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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와 좋은 사마리아인
보스톤코리아  2011-03-21, 16:27:43   
편 / 집 / 국 / 에 / 서 :

도쿄에서 신간센으로 약 1시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센다이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였다. 많은 나무와 식물 덕분에 일본에서 가장 푸르른 도시로 평가되기도 했다. 관광객이 많아 소매 및 서비스 산업이 주를 이룬다.

250마일이나 떨어져 있지만 고속철의 영향으로 싱싱한 야채와 농산물을 생산, 바로 도쿄에 공급하는 이 마을은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부촌이었다고. 그러나 그곳에 들이닥친 쓰나미는 과거 센다이를 지워버렸다.

집은 쓰레기 더미로 바뀌었고, 차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졌다. 센다이 공항은 활주로까지 물에 잠겼다. 물에 떠밀려온 차량, 트럭, 버스, 진흙더미가 활주로를 뒤덮었다. 가장 푸르렀다는 그곳이 폐허로 변했다. 구조대원들은 떠밀려온 시체를 실어 나르느라 바빴다.

쓰나미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은 설상가상이다. 인근 지역은 물론 도쿄도 위협하고 있다. 일부 한국 언론은 한국에 미치는 악영향까지 우려하는 눈치다. 일본에 있는 외국인들이 쓰나미 후 썰물 빠져 나가듯 일본을 탈출하고 있다.

이러자 일본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는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핵을 무기가 아닌 민간용으로 사용해도 충분히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

강력한 지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쓰나미는 물리적인 모습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일본의 참상을 보는 한국의 모습은 과거와 달랐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로 남아 있는 앙금을 뒤로하고 일본의 아픔을 좌시하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일본을 돕자는데 한마음이었다.

조선일보사가 벌이는 일본 돕기 모금 켐페인에는 온정이 답지하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모금 사흘째인 16일(한국시간)에는 15만167명이 10억2311만원을 모아 지금까지 20만4108명이 모두 30억5038만원의 성금을 전했다.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 대사는 조선일보를 방문해 "한•일 두 나라는 서로가 정말 어려울 때 돕는 게 필요한데 이번에 그렇게 됐다.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이렇게 도움을 받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 국민은 한국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진보 신문 한겨레는 구체적인 모금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가게를 비롯 각 한국기업 및 방송 언론사들의 기금모금 활동을 보도하면서 자체적으로도 모금을 진행했다. 한국의 성숙한 모습을 보는 듯했다.

쓰나미 후 남겨진 수많은 폐허 쓰레기처럼 지워야 할 것도 있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말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일본 지진에 대해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나온)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 좋은 사마리아인을 가르치는 목사로서 해야 할 말이었는지 의심스럽다.

UCLA의 백인 여학생 알렉산드리아 월레스는 유튜브에 도서관에서 전화를 사용하는 아시안들을 비난하는 3분짜리 비디오를 올려 망신살을 샀다.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이 여학생은 “많은 무리의 아시안 학생들이 매년 UCLA에 입학하고 있는 것이 문제지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UCLA에 입학하면 미국의 매너를 따르라”며 서두를 뗐다.

정치학 전공인 웰레스는 이어 자신이 도서관에서 기말고사를 위해 정치학 공부에 대해 몰두하고 있는데 아시안 학생들이 매너없이 전화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쓰나미 소식에 놀라 전화를 받는 모습을 장난스럽게 흉내내며 “제발 매너를 지키라”고 놀렸다. 이 비디오는 바로 베스트 클릭 리스트에 올랐다.

미 전역에서 비난글이 빗발쳤고 인종차별이란 주장과 표현의 자유란 주장이 맞서며 더 큰 논란이 일었다. 그녀는 결국 사과하고 유튜브 내용을 자진 삭제했지만 논란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많은 협박전화도 받아 경찰의 보호까지 신청한 상태다.

남의 아픔을 이해하기는커녕 자신의 불편함과 평상시 생각만을 강요하는데서 파생된 문제다. 하지만 이는 이들 몇몇 사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부끄럽지만 필자 자신도 ‘일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선뜻 피해자 돕기 성금 모금에 나서지 못하고 망설였다.

독도가 그렇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이든 그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 일단 돕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는 것이 순서다. 사랑의 쓰나미는 일제강점, 독도분쟁 등 이 모든 것을 뒤엎어 버렸다. 위안부 할머니들조차도 피해자들을 돕는데 나섰다. 혹 아직도 과거의 아픔 때문에 기부를 망설인다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미주에서는 주간 미시간 등 많은 한인 언론들이 일본 성금 모금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간 미시간은 특히 중부 16개 도시 일본 신문에‘위로’광고를 게재한다. 보스톤 코리아도 일본 경제인 모임, 중국계 신문 등과 동시에 모금활동을 전개코자 논의 중에 있다. 한인회를 비롯 한국학교협의회도 기금모금에 적극적이란 반가운 소식이다.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내 가장 푸르른 도시를 가장 황폐한 도시로 바꾸었다. 이제 사랑의 쓰나미가 우리의 황폐한 가슴을 따뜻한 가슴으로 바꾸어 놓기를 기대한다. 좋은 사마리아인을 실천할 좋은 기회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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