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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려가는 길은 슬픈가
보스톤코리아  2011-03-14, 16:24:55   
편 / 집 / 국 / 에 / 서 :

얼마 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후보로 거론됐던 고은 시인의 시 중 짧지만 정수리를 내리 치는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순간의 꽃>

언론에서 사람들을 거론할 땐 대부분 두 가지 경우이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이 때 사람들의 주목도가 높다. 흥미로운 점은 올라가는 사람보다는 내려가는 사람이 세간의 입에 더 자주 오르내린다. 그리고 내려가는 사람 자신도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도‘무언가’를 보고 느낀다.

찰리 신(45)은 8년간 방영된 ABC 장수 드라마 “Two and a half man”의 주연으로 회당 출연료가 TV연예인중에 가장 높은 배우다. 지난해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이 드라마의 출연료는 회당 1백80만불(1억8천만원)이었다.

그는 “Red Dwan”으로 데뷔, 올리버 스톤 감독의 “Platoon”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다. 2002년에는시트콤 “Spin City”에 출연하며 골든 글로브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키도 했다.

찰리 신은 지난 7일 드라마 제작회사인 워너브라더스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았다. 복잡한 사생활, 책임 피디에 대한 반 유대인 폭언 등이 그 이유. 세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계속된 가정폭력, 약물 남용, 과음 등은 지난 90년대부터 그에게 붙은 딱지다.

지난해 10월에는 뉴욕의 한 호텔에서 벌거벗은 몸에 만취한 상태에서 경찰에 발견됐다. 벽장 속에는 윤락녀를 숨긴 채로. 지난 3월 1일에는 이혼한 세번째 부인 브룩 뮐러와 아들에게 접근 금지령을 법원으로 부터 받았다. 가정과 직장에서 동시에 퇴출이다.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의 몰락은 허무하다.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자리에 있던 그는 지난 달 28일 영국의 선 지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유태인 비하발언이 문제되어 결국 해고됐다.

그는 파리의 한 카페에서 술에 취해 “난 히틀러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한 손님에게 “당신은 다 죽었어야 했어. 당신 부모들도 가스실에 넣어야 했어”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카페의 다른 손님이 촬영해 올린 이 동영상은 여러 웹사이트를 통해 번졌다.

갈리아노는 런던의 패션 명문 세인트 마틴에 다닐 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패션도 영화나 뮤지컬을 보듯 드라마틱하게 연출, 패션계에서 최초 ‘쇼비즈’란 개념을 도입한 사람이다.

1987년부터 영국의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네 차례나 수상했다. 프랑스로 건너가 지방시에서 일하다 크리스찬 디올로 스카우트 됐다. 지난해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영국 윌리엄 황태자와 결혼한 케이트 미들턴, 마돈나, 그리고 유명배우들이 그의 드레스를 입어보길 다투어 원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입은 재능을 잠재웠다.

한국에도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의 추락이 헤드라인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자살한 연예인 장자연이 거론한 성접대 대상 31명 사회 지도층은 대부분 알만한 사람들, 즉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구체적 추락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접어두자.

최근 중국 상해 총영사관에서는국내외 명문대를 졸업하고 고시 등을 거쳐 정부기관의 핵심 요직에 오른 최고 엘리트들이 기혼 중국여성과 불륜 파문을 일으켰다. 한 두명도 아니고 상당 수의 영사들이 이에 개입됐다는 점이 충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덩씨에게 비자를 부정 발급한 것으로 확인된 법무부 소속 H(41) 전 영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법무부 검찰사무직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놨다. 그는 특히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당시 강금실 법무장관 비서로 발탁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아 법무부 내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덩씨의 USB 메모리에 담긴 정부•여당 고위층 연락처의 원(原) 소유자인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는 20여 년 전 대학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어교재 ‘거로 Vocabulary Workshop’의 저자로,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밟고 미국 변호사 자격까지 취득한 인물이다. 지난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서울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장으로 활약한 뒤 2008년 6월 상하이 총영사로 부임했다.

이들은 모두 덩씨와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도됐다. 주재국 일선에서 뛰는 영사들이 현지 고위층과의 ‘채널’을 만드는 과정에서 ‘능력있는 미모의 여인’을 이용하다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여전히 재외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총영사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 지도층이든, 잘 나가는 연예인이든, 전문가이든 모두가 자기관리에 한 순간만이라도 허점을 보이는 경우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즉 평상시에 늘 자신의 말과 행동에 조심하고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

산을 좋아해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늘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어렵다고 말한다. 내리막길은 저절로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충분한 힘으로 지탱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인생에는 늘 내리막 길이 있게 마련이다. 그 충분한 힘은 올라가기 전 평상시에 쌓아놓아야 하는 것이 삶의 기본 자세다.

내려 갈 때야 보이는 그 꽃을 우리는 올라갈 때도 보아야 한다. 그래야 내려가는 길이 슬프지 않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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