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94회
보스톤코리아  2011-04-18, 14:01:45 
지천명으로 가는 길목에서 특별히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줄었다. 삶에서 겪는 작은 일들과 큰일들 속에서 특별히 가슴을 콩닥거리며 놀랄 일도 촐랑거리며 좋아할 일이 따로 없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때문이다. 삶의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얻어지는 삶의 지혜일 것이다. 세상 그 어디엔 가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저 내게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특별히 신앙을 가지고 열심히 믿는 신자들에게서 더욱 볼 수 있는 '왜! 하필이면 나냐고?' 하며 신에 대해 묻는 물음인 것처럼 내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감사임을 깨닫는 오늘이다.

이른 아침이면 마음의 묵상을 매일 하면서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남편과 세 아이의 하루를 위해 기도를 올린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세 아이 뒤 치다거리가 많아 어른의 옷은 세탁소를 자주 오가며 옷가지를 맡겼었다. 남편의 와이셔츠를 세탁소에 맡기지 않고 손 수 다림질을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물론 경제적인 절약이 우선일 테지만 옷을 다리며 남편을 위한 아내의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간절한 기도가 되었다. 지금 가만히 생각하면 몇 년 동안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의 시간이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시간으로 아이들까지도 절약을 배우게 되었다.

어제는 건강 책업이 있는 날이라 보스턴 시내의 큰 병원에 다녀왔다. 오래전에는 동네 가까운 곳에 훼밀리 닥터가 있었는데 몇 년 전 남편의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로 걱정하다 남편이 보스턴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서 남편과 함께 훼밀리 닥터를 옮기게 되었다. 건강 책업이 있는 날에 만나는 훼밀리 닥터는 언제나 자상하고 꼼꼼하게 건강을 챙겨주기에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에 따른 산부인과(펩시미어 & 메모그램)와 그리고 안과 그 외의 필요한 의사를 모두 바꾸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편안해졌다.

시내의 병원인 만큼 왕래하는 환자들의 숫자가 퍽 많아 병원을 찾으면 팍킹낫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좋은 것은 주변에 메디칼 스쿨이 많다는 이유이다. 그러하기에 세계적으로 실력 있고 권위 있는 교수들이나 젊고 유능한 의사들의 새롭고 풍부한 의학지식을 갖춘 의료진들이라는 것이다. 특별히 지병을 가지고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필요한 의사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우선 환자와 의사가 마음이 잘 통할 수 있어야 서로 간에 신뢰가 생긴다. 그래야 그다음의 단계로 건강의 문제(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를 서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가끔 내 마음이 출렁일 때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렇게 병원을 찾을 때라든가 아니면 이 나라 저 나라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감정이 바로 출렁거리는 마음일 것이다. 병원을 찾으면 이 세상에는 어찌 이리도 고통에 있는 아픈 환자들이 가득한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여기저기 산으로 들로 바다로 놀러 가면 또 어찌 이리도 행복하게 즐기고 사는 사람들이 가득한지 말이다. 이 모습을 만나고 돌아오면 며칠 깊은 생각에 머물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세상 사는 모습일진대 말이다. 그저 세상의 모래알처럼 많고 많은 사람의 삶의 한 단편일 게다.

이 넓디넓은 세상 가운데서 내가 가지 않은 곳과 내가 누리지 못한 것의 이쪽이 아닌 다른 저쪽의 한 삶의 모습일 것이다. 옛말에 모르면 약이요, 알면 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쩌면 모르고 사는 세상이 더욱 평안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높은 산일수록 골짜기도 깊다고 하지 않던가. 살면서 높낮이 없이 고요하게 사는 평범한 삶과 높낮이의 수위의 폭이 넓고 깊은 화려한 삶이 있다는 것을 지천명에 오르며 가끔 생각해 본다. 병원에서 아픈 환자들을 만나면 가슴이 아려오고 여행지에서 즐거운 사람들을 만나면 기쁜 마음이 들 때 이럴 때 내 마음은 출렁거린다.

이렇듯 두 모습을 바라보고 느끼고 누리며 가끔 두 마음이 출렁거릴 때 내게 깊은 묵상의 시간이 된다. 이 모습이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만나는 삶의 한 단편임을 알기에 내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맞이하고 살고 싶은 것이다. 내게 주어진 삶의 여건이 좋을지라도 다른 사람을 없신여기거나 교만하지 않고, 내게 주어진 환경이 열악할지리도 탓하지 않는 삶이길 소망한다. 그저 오늘을 주신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이 세상에는 감사할 조건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 누구의 그 어떤 모습일지라도 서로 함께 슬픔과 고통을 나누고 함께 기쁨과 행복을 나눌 수 있기를.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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