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91회
보스톤코리아  2011-03-28, 14:21:19 
내 것을 남에게 주는 마음은 생각만으로도 따뜻하고 행복이 차오르지 않는가.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이 또 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주는 일일 것이다. 요즘 매스컴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일본 지진과 쓰나미 돕기 운동이 한창이다. 특별히 멀고도 가까운 이웃 나라로 있는 일본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그리고 일본의 재해 복구에 쓰게 해달라며 성금을 준비하는 한국의 스타들이 그렇게 멋지게 보였다. 물론, 그 뒤의 얘기들을 따르면 일본에서는 기부를 통해 유명해지는 행위를 꺼리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목적이 있는 기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란다.

여하튼 한국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스타들의 오가는 따뜻한 온정이 가슴에 남아 마음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고 해서 돈이 넉넉하다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안다. 자신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흘러 넘쳐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20여 년을 미국에 살면서 늘 피부로 느끼는 것은 많은 미국인은 말없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돕는다는 것이다. 특별한 때가 아닌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이라고 여기고 꾸준히 그들은 마음과 몸과 정성으로 돕는 것이다. 곁에서 그들을 지켜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세 아이를 키우며 미국 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봉사라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도 남을 돕는 교육을 가르친다. 그러하기에 남을 돕는 봉사 정신이 어려서부터 몸과 마음에 배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처럼 여기게 된다.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가르침과 배움이란 이렇게 귀한 일이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몸에 배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실천으로 옮기는 일은 더욱 어렵다는 얘기다. 남을 돕는 마음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사랑과 나눔도 고맙게 느끼게 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나고 누리게 된다.

지난해에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자신의 재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살아 있는 동안 혹은 죽은 후 사회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는 기사를 보고 감동했던 때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지난해 6월 출범시킨 '더 기빙 플레지 (The Giving Pledge)'가 발표한 성명에서 게이츠와 버핏 외에 38명의 억만장자가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키로 약속했다고 하는 기사에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다. 이처럼 어려서부터 남을 돕는 정신이 없었다면 가능키나 한 일인가 말이다.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우리가 자라던 시절의 문화는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나와 내 가족이 잘 살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이 더 컸었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 민족의 아픔이었던 전쟁을 겪으며 부모를 잃고 고아로 남아 끼니를 걱정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간절했던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한국도 세계 속에서의 경제가 많이 성장했고 생활에서는 그 어느 나라 부럽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을 돕는 실천에서는 약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 일본 지진과 쓰나미의 아픔을 통해 한국 스타들이 이웃 나라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는 사실이 고맙다.

옛말에 '아흔 아홉 칸 집을 가진 이가 100칸을 원한다'라는 얘기처럼 있는 사람들이 더 지독하다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몇 대 기업을 보더라도 부모가 일궈낸 것을 남에게 넘기기 싫어 자식에게 세속을 하고 있지 않은가. 어디 그뿐일까. 또 기업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개신교 신자들에게 존경받는 대형 교회의 목사인 종교지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사실에 어찌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이렇듯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는 것을 단편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그 인간의 욕심에서 나 자신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이 더욱 슬픈 날이다.

물론, 남을 돕는 일에 있어서 물질적인 것보다는 마음이 앞서야 할 일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슬픔과 고통을 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긍휼의 마음과 사랑의 마음이 우선이다. 여하튼 삶 속에서 마음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기란 이렇듯 어렵다는 얘기다. 눈에 보이는 큰 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마음의 기도로부터 시작하길 소망한다.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무엇이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다. 특별히 나와 내 가족 외에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실천은 더욱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며 작은 마음의 기도부터 실천하길.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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