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오래 유지되는 비결
보스톤코리아  2011-02-14, 17:12:26 
편 / 집 / 국 / 에 / 서 :

어떤 사람 집을 방문했을 때 벽면을 가득 채운 서고는 그의 성품을 말해주곤 한다. 서고는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안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척도이기도 하다.

21세기, 아니 태블릿 컴퓨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더 이상 집안의 서고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 발표에 따르면 서점업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아마존 닷컴에서 드디어 전자책의 판매 수가 종이책 판매 수를 넘어 버렸다. 이와 더불어 미국내 서점업계 2위인 보더스(Borders)가 법정관리 신청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전자책 리더기, 아이패드 등 태블릿 컴퓨터는 굳이 종이로 된 책을 서고에 쌓을 필요없이 하드드라이브에 담으면 된다. 무게도 없고 전자적 크기만 존재할 뿐이다. 즉 실제적인 크기가 없다. 결국 그의 서고를 보기 위해서는 태블릿 컴퓨터의 하드드라이브를 열어봐야 한다. 또 그것을 열었다 손 치더라도 서고를 보았을 때 느끼는 감동을 간직하기는 힘들다.

사랑은 무게도 부피도 없지만 여러 가지 모습으로 목격할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접한 사랑은 부모님의 사랑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녀간의 사랑을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은 동화책이다. 한국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인어공주’가 화제였다. 어느날 나타나 아낌없이 사랑해주다 물거품이 되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주는 그런 사랑. 이해 타산과 사랑이 절묘하게 조화된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인어공주식 사랑’이 입맛에 맞을 수도 있겠다. 하드 드라이브에 담아 필요할 때 꺼내 보는 전자책처럼. 그러나 세월의 흔적으로 닳은 책과 같이 오래된 사랑은 우리가 가장 간직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보스톤 글로브가 발렌타인스 데이를 맞아 50년 이상 결혼을 유지한 부부를 인터뷰, “오랜 사랑의 비밀”을 알아봤다. 그 결과 오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비결은 바로 겉으로 표현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벽면을 채운 서고처럼 친절과 경청, 그리고 함께하는 자세들이 꽃혀진 사랑의 서고를 서로에게 보여주어야 오랜 사랑이 유지된다. 커플들의 흥미로운 인터뷰 내용을 일부 소개한다.

찰리(80) 와 조이스 월시(68) 부부는 12살 차이가 나는 부부다. 이들에게 50년 이상 결혼을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찰리의 대답: 새집을 장만하거나 차를 사거나 하는 커다란 일의 결정은 내가 했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아내가 했다. 늘 서로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아버지는 늘 친절이 최고의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스의 대답: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서로의 의견을 들었다. 이 과정에 주고 받는 것이 있었고 인내와 관용도 있었다.(두 사람이 동시에 웃었다.) 내 생각엔 그(찰리)가 조금 더 내 의견을 받아 들이는 자세를 취했으면 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변하지 않았고, 나는 그것을 참아내는 방법을 배워왔다.

프랭크(77)와 진 보키노(75) 부부는 2 살차 부부다. 누가 대장이냐는 질문에 프랭크의 대답: 아내다. 그것이 일을 제대로 돌아가게 한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진의 대답: 우리 둘 모두가 대장이다. 그는 이야기해서 동의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다. 프랭크의 대답: 그녀가 그냥 하는 말이다. 나는 그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허먼(87)과 로이스 웰스(88) 부부는 부인이 1살 많다. 64년을 함께 산 이 부부에게 같이 살면서 배운 게 뭐냐고 물었다. 모든 질문에 로이스가 먼저 대답했다. 로이스의 대답: 배운 게 너무 많다. 나는 그에게서 사랑과 친절함이 무엇인지 배웠고, 이해와 협력이 무엇인지 배웠다. 허먼의 대답: 나는 요리를 배웠고, 집안 일을 배웠으며, 무엇을 해서는 안되는지 배웠다. 로이스의 대답: 그는 내게 사랑이 무엇인지 여러 방법으로 보여줬다. 입이 아닌 행동으로. 내 생일을 한 번도 잊지 않았고 기념일도 잊지 않았다. 나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케네쓰(87)와 이모진 피시 부부(78)는 9살 차이가 나는 부부다. 53년을 함께 한 이들에게 어떻게 함께 잘 지낼 수 있었는지 물었다. 케네쓰의 대답: 우리는 서로에게 매우 잘해줬다. 이모진의 대답: 우리는 항상 ‘플리즈와 땡큐’를 말했다. 심지어 아주 작은 일에도. 특별한 비결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모진의 대답: 서로의 의견을 잘 듣고 서로 존중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의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일도 있었다. 케네쓰의 대답: 당신은 결코 내 신경을 거스리는 일이 없었다. 이모진: 그는 너무 관대하다. 결코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평생을 함께 한 사람들에게서 한결 같이 나오는 얘기는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정열적인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관념이 아니라 서로를 위한 실천이라는 점이다. 올해 발렌타인스 데이에는 사랑이란 이름의 서고에 '친절함'과 '잘 들어주기'란 책을 하나 꽃아보자.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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