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독트린, 한국의 독도 독트린
보스톤코리아  2011-04-04, 15: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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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미국다운 모습을 발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단호했다. 28일 리비아전 참전 대국민 담화에서 비록 리비아의 특성상 일말의 모호함이 잔존하기는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결코 주저함이 없었다.

미국은 사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동시에 전쟁을 벌이고 있어 또 전쟁 참여를 설득하기란 그리 쉽지 않는 상황이었다. 왜 예맨과 바레인 등의 사태는 묵인하다 이제서야 리비아의 사태에만 군사개입을 선언하느냐,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여러 가지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오바마 독트린’이라고 불릴만한 인도주의적 전쟁개입 외교정책을 분명하게 천명했다. “정부의 탄압이 일어나는 곳마다 군사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군사적)개입의 비용과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언제든지 반드시 행동의 필요성 대비 실익을 따져야 합니다. 그러나 (실익을 쫓는 일이) 옳은 일을 실행하는 것에 반해 묵인하는 논리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카다피는 그동안 ‘전원 사살’ ‘피의 강’ 운운하며 전투기와 탱크로 반군을 학살해왔다. 그가 어떤 끔찍한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반군의 거점인 벵가지 진격을 선언했다. 대량학살을 목전에 둘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군사적 개입은 불가피했다. 타국과는 위험성, 긴급성에서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이 폭압을 중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국제적인 행동의 권한(유엔 결의), 광범위한 국제연합, 아랍국가들의 지지, 리비아인들의 구조호소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미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카다피의 군대를 저지할 능력이 있습니다”

“리더로서의 책임과 (리비아와 같은) 상황하에서 인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배신인 것입니다. 일부 국가들은 다른 나라의 잔혹함에 대해 무시하지만, 미국은 다릅니다. 대통령으로서 도살장과 공동묘지 같은 사진을 목격한 후에야 행동을 취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일부 현실주의자들은 이렇게 반론한다. “카다피 반군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쟁에 개입했으며 이미 과도하게 군사력을 사용했다. 오바마는 카다피의 축출을 분명히 했는데 이는 이번 전쟁의 끝까지 가겠다는 의도다”

향후 전개될 리비아의 상황은 추후 오바마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카다피의 축출이 리비아 사태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할 지는 미지수다. 추후 반군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나 심각한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리비아 민주화는 리비아 국민들의 몫이다.

오바마가 선언한 인도주의 차원의 군사력 사용은 가슴에 와 닿는다. 당장 예견되는 피의 학살 현장을 앉아서만 볼 수 없다는 정의로운 호소, 미국이든 국제사회든 설득력이 있다. 이라크 전을 벌일 때의 억지스러움이 사라졌다. 오랜만에 국제사회 경찰로 미국다운 모습이다.

지진, 쓰나미, 원전 등 악재가 ‘3종 세트’로 겹친 일본은 국제사회의 따뜻한 온정을 받고 있다. 한국도 그동안 과거의 감정을 버리고 오랜만에 진심으로 일본을 도왔다. 심지어 위안부 할머니들도 피해자 보상 시위를 중단하고 대신 이를 쓰나미 피해자 구호모금운동으로 바꿨다.

한국인들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일본 지진 구호에 앞장서자 2주전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 대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한국 언론사를 돌며 한국측의 위로에 감사를 표시했다. 당시 무토 대사는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이렇게 도움을 받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 국민은 한국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 역시 일본이었다. 30일 일본 문부 과학성이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했다. 검정 통과된 지리와 공민(일반사회) 교과서 100%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했다. 더구나 중도성향의 출판사 2곳도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표현했다는 것.

일본은 매년 3,4월에는 교과서 검정결과로, 4월에는 외교청서로, 7~9월에는 방위백서로, 이른바 ‘3종 세트’를 통해 독도 영유권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한일 갈등을 증폭시키는 이런 독도 영유권 주장의 빈도와 표현 강도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도움은 도움이고 자신들의 실리는 실리라는 식으로 구분하는 일본다운 모습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반응이다. 마치 지금까지 사심 없이 도왔으니 이제는 교과서에서 독도 이야기는 알아서 빼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식으로 내심 기대한 것처럼 보인다. 비록 인도적인 구호와 독도문제를 분리해 대응키로 했지만 분노한 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심기를 건드릴까 미뤄왔던 독도영유권 강화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독도 체험장, 종합해양기지 건설 등 2008년 선정된 독도관련 28개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또한 장기 독도전략 마련에도 착수했다고. 매년 일본이 3종 세트로 독도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흥분해 대응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보아야 할까.

최근 한국 젊은이들에겐 따뜻하고 정은 많지만 경쟁에서 패하기 쉬운 따도남(따뜻하고 도리를 아는 남자)보다는 까칠하고 차갑지만 경쟁에 강한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 인기란다. 독도문제에 있어 일본은 차도남, 한국은 따도남 같다. 일본과 상관없이 늘 일관성 있는 독도 독트린, 이제 나올 때가 됐다. 따뜻하고 도리를 알지만 경쟁에 강한 한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오바마의 미국처럼.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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