 고심해 왔던 미국 사회에서 <주홍글씨>는 그런 자기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국민문학적 텍스트였던 것이다. 물론 역사의 의미를 묻는 것만으로 걸작이 되지는 않는다. 거기에 덧붙여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 독특한 소설 미학, 그리고 개성적 언어 또한 <주홍글씨>를 살아 있는 고전으로 만든 원천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주홍글씨>는 미국문학은 물론 미국문화 일반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자극하는 훌륭한 ‘입문서’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새롭게 성찰하도록 만드는 뛰어난 삶의 길잡이인 것이다."

고전 읽기를 시작하며 어느 것을 먼저 읽을까 생각하다가 지금 살고 있는 뉴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했던 소설을 먼저 읽기로 마음 먹었다. 다음에는 허먼 멜빌의《백경(白鯨, Moby Dick)》을 읽어보고자 한다. 이렇게 시작한 고전 읽기가 '지천명의 50이 다 되어가는 중년 여인에게 새삼스러울 만큼 설렘을 안겨 준다. 그 설렘은 하루의 삶을 즐거움과 행복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 나이 오십이 되어가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갱년기와 폐경기가 찾아오는 때이다. 이렇듯 자신을 위해 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곁에 있는 남편의 사랑이 가장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시간을 내어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고전을 읽든 자신의 행복을 찾아 맘껏 누리는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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