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97회
보스톤코리아  2011-05-09, 11:00:21 
"어찌 저리도 닮았을까."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들 세 식구가 어찌 그리도 붕어빵처럼 똑같이 닮았는지..."
14여 년 전 동네에 남편과 가깝게 지내던 30이 넘은 노총각 친구가 하나 있었다. 이민 생활이 그렇듯이 바쁘게 살다 보면 어느샌가 결혼 시기를 훌쩍 놓쳐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여자를 만난다는 것도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노모와 형은 미국에 가까이 사셨고 누나는 한국에서 살고 있을 때였다. 한국에 있는 누나가 남동생 결혼을 위해 많은 수고를 했다고 한다. 이 친구가 가까운 친구들에게 그때의 맞선 본 얘기를 들려주면 지금도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

이민 생활에서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리라. 서로 마음 맞는 사람들이 나이와는 상관없이 친구가 되어 이런저런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갖는 일 말이다. 이 친구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성실하며 변함없는 성품에 곁의 친구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사람이다. 결혼 전 노총각 딱지를 떼야겠다며 한국에 두 번 정도 선을 보러 나갔다가 결국 자신과 똑같이 닮은 여자를 만났다. 그 둘은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어 미국에 온 것이다. 한국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친구 부부가 미국에 왔을 때 우리는 모두 깜짝 놀랐다. 저렇게 똑같이 닮은 사람을 찾기도 힘들 거라며.

결혼 후 아들 녀석을 하나 두었는데 그 녀석마저도 어찌 그리도 아빠 엄마와 똑같이 생겼는지 우리는 지금도 이 가족을 만나면 말 대신 웃음으로 행복을 주고받는다. 이 녀석이 벌써 만 열세 살이 되어 중학생이 되었다. 이제는 엄마 키를 훌쩍 넘긴 든든한 엄마 아빠의 친구가 되었다. 노총각이란 이름표를 엊그제 달았던 것 같은데 벌써 세월이 훌쩍 지나 남편의 친구도 머리가 희끗희끗 거리는 '지천명'의 중년이 되었다. 이 친구 부부는 늦게 결혼을 했지만, 그 어느 부부보다도 재미있고 행복하게 산다. 이 가정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서로 간에 따뜻한 정이 흐르는 이 부부를 보면서 말이다.

한국에서의 5월은 '가정의 달'인 만큼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을 맞으며 서로의 마음에 정성을 다하는 달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맞는 5월의 의미는 조금 다르겠지만, 한국 문화와 정서가 뿌리로 남은 우리 세대에게는 아직도 가슴 깊이에 남아 있다. 요즘처럼 부부가 필요에 따라 갈라서고 자식과 부모의 생이별을 낳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이란 단어가 참으로 외롭고 쓸쓸한 느낌으로 남는다. 주변의 부부들을 보더라도 그러하거니와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서로 간의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쓸쓸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족이란 서로 소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부간에도 서로 간의 대화 단절이 부부 문제의 시작점이 된다. 서로 부딪히는 것이 싫고 귀찮고 때로는 두려워 피해 가는 방법을 선택하지만, 그 결과는 서로에게 아픔과 고통과 상처만 줄 뿐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일은 더욱이 힘들다는 생각이다. 우선 언어의 장벽이 있기에 서로의 소통이 어려워 생기는 문제이다. 부모가 미국에서 자란 이들이라면 조금은 다를 테지만,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온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 부족이 이유가 된다.

때로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보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언제나 변함없는 대답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배려'라고 생각하며 답을 한다. 부부간에도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배려라는 것에는 서로 존중한다는 의미가 포함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가끔 한국 부부들의 대화 속에는 아니 우리 부부의 대화 속에도 자주 일어나는 것은 편안하다는 것의 잘못된 표현 방식이다. 그 어떤 관계일지라도 서로에게 조금은 배려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별히 가장 가깝게 지내는 부부 사이나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공간(배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저런 가정의 문제들을 무심하지 않은 마음으로 들을 때가 있다. 그것은 어쩌면 어쩔 수 없는 글쟁이의 버릇인지도 모른다. 한국을 방문하거나 미국에서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면 그들 속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관심을 두고 듣는 편이다. 때로는 그 버릇이 우리 부부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것은 제삼자를 통해서 간접적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으로 지혜를 얻는 것일 게다. 하지만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과 돈독한 정을 나누는 부부들에게서 더욱 귀한 삶의 지혜를 배운다.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붕어빵 가족'에게서 우리 부부는 많은 것을 배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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