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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연예인의 공인설 논란
보스톤코리아  2011-05-02, 16:02:37   
편 / 집 / 국 / 에 / 서 :

‘좋아했던 만큼 싫어해도 되고, 아님 좋아했던 만큼 이해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혼문제가 한국의 포털 사이트에 보도됐을 때 제목을 보고 문득 든 생각이었다. 사생활 이야기란 점에서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늘 베일에 가렸던 그의 미국 생활 흔적이 드러났다는 점에서는 약간의 흥미도 있었다.

그러나 그 후 한국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4월 22일(한국시간) 중앙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에서는 서태지의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 건을 1면에 보도했다. KBS에서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그만큼 서태지의 영향력이 컸다는 반증이지만 종합일간지에 한 스타의 ‘이혼 문제’가 헤드라인 감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학력을 유난히 중요시 하는 한국사회에서 고등학교를 과감하게 중퇴하고 한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그는 분명 청소년들에게는 희망이고 이상이었다. ‘행복이 성적순’인 줄 알았던 그들에게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고 행복이 될 수 있다는 이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최초로 미국식 랩을 도입하고 90년대부터 한국 가요계의 흐름을 바꿔 소위 ‘케이팝( K-pop)’이란 문화를 창조한 서태지에게 ‘문화 대통령’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은 결코 과하지 않다. 그러기에 결혼, 이혼, 위자료 등은 ‘문화 대통령’에게 왠지 어색한 수식어다. 한국사회에 그만큼 파급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이후 일부 언론의 과열경쟁보도는 정말 낯뜨겁다. 정우성의 반응을 보도하는 것도 정확치 않아 소설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배용준, 양현석 등과의 관계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고, 서태지와 구혜선의 관계까지 거론됐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만을 주려는 태도가 역겹다.

인터넷 상의 네티즌들도 수위를 넘었다. 본격 이지아 파헤치기가 시작됐다. 더 심한 것은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 친인척의 내용도 서슴없다. 서진요닷컴이라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서태지의 진실을 요구합니다’의 준말인 이 웹사이트는 불과 얼마 전 타블로의 학력을 가지고 문제 삼았던 ‘타진요닷컴’과 흡사하다. 타블로란 한 연예인이 학력울 위조했다고 심증만으로 몰아부치다 사실이 입증되자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는 타진요 닷컴의 운영자, 그리고 그에게 동조했던 사람들을 보면서도 반성을 못한 것 같다.

이 같은 폭주는 연예인이 공인이기에 ‘사생활 노출’이 허용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도대체 공인은 뭔가. 공인의 정의에 궁금증이 일었다. 공인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표현의 자유에 의해 품행에 대한 평가와 비판이 널리 허용되는 인물>을 말한다. 공인이 언론사 등의 명예훼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악의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해야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공인의 경우 그 증거의 기준이 아주 까다롭다.

한국의 연예인은 공인인가. 거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윤평중 한신대 정치철학 교수는 조선일보 기고를 통해 “'공(公)'이란 말 자체가 '국가와 사회의 일'이라는 뜻이므로, '공인'이란 국가와 사회의 대의(大義)에 복무하는 사람이며 공공성을 구현하는 존재일 터이다. 공익과 공동선의 추구, 공동체에 대한 헌신은 모두 공공성의 구체적 모습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연예인은 예인(藝人)일 뿐이지 결코 공인이라 할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연예인 김태우는 인터뷰를 통해 연예인은 ‘직업을 연예인으로 선택한 개인’으로 봐달라고 했다. 다른 일반인과 같은데 너무 과다한 도덕성과 자기관리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예인의 발언 하나가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중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에 공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이순재 씨는 연예인들에게 “권력(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 특권자들은 더욱 더 열심히 법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시 되는 미국에서는 영향력 있는 인물에 대한 접근과 보도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공인’이라는 카테고리로 명확히 해서 표현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만약 미국의 카테고리로 규정한다면 한국의 연예인도 공인임이 분명하다.

한국의 법원은 아직 공인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따라서 공인이냐 아니냐를 논의 하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 있다. 한국의 언론은 저마다 기준으로 공인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또 들이대지 않기도 한다. 결국 독자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적 판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공인이든 아니든 이혼은 공적인 문제가 아니다. 즉 그 자체만으로 위법행위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연예인의 이혼은 화제가 될 수 있지만 그에게 이혼했다고 사과를 요구하거나 형벌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회적인 관음증에 걸린 한국사회는 서태지, 이지아에게 현실이 아닌 온라인 상에서 가상 형벌을 주고 있다. 이 가상 형벌의 유죄 여부는 법률이 아닌 다수의 정서에 의해 판결된다.

서태지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자 40대의 남자로서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 있다. 그것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싶을 수 있다. ‘문화 대통령’의 선택은 여전히 침묵이다. 싫어하거나 이해하거나 독자의 몫이지만 다수의 정서란 여의봉으로 판결하지는 말자.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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